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2022년을 빛낸 서바이벌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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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2022년을 빛낸 서바이벌 예능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2.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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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서바이벌 예능은 지난 10여 년 방송사의 효자 노릇을 해왔다. 신선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방송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서바이벌 예능은 확장성이 크다. 가수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장르를 힙합이나 트로트 등 장르를 세분화하기도 했고, 아예 분야를 바꿔 최강 (전직)군인이나 여자 축구팀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생기기도 했다.

때로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오디션의 모습을 띠기도 하지만 최후 승자를 가려내는 경연 방식은 서바이벌의 성격이 강하다. 2022년에도 다양한 서바이벌 예능이 제작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시작했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프로그램도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서바이벌 예능’의 서바이벌을 위한 사투를 보는 듯했다. 

피구왕을 향하여

채널A가 젊은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건 2021년에 방영한 <강철부대> 덕분이었다. 특수부대 출신 출연자들의 팬덤이 생겨났다.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2022년 초에 시즌2를 방영했지만, 이전 시즌의 인기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방송사와 제작진은 출연진의 팬덤이 식기 전에 새로운 프로그램 <강철볼-피구전쟁>을 만들었다.

제목으로 쓰인 ‘강철볼’이라는 단어는 이 프로그램이 <강철부대>의 세계관을 이어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피구 전쟁’이라는 단어에서 보듯 피구에 도전하는 이들의 경쟁과 성장을 그린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강철볼-피구전쟁>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출연진 중에서 대표를 선발하는 것과 외국 피구팀과 국제경기를 치르는 것이었다. 선수 선발을 위해 부여된 미션은 <강철부대>의 확대된 세계관을 보여주었고, 여고와 대학 등 국내 피구팀과 벌인 평가전들은 급조된 팀의 한계와 희망을 함께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홍콩, 일본, 대만이 참여한 친선대회 형식으로 치른 ‘2022 피구 아시안컵’에서 강철볼 팀은 3패를 하며 4위를 차지했다. 13회가 방영된 프로그램은 1%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체육 시간에나 접했을 피구가 사실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이 있고 국제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피구가 박진감 넘치는 구기 종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이었다. 

씨름의 여왕과 제왕

지난 2019년 어느 날 갑자기 씨름이 떴다. 씨름 선수들과 이들의 경기 장면이 인터넷과 모바일에 회자하더니 2019년 말과 2020년 초에 걸쳐 KBS2에서 제작한 <씨름의 희열>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생겨났다. 당시 인기가 올라가던 씨름 선수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였다. 

그때 만약 코로나19가 창궐하지 않았더라면 대형 경기장에 꽉 들어찬 관중들 앞에서 주요 경기들이 열렸을 것이다. 그래서 <씨름의 희열>에 출연한 선수들은 더욱 큰 유명세를 치렀을지도 모른다.

씨름의 희열에 출연했던 유명 씨름 선수들이 2022년 씨름 예능에 등장했다. 이들은 tvN STORY와 ENA에서 편성한 <씨름의 여왕>에 선수가 아닌 코치로 출연했다. 씨름 선수로는 여성 연예인과 셀럽들이 참여했다. 출연진 중에는 운동 능력을 지닌 이도 있었지만 큰 체형이나 의욕만 가지고 나온 이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씨름 기술이 부족한데 마음만 앞서는 출연진들의 부상이 잇따랐다. 프로그램의 화제성 또한 경기 자체보다는 다쳐나가는 여성 출연진 소식에 집중됐다. 그녀들의 땀방울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0%대를 오갔다.

이런 아쉬움 때문일까 남성 연예인과 셀렙들이 출연해 씨름을 겨루는 <씨름의 제왕>도 같은 방송사에서 편성했다. 출연진 면면도 다양하다. 격투기나 운동선수 출신이 있는가 하면 배우나 아나운서도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단단한 근육질 소유자라는 것이다. 

지난 20일 방송에서 체급별 결승전이 벌어졌고, 앞으로 최강자들이 맞붙을 제왕전이 기다리고 있다. <씨름의 제왕>은 절정을 향해 달려가지만, 전작처럼 0%대의 시청률을 오가고 있다. 

씨름을 다룬 두 프로그램의 잠잠한 화제성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연예인이나 셀럽이 왜 씨름 왕좌를 노려야 하는지 대중에게 설득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런데다 경기 결과가 예측되는 경우도 많아 대중의 호기심을 자아내지 못한 면도 크다.

JTBC 팔씨름 예능 '오버더톱'

 

팔씨름과 스턴트까지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다룬 종목이나 장르가 많다 보니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 방송가의 과제가 되었다. 그렇게 팔씨름과 스턴트도 방송 소재로 등장했다.

JTBC의 <오버더톱>은 팔씨름 서바이벌이다. 이 프로그램은 1%대의 시청률을 오가고 있지만 화제성만큼은 뜨겁다. 

팔씨름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이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순식간에 승부가 끝나는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한다. 또한 유튜브에 올라오는 시합 영상과 각종 기술 영상은 높은 조회를 자랑한다. 이렇듯 팔씨름은 대중에게 나름의 충성도를 가진 종목이기도 하다. 

<오버더톱> 제작진은 이를 영리하게 적용했다. 청소년과 일반인, 연예인과 운동인 등 각계각층의 힘깨나 쓴다는 남성들을 끌어모았다. 지난 20일 방송에서는 16강 진출자들이 모두 결정됐다. 이후 토너먼트가 진행될 예정인데 화제성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세간의 인기를 반영하듯 현장 방청 신청은 높은 경쟁을 뚫어야 한다. 

tvN의 <슈퍼액션>은 스턴트맨들의 경쟁을 다룬 프로그램이다. 정확히는 스턴트맨들이 팀을 이뤄 다른 팀과 겨루는 콘셉트이다. 

스턴트맨들의 스턴트 연기는 관객들이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영상에서는 그들이 대역으로 연기하는 배우들을 더 부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퍼액션> 출연진들은 그들이 하는 일은 물론 그들의 얼굴과 이름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1회에서 엿보였다. 6개 스턴트 팀의 36명 스턴트맨은 서로를 같은 길을 걷는 동업자로 여기는 듯했다. 경쟁하는 팀의 경쟁자이지만 그들은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주인공이 된 그들은 카메라가 주목하는 것에 어색한 듯 보였다. 

<슈퍼액션>은 여러 회차에 걸쳐 다양한 스턴트, 유명 영화의 액션 장면을 재창조한다든지 사극 액션 등을 선보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스턴트맨과 스턴트 팀이 어떻게 액션의 합을 짜고 연출하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짧게 지나가는 영상이라도 그것을 구상하고 만들기까지 많은 이의 땀방울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슈퍼액션>은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모습은 아니다. 출연진과 제작진으로서는 뼈 아프겠지만 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새해에는 또 어떤 예능이

2023년에도 방송사들은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들을 내놓을 것이다. 이번 연말에 새롭게 시작한 서바이벌 예능이 여럿 있는 것으로 보아 새해에도 경연을 내세운 서바이벌 예능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내년의 대중은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다만 일부는 대중의 선택을 받겠지만, 대부분은 아무도 모르게 등장했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지도 모른다. 대중은 때로 익숙한 것에, 때로는 낯선 것에 끌린다. 부디 2023년은 대중의 관심과 제작진의 감각이 서로 통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부디 모두가 웃음 지을 수 있는 2023년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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