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금융 컨트롤타워] ③ '실기 연발' 금융당국 재정비 해야…내년 화두는 '경기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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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금융 컨트롤타워] ③ '실기 연발' 금융당국 재정비 해야…내년 화두는 '경기침체'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2.30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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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기준금리 인상·레고랜드 사태 대응 실기
내년 고물가 속 경기침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경제성장률 끌어올리기와 수출 회복도 과제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올해는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크게 확대된 해였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가 세계 경제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할 금융당국의 일관적인 정책은 실종됐다는 평가다. 이에 미시적 측면과 거시적 측면을 아우르는 금융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둔화의 원인을 짚어보고 금융당국의 역할에 대해 논할 시점이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새 정부 첫해의 금융시장 정책 중에서는 유달리 '실기'가 많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고됐으나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재빠르지 못했던 점을 실책으로 지적했다. 또 레고랜드와 흥국생명으로 인해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에 대한 대응 역시 늦었다고 평가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충분히 기회 있었지만 대응 늦었다"

올 한해 세계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를 겪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6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9.1% 상승했는데, 이는 1981년 11월 9.6% 상승 이후 40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11월에는 7.1%까지 떨어졌지만 연준은 아직 안심할 때가 이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 연준은 급격한 물가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초 0.0~0.25%였던 정책금리를 올해 말 4.25~4.50%까지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급격한 인상으로 금융시장은 진통을 겪었다. 

한은도 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3.25%까지 끌어올렸지만 이로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기준금리가 1.25%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국내 자본 유출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 금통위의 충분한 인상 기회가 있었음에도 한은은 다소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달러화 가치 상승을 초래했다. 달러·원 환율의 경우 지난 9월 28일 종가 기준 1439.9원으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당시 미 연준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여파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급등한 환율은 이달 들어 128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언제든 달러 강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2023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자본유출입과 주요 가격변수의 높은 변동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경기 둔화폭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관련 자금시장 불안이 재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로 신용리스크 커진 금융시장

금융당국의 대응이 늦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에서 드러난다. 앞서 지난 9월 말 김진태 강원지사의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선언으로 촉발된 시장 혼란은 11월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 미행사 논란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채권시장이 경색되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금융시장 위기가 지속됐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강원도는 채무를 조기 상환하겠다고 나섰고, 흥국생명 역시 콜옵션 미행사 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10월 말부터 50조+α 규모의 대책을 내놨고, 한국은행도 유동성 공급을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를 매입하는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한번 무너진 신뢰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에 대한 대응이 늦었고, 이로 인해 시장 신뢰를 상실하는 등 많은 비용을 치러야 했다"며 "현 경제·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시 하반기 촉발된 자금시장 불안정성에 대해 "정부의 시장안정화 대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우량물 중심으로 크레딧 시장의 자금수급상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연말 수급 불안 및 환매이슈, 향후 단기자금시장의 추가 유동성 경색 가능성, 부동산 PF 불안 등 여러가지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아직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 화두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성장률 끌어올리기도 숙제

전문가들은 내년 글로벌 금융시장의 화두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꼽았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1.6%로 전망된다. 반면 정부가 예측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5%가 될 전망이다. 이는 한은이 제시한 물가안정목표치인 2%를 웃도는 고물가다. 

서 교수는 "내년에는 물가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경기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등의 경제상황이 우려된다"며 "수출도 감소세라 재정적자, 경상적자의 쌍둥이 적자 시 환율 불안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내년 한국경제의 주요 화두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을 낮춰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들어야 성장률 제고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국 무역이 약화돼 수출이 낮아졌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서 수출을 끌어올리느냐도 중요한 아젠다"라고 덧붙였다.

수출 감소 또한 내년 한국 경제의 고민거리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9% 가까이 줄면서 석 달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액은 증가하면서 무역적자는 9개월째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50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수출기업의 내년 1분기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 수출 경기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기준선(100)보다 아래인 81.8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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