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논란은 연예인의 숙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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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논란은 연예인의 숙명인가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2.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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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연예인에게 대중의 관심은 양날의 검이다. 대중의 관심이 그 연예인을 향한 긍정적 반응일 때도 있고 부정적 반응일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공적인 길에 나서는 연예인들은 항상 자기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 조직 내 동료의 시선과 평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적인 길에 나선 연예인이 논란의 중심에 선다면 각종 연예 미디어의 관심을 얻게 되어 그 사실을 몰랐던 대중들까지 그 논란을 접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연예인은 조직 내 동료들을 설득해야 함은 물론 대중으로부터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번 주에 그런 일이 여럿 벌어졌다.

배우 이범수, 혹은 교수 이범수

이범수는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는 배우다. 코믹한 역할은 물론 악역을 맡기도 하고 영화 제작까지 경험한 전천후 영화인이다. 그런 그가 대학에서 연기를 가르치는 교수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한 대학의 교수가 된 이범수는 열정적으로 연기를 가르쳤다. 본인의 활동 때문에 바쁠 때는 밤늦게나 주말에 수업을 이어갔다. 능력별로 반을 나눠 연기를 지도했고 방학에는 공연을 준비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범수 교수의 이런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갑질과 차별로 느껴졌다. 이범수의 수업을 들으며 갑질과 차별에 시달렸다는 취지의 글이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 이에 동조하는 의견들도 이어졌다.

밤늦게는 물론 새벽까지 이어진 수업은 대중교통이 끊겨 불편을 주는 데다 주말 수업은 그 시간에 알바를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었다고 했다. 또한 빈부 차이로 반을 나누어 차별했고 방학의 공연은 자비로 준비해야 해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었다고. 갑질과 차별이 심해 휴학을 한 학생이 많았다고도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많은 연예 미디어가 취재에 나섰다. 갑질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도 있었고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다. 논란 초기 침묵하던 이범수 측은 일주일만인 14일에 법무법인을 통해 제기된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허위 사실을 퍼뜨린다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수많은 교수 중 갑질 의혹이 불거졌으나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이범수에게 제기된 의혹보다 심한 갑질을 실제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범수의 논란이 주목받은 건 그가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범수는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연예인이 되어 버렸다.

배우 이범수(왼쪽), 정준호. 사진=연합뉴스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된 정준호

정준호는 정체성이 모호하다. 배우이기는 한데 배우 경력을 내세워 사업을 하거나 정치를 하려는 사람처럼 보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올 때마다 정준호는 직접 자기의 꿈을 내비치거나 주변에서 부추기곤 한다. 

그런 정준호가 전주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에 선임됐다. 그런데 후폭풍이 일고 있다. 유명한 연예인이 영화제의 얼굴을 맡는다는데 영화인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4일 전주영화제 이사회에서 정준호의 집행위원장 임명이 결정됐다. 하지만 방은진 감독, 권해효 배우, 한승룡 감독 등 영화인 이사 3인은 이에 반대했고, 조직위원장인 우범기 전주시장과 전 시의원, 전주시 국장 등 공무원과 지역 인사 등 4명의 찬성만으로 통과됐다. 그러니까 영화계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결과다. 

이사회 직후 영화인 이사 3명은 영화계 의견을 무시한 것에 항의하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정준호가 집행위원장이 된 것은 전주시장이 독단으로 결정한 낙하산 인사이고, 전문성이 없는 데다 정체성에 맞지 않는 배우를 집행위원장으로 뽑은 것은 전주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본 것이다. 

영화인들이 정준호의 집행위원장 임명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의 평소 행보 때문이다. 전주영화제는 그동안 작지만 의미 있는 독립영화, 그리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의 다큐멘터리를 지원해 왔다. 

그런데 평소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배우가 집행위원장이 된다면 영화제의 독립성에 침해가 오지 않을까, 권력의 입맛에 맞는 영화제로 변질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영화인들이 많다.

영화인을 자부하는 정준호로서는 아픈 대목일 테지만 그를 반대하는 영화인 못지않게 대중들의 여론도 부정적이다. 게다가 전주영화제로 인한 논란 때문에 많은 영화인이 정준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드러나 버렸다. 덕분에 정준호는 배우 활동이 아닌 행보로 대중들에게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응원하거나 혹은 참견하거나

지난 주간 대중문화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BTS 진의 입대 소식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팬덤을 불러일으키는 스타인 만큼 입대 이후에도 진에 관한 다양한 소식이 계속 연예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다. 그런데 보는 관점에 따라 논란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군에 입대한 진을 향한 걱정의 글로 도배되는 군 커뮤니티 소식이라든지, 그래서 함께 입대한 다른 장병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당할 수 있다는 소식이 연일 연예 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세계적 스타는 군에 입대해서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힘든 모양이다.

BTS 진의 사례에서 보듯 팬들의 관심은 논란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팬들의 응원이 참견으로 비칠 수 있고, 그것이 지나치다면 논란이 되어 그 일과 상관없는 그들의 스타가 입방아에 오르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연예인은 자기의 모습을 잘 살펴야 하지만 주변은 물론 때로는 팬들의 모습까지 살펴봐야 한다. 그들이 일으킨 논란이 고스란히 자기의 논란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연예인은 공인으로 등극했다. 그래서일까 연예인에게 논란은 공인으로서 감내해야 할 숙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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