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금융 컨트롤타워] ① 고금리시대, 갈팡질팡 금융정책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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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금융 컨트롤타워] ① 고금리시대, 갈팡질팡 금융정책 이대로 좋은가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2.29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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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 새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로 시장 불안정성 확대
금리는 올리면서 시장에 유동성 풀어…'오락가락' 금융당국
'2023 경제정책방향' 53조 규모 대안 담겼지만…'실기했다' 평가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올해는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크게 확대된 해였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가 세계 경제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할 금융당국의 일관적인 정책은 실종됐다는 평가다. 이에 미시적 측면과 거시적 측면을 아우르는 금융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둔화의 원인을 짚어보고 금융당국의 역할에 대해 논할 시점이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내년 한국 경제의 화두는 경기 둔화에 대한 대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증가해 내수가 위축되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금융당국은 내는 정책마다 실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이러한 상황일수록 일관된 경제·금융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 연준 내년에도 금리인상…자금시장 경색도 막아야

올해 금융시장의 관심사는 단연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 이후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으로 정책금리를 4.50%까지 인상하면서 한국은행도 이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한국은행도 지난달 24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3.25%까지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현재 미국과의 금리 차이는 1.2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에도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13~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 위원들의 점도표는 5.1%까지 올라갔다. 이는 내년에도 연준이 빅스텝 이상의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년에도 큰 폭의 미 연준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유동성을 풀지, 긴축에 들어갈지를 결정해야 한다. 

통상 한은은 글로벌 시장에 맞춰 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조절하지만, 올해는 레고랜드 사태라는 변수가 있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촉발한 단기자금 시장 발작과 국고채금리 급등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금리는 올리면서도 시장에 적당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미세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기획재정부·대통령경제수석실 등이 한 몸이 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지금은 경제·금융 컨트롤타워는커녕 이들이 모두 다른 대책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로 시장 불안정성 확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최근 3개월 사이 크게 확대됐다. 그간 금융당국은 금리를 활용해 유동성을 풀거나 조여왔지만, 채권시장 경색이 닥쳐오면서 이를 조정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원인이 9월 말 있었던 레고랜드 사태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 9월 28일 강원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개발 시행사의 2050억원 규모 빚을 갚아주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대규모 신용위기를 불러왔다. 이로 인해 정부는 기업 도산을 우려해 채권시장에 50조원을 공급하는 대책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시장에서는 금리도 높고 부동산 경기마저 좋지 않은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김 지사가 대놓고 불을 당긴 것으로 평가한다. 채무불이행 선언으로부터 24일이 지나고 김 지사는 다시 채무를 갚겠다고 번복했지만, 한번 얼어붙은 채권시장 심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여기에 한국전력에서 연료값 급등으로 인한 적자 때문에 한전채를 발행해 시중 자금을 대거 끌어들인 것 또한 채권시장 경색의 원인이 됐다. 

레고랜드 사태에 겹쳐 지난달 초에는 '흥국생명 사태'도 일어났다. 흥국생명이 2017년 11월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영구채)에 대한 콜옵션(조기상환) 행사를 연기한다고 공시한 것이다. 가뜩이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던 때였다.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연기하면서 한국 채권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졌다. 이러한 후폭풍이 커지자 흥국생명은 결국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발행 만기가 30년 이상이고 만기에 연장이 가능해 영구채 성격 또한 가진다. 대신 스텝업(Step-up) 조항에 따라 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에 통상 발행사들은 5년이나 10년 뒤에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기업어음(CP)금리는 최고 5.54%까지 치솟았다. 이에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가 있고 난 한 달 후인 10월 23일 50조원+a 규모의 시장유동성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회사채신속인수제도 등이 담겼다. 한국은행도 10월 27일 42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방침을 발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강원도가 2050조원으로 채무를 갚았으면 끝났을 일을 정부가 시간을 끌어 50조원 규모까지 키웠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에 레고랜드 사태가 기름을 붓고 흥국생명 사태가 불을 지르는 동안 정부는 뒷짐지고 있었다는 평가다. 

부동산 위기 심화…내년 2월 만기 도래 부동산 PF-ABCP 29조원

문제는 더 남았다. 금리가 더 오르고 자금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부동산 위기마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내년 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규모는 29조원에 이른다. 이번달 9조300억원, 내년 1월 11조9600억원, 2월 8조2500억원 등이다. 

기업들의 돈줄도 말라가는 상태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을 보여주는 신용스프레드도 우량물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비우량채는 여전히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과 비우량 회사채(BBB-등급) 3년물 금리는 지난 16일 기준 755.3bp(1bp=0.01%포인트)로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추세다. BBB- 회사채 금리도 11%를 넘어섰다.

이에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향후 부동산 경기 둔화 심화로 부동산 PF 부실우려가 증대될 시 PF-ABCP, 증권사, 취약업종 CP 발행과 차환 여건이 재차 악화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 PF 시장 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공개했다. 지난 21일 기재부 등 정부 관계기관이 합동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 회사채·CP매입 프로그램(16조원), 부동산 PF 보증(15조원), 증권사 보증 PF-ABCP 매입(1조8000억원) 등을 적극 집행할 방침이다. 또 금융시장 안정이 필요할 시에는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 등 한은의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실시하고 시장상황을 살펴 규모와 기간 등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경제정책방향이 나왔지만 시장에서는 정책당국이 좀더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미세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한은은 "개별 금융기관의 부실이 아닌 시장의 유동성 사정 악화 등의 위험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국지적인 유동성 경색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통화정책 기조와 조화를 유지하면서도 미시적 시장안정조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금융기관도 금융시스템 내 원활한 자금순환과 신용공급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자구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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