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주안의 부동산 전망] '안정'에서 '경착륙'으로 불안한 주택시장...정부 대책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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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안의 부동산 전망] '안정'에서 '경착륙'으로 불안한 주택시장...정부 대책은 있는가?
  • 권주안 한국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 승인 2023.01.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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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안 한국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마냥 상승할 것 같았던 주택가격은 2022년에 들어서면서 그 상승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기세가 꺾인 것이다.

주택가격은 작년 중반까지 안정적 보합세를 보이다가 이후 하락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기준 누적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은 수도권에서 6.25% 하락하여 과거 1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세종시 등 몇몇 지역에서는 하락폭이 더 크게 나타나 '안정화'라는 단어로 표현하기 부족한 상황이 되고 있다.

지금의 강한 하락세는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던 이력을 감안하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이다. 오르는 때가 있으면 떨어질 때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격한 하락장을 마음 편하게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전 정부의 강력한 수요 억제책들로 위축된 수요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더 악화됐다. 재고주택시장에서의 거래절벽, 분양시장에서의 미분양 증가 그리고 전방위적인 가격 급락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상승 폭을 생각하면 가격은 더 하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더 떨어지면 안정은 고사하고 시장이 와해되어 정상으로의 회복에 꽤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작년 주택가격 시장 상황을 보자.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초반 가격 상승세는 둔화됐다. 기준금리 인상은 곧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주택가격전망(CSI)가 동반 하락했다. 심리가 위축되면서 거의 동시에 주택수급 순환변동이 수축됐고 시장 수급심리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이후 가격 순환변동도 수축국면으로 진입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순환변동의 수축이 가속화되면서 6월 이후 가격 하락폭은 점점 커졌다. 중반이 넘어서면서 주택공급도 위기에 빠지는데, 강원도 레고랜드 문제로 야기된 자금시장 경색이 이를 가속화시켰다. 지방 미분양 증가가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등 공급 측면의 시장위험이 확대돼 경착륙 우려도 커졌다. 2022년 주택시장은 안정적 위축에서 수축, 그리고 급격한 수축으로 급전직하했다. '영끌', '빚투' 등 신조어로 대표됐던 시장 분위기는 어느새 '가계대출 위험', '출구 전략'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집과 대출이 있는 사람'이 '집도 대출도 없는 사람'을 부러워한다는 말도 나오니 '격세지감'이고,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리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급격하게 변했다. 

공공주택(PG). 자료=연합뉴스
공공주택(PG). 자료=연합뉴스

2023년 주택시장은 작년의 어려운 상황의 연장선이 될 것이다. 높은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더 상승할 것이다. 가계부채 불안도 커지지만 막대한 부채상환 부담으로 소비 위축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는 가계경제를 어렵게 할 것이다. 정부의 주택공급 기반 구축도 미분양이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어 민간사업을 위축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공공분양 물량 50만호와 3기 신도시 등 공공사업을 통한 공급 물량은 향후 5년 내외에 수도권에 집중된다. 미분양의 수도권 확산과 자금시장 경색으로 악화된 공급 여건에 공공 물량과의 경합으로 민간사업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주택거래 역시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관망세가 유지되어 절벽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다. 주택시장은 전방위적인 극심한 침체에 빠지는 경착륙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뒤늦게 정부는 시장 정상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는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한 규제 완화방안'으로 기존 중도금 대출규제 상한을 해제하고, 전매제한 기간을 축소했다. 작년엔 자금시장 경색에 대비한 자금 투입과 보증 확대와 저렴하고 상환부담이 적은 공공분양 물량 확대도 내놓았다. 조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회를 거쳐야 하는 단계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익숙한 정책이나 세제와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으로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시장 심리, 거시 여건 등에서 어느 곳에도 긍정적 신호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정부의 대책은 무엇이어야 할까? 주택시장 경착륙 완화는 민간사업과 가계의 동반 침몰을 막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사업자 대상의 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미분양 부담과 시장 위험 압박을 줄여주어야 한다. 공공물량 분산이 필요한 대목이다. 가계대출 문제는 상환부담을 줄여주면 된다. 원리금상환에서 거치상환으로 일시적 전환이 허용되면 어려움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보유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기대로 가계경제 불안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 물량이 증가하면 가격만 더 떨어질 뿐 시장 선순환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IMF 외환위기 이후로 우리는 혹독한 디플레이션을 경험할 수도 있다. 가계 불안은 어떻게든 완화시켜야 한다. 

거시경제정책의 숨고르기도 이제 검토돼야 한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폭을 조정해서 저금리에 길들여진 경제와 국민들이 높은 금리 여건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인플레이션에 대한 내성도 만들어지고 지금 겪고 있는 내수 위축과 경기 침체 이후 단계도 준비할 수 있다. 

급격한 추락보다 완만한 랜딩이 필요한 상황 아닌가. 가능한 모든 정책 소스를 집중시켜야 한다. 지금은 '시장 정상화' 같은 슬로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화력 좋은 실질 액션이 절실하다. 

권주안 교수는 한국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주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지내고 2015년 주택산업연구원장에 취임했다. 현재 한국주택학회 이사,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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