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금융 컨트롤타워] ② 금융사 CEO 인사에 개입하는 당국…'관치'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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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금융 컨트롤타워] ② 금융사 CEO 인사에 개입하는 당국…'관치'의 그림자?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2.30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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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수장들, 금융사 CEO 선임 발언 쏟아내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등 외압 우려 팽배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지완 전 BNK금융 회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지완 전 BNK금융 회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사진=각 사
올해는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크게 확대된 해였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가 세계 경제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할 금융당국의 일관적인 정책은 실종됐다는 평가다. 이에 미시적 측면과 거시적 측면을 아우르는 금융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둔화의 원인을 짚어보고 금융당국의 역할에 대해 논할 시점이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연말을 앞두고 우리금융지주·BNK금융지주·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사가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인사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수장이 연이어 관련 발언을 쏟아내면서 금융권에서는 '관치금융'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새다. 

농협금융 이어 우리금융·기업은행 등에도 외압 행사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 CEO 인사에 대한 입장을 연이어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라임자산운용 펀드 불완전판매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해 "감독당국이 일반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CEO까지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명확하게 판정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손 회장에 대해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문책 경고'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손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별도의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는 한 연임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손 회장은 아직까지 별도의 거취 표명을 하지 않았고, 우리금융 이사회는 내년 1월부터 관련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손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달 이 금감원장이 "(손 회장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날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상식적인 얘기"라며 "감독당국의 입장은 판결로서 의사결정을 한 것이고, 본인이 어떻게 할지는 본인이 잘 알아서 생각해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관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최근 농협금융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선출되고, 기업은행장 후보에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거론된 것에 대해서도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외부인사를 통해 지나치게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정 전 금감원장이 기업은행장 유력 후보라는 말에도 "후보자 중 한 명인 것은 맞다"며 "복수의 후보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언제쯤 임명 제청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은행법상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 2일까지로, 윤 행장은 연임 의사가 없음을 밝힌 상태다. 

이 금감원장 역시 지난 21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3연임 도전을 앞두고 용퇴한 것에 대해 "리더로서 개인적으로 매우 존경스럽다"고 평가하며 손 회장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결정된 징계"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장 인선 관련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서는 "본질을 벗어난 이야기"라며 "법에도 이미 제청권자와 임명권자를 금융위원장과 대통령으로 정하고 있는 이상 그 절차에 따라 임명권자가 고려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서 이 원장이 김 위원장에 이어 손 회장을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노조 "금융산업의 위기는 관치금융"

금융권 노조는 이러한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2일 성명서를 내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관치를 옹호하고 나섰다"며 "기업은행장 선임에 있어 '관치 낙하산 인사'로 비판받는 정 전 금감원장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제청설을 인정했다. 이쯤 되면 그냥 관치를 하겠다는 뜻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금감원장의 발언과 관련해서도 "손 회장에 대한 이 원장의 사퇴 압박도 상식적이지 않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더니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 조치는 만장일치였다'고 그 수위를 높였다. 민간금융회사 인사에 대한 이 같은 '관'의 개입이 '관치'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정책 기조는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 전환'이고 이는 관치와 정확히 대치되는 말"이라며 "그러나 윤 정부의 수신금리 경쟁자제, 은행채 발행자제, 국책은행 본점 지방 이전, 금융사 CEO 인사 개입 등이 모두 정부 주도"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노조는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가장 큰 위기는 정권이 금융사의 자율경영에 일일이 간섭하는 '관치금융'"이라며 "정부는 관치금융을 포기하고 자율금융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우리금융·BNK금융 차기 회장 선임 안갯속…김 금융위원장 "관치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맞지 않아"

우리금융을 제외한 5대 금융지주 CEO 인선은 거의 마무리된 분위기다. 신한금융은 차기 그룹 회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행장의 후임으로 한용구 영업그룹 부행장을 낙점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출신의 이승열 하나생명 사장을 새 하나은행장으로 선택했다. 

현재 차기 우리금융 회장으로는 이명박 정부 때 기업은행장을 지낸 조준희 전 YTN 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 전직 관료나 윤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이 언급되고 있다. 

이외에 BNK금융 회장 인사에 대해서도 관치 논란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BNK금융은 김지완 전 회장이 '아들 특혜 의혹'으로 퇴진한 뒤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회장 승계 관련 규정을 변경했다. 계열사 CEO 등 내부 승계로만 회장직을 선임할 수 있었으나 외부 인사까지 후보군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외부 인사를 앉히기 위해 규정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BNK금융지주는 지난 2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최고경영자 1차 후보군을 기존 18명에서 6명으로 압축했다. 차기 임추위는 내년 1월 12일 개최할 예정이다.

이렇듯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 CEO 인사에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는 시각에 이 원장은 "(BNK금융의 CEO 선임 방식이) 다소 폐쇄적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지적했을 뿐이고 그룹 측에서 이를 반영해 수정했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임 회장이 물러난 이후에도 특정 대학·고등학교 등의 파벌을 중심으로 내부에서 갈등이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이런 부분을 고려해 외부 인사를 모시겠다고 자체적으로 결정했던 거고, 이 과정에서 정부나 금융당국이 어떠한 의사를 전달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 역시 관치 논란과 관련해 "CEO가 주변이 우호적인 세력만 놓고 (이사회를) 운영하는 것은 맞는 것인가"라며 "관치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합리적인 접점이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외국에서는 당국이 임원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한다"며 "관치는 무조건 나쁘다고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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