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워치] 어쩌다 '반품 천국'...미국, 좋은 시절 다 갔다
상태바
[아메리카 워치] 어쩌다 '반품 천국'...미국, 좋은 시절 다 갔다
  •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 승인 2023.01.03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매업체 60% 반품 수수료 부과...허용 기간 축소
권영일 객원기자 (애틀랜타, 미국)
권영일 객원기자 (애틀랜타, 미국)

[오피니언뉴스=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미국 소매업체들이 새해 벽두부터 쏟아지는 반품처리에 고심하고 있다.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최근 스테그플레이션 여파로 반품 행렬이 더욱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반품으로 인한 업체들의 판매 손해금은 사상 최대인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소매연합(NRF)에 따르면 2021년의 경우 미국 기업들의 반품 비용이 761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2020년보다 78% 상승한 수치다. 소매업체들이 판 상품의 16.6%가 반품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작된 소비자들의 급속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더욱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소매업체들은 이에 따라 연말 성수기 이후 소비자들의 반품러시에 대응하기 위해 반품기간을 단축하고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품러시는 연말 쇼핑 시즌인 11월과 12월부터 다음해 1-2월까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소매업체들이 반품에 따른 비용 부담이 늘면서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기업들이 충성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반품 혜택을 경쟁적으로 확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다수 기업들은 앞다퉈 반품 가능 기간을 구매 후 30일에서 3개월로 늘렸었다. 

미국 현지 코스트코 매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미국 현지 코스트코 매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생산원가상승 부담, ‘고충의 도미노’ 현상

미국은 반품에 관한한 소비자 천국이다. 실례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사이트인 아마존은 물건을 배송 받은 후 단순 변심을 포함해 모든 상품의 무료 반품을 보장한다.  

이는 평소에 사용을 망설였던 제품이나 편리성에 따라 물건 주문이 용이한 이점이 있는 반면, 기업입장에서는 그만큼 생산원가가 올라가는 요인이 된다.

원가 상승은 곧 제품 가격 인상으로 연결되고,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고충의 도미노 현상’도 일으킨다. 반품이 늘면서 소비자의 집에서 물건을 수거해 물류 창고로 가져온 뒤 재포장 하는 물류기업들도 아우성이다.

현지 물류회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노동력이 부족한 데다 반품이 늘면서 화물을 분류하는 데 드는 시간은 평소보다 15% 정도 길어졌다"고 토로했다. 
늘어난 반품 탓에 환경 비용도 커졌다. 제품 상당수가 버려지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반품 상품 회수를 포기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반품 제품이 신제품처럼 다시 판매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반품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데 이 기간 주력상품이 바뀌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소매업체들이 반품정책을 강화하고 나선 주된 이유이다.  

최근 소매업체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곳 가운데 6곳이 반품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은 우선 3~10달러 선의 반품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무상에서 유상으로 전환했다. 일부 업체에서는 그 이상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곳도 있다. 

USA투데이는 “제품을 다시 판매하려면 냄새 제거, 흠집 검수, 판매대에 재고 등 여러 절차를 거친다”며 “업체는 제품 재입고에 하나당 평균 15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보도했다.

반품과 재입고에 시간이 걸리면서 목표한 시즌이 지나 할인 품목에 올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 구매 신중 목적도 있어

업계 전문가들은 해당 비용 중 일부는 반품에 따른 운송비로 사용되는 게 맞지만, 업체들의 숨은 의도는 소비자의 반품 욕구를 감소시키는 데에 있다고 분석했다.  

소매업계는 이와 함께 반품 가능 기한을 줄이는 추세다. 대개 30일의 반품 기간을 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구매한 제품의 반품 시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소비자가 직접 UPS와 같은 운송 업체를 방문해 비용을 부담하고, 또는 직접 판매 업체로 반품해야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소매업체들의 강화정책은 미국 온라인 쇼핑문화의 대세인 '브라케팅(Bracketing·함께 묶어 쇼핑하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브라케팅은 같은 제품을 여러 사이즈나, 혹은 다양한 색상으로 한꺼번에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의 상품을 주문한 뒤 반품하는 소비자가 늘어나 기업들의 반품 부담을 높이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 권영일 객원기자(미국 애틀랜타)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