[배종찬 칼럼]나경원·유승민 출마해야 ‘윤심’아닌 ‘민심’ 전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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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나경원·유승민 출마해야 ‘윤심’아닌 ‘민심’ 전대 가능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3.01.0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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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민심은 천심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국가라면 이 말은 단순한 명제가 아니라 진리다. 민주주의 국가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듯이 국민이 주인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당의 대표가 주인이 아니라 유권자가 국가의 주체가 된다.

새해 들어 3월 8일 실시되는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말들이 많다. 전반적으로 논의되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는 ‘윤심’이 결정한다는 설명과 분석이다. 즉 윤석열 대통령이 비공개적으로 낙점하는 친윤 후보가 가장 유력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친윤' 후보를 미는 몇가지 증거

그렇게 보게 되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첫째는 멀쩡했던 전당 대회 당헌과 당규를 일사천리로 속전속결 처리했다. 변경된 내용은 기존 당원 투표 70%, 국민여론조사 30% 반영에서 당원 100%투표 반영으로 전격 변경되었다. 전당 대회 구도 자체를 뒤흔드는 결정이므로 신중하게 충분히 검토되거나 당심을 쫓아 결정한 것이라면 당원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당심에 따른 결정이라기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이중삼중으로 차단한 ‘유승민 배제 룰’로 이해된다. 전당 대회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제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김장연대’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얼마 전 부부 동반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를 찾았다고 하니 확인된 것만 지난 번 ‘3시간 만찬’까지 포함해 두 번이다.

당 대표 가능성을 점칠 때 당원들로부터 받는 지지가 아니라 관저를 방문했는지 여부, 윤심을 얻었는지 여부가 결정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 전당 대회가 흥행할 수 있을까.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정치 이벤트가 될까.

국민의힘 전당 대회가 흥행하고 지지층의 결집뿐만 아니라 지지층 외연을 확대하려면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가 불가피하다. 나경원 전 의원은 현재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보수정당의 중진 정치인이다. 본인 스스로가 당 대표 출마를 천명하기 전에 실시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후보로 등극했다.

여론조사 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지난 2~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3%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3월 8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 대회 경선룰이 당원 100%로 확정된 가운데 누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라고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35%, 김기현 의원 15.2%, 유승민 전 의원 13.7%, 안철수 의원 12.4%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나 전 의원이 단연 선두다. 그런데 항간에 ‘나경원 출마 저지설’이 나오고 있다. 나 전 의원의 당 대표 진출을 꺼리는 당내 특정 정치 세력이 나 전 의원에 대한 정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민주주의에 심대한 위협이다.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가 당내 정치 세력의 눈치를 봐서 나올지 여부를 결정한다면 터무니없는 일이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대출 탕감’관련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이 ‘조율되지 않은 의견’이라고 대응하면서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한 파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자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출마 여부를 강요받는다면 전대 흥행 폭발력은 현저히 줄어든다.

국민의힘 나경원, 유승민 전의원.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 흥행을 원하나

국민의힘 전당 대회 흥행을 원한다면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도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이다. 여론조사 공정과 데일리안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전체 응답자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 30.5%, 나경원 전 의원 20.2%, 안철수 의원 9.7%, 김기현 의원 9% 순이다.

물론 당원 100%로 전당 대회 룰이 바뀌면서 유 전 의원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졌다. 그렇지만 유 전 의원은 거론되고 있는 후보자들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후보자다. 게다가 국민의힘 지지층이 아닌 다른 정치 성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더라도 정치적으로 중도 확장성은 다른 후보들보다 장점이 있다.

다가오는 총선이 자기 진영은 결집하고 중도는 확대해야 이기는 전쟁이라면 유승민 전 의원도 당의 성장을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작 유 전 의원의 집권 여당 발전 방안과 윤석열 정부를 효과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한 지원 전략을 들어보질 못했다.

전체 응답자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후보가 당내 압력에 굴복하거나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어 꼬리를 내린다면 그 또한 민주주의의 위기다. 3.8 국민의힘 전당 대회 흥행을 위해서라도 나경원과 유승민은 출마 저울질을 할 게 아니라 출마 결단력을 발휘할 때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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