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美 물가 하락, 반갑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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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美 물가 하락, 반갑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12.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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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지난 11월 13일 1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발표됐다.

전년동월대비 7.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했지만 ▲시장은 7.3% 정도를 전망했었고 ▲더 중요하게는 6월 고점 이후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시간에 걸쳐 하락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글로벌 위험자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긍정적 흐름을 보였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물가가 각 경제 주체, 특히 저소득층에 미친 악영향을 고려할 때, 안정되고 있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FOMC 이후 증시는 전날의 상승을 되돌렸다. 시장과 연준의 시각 차이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마지막이었던 12월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50bp 인상했다. 직전 4회에 걸쳐 7bp를 인상했던 것에 비하면 분명 긴축 속도가 둔화됐다. 시장 역시 50bp 인상을 전망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시장과 연준의 시각 차이가 확인되었다는 점이 의아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측면에서 시각 차이가 있었을까?

美 연준과 시장의 금리전망 차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터미널 금리 수준에서 발견된다. 터미널 금리 수준이란 기준금리 인하 또는 인상 사이클에서의 마지막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즉, 다음 번 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기 전 최저 또는 최고 기준금리 수준인데, 연준 위원들은 이에 대해 내년 5.1%를 전망한 것이다. 지난 9월 FOMC 당시보다 50bp나 높은 수준이다. 11월 이후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높은 물가 수준을 반영해 점도표상 터미널 금리도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해 왔던 것이 그대로 확인된 것이다.

게다가 지난 9월에는 4%대 후반에 몰려 있던 연준 위원들의 전망이 거의 대부분 5% 위로 상향되고 심지어 5.5% 이상도 존재하는 등, 앞으로 물가 상황에 따라 터미널 금리 수준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으로 1회 정도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이번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이라 보았던 시장 일각의 기대 섞인 전망은 그야말로 기대에 그치게 된 셈이다. 향후 75bp~100bp, 때에 따라서는 그 이상으로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경제에 미칠 충격, 기업들의 실적 전망, 나아가 증시 밸류에이션까지 모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런데, 시장이 정말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보다 경제 전반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생각으로 판단된다. 결국 성장과 고용, 물가에 대한 전망의 차이가 시각 차이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에 연준 위원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9월에 전망했던 0.2%에서 0.5%로 올렸지만, 내년 전망은 1.2%에서 0.5%로 내렸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1.8%라고 보면 침체에 거의 가까운 성장을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내년 PCE물가 전망치는 당초 2.8%에서 3.1%로 올렸다. 경제 전망에서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시각과는 달랐던 것이다.

이러한 경제 전망 변동에 대해 시장 일부에서는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졌는데 왜 기준금리 인상 폭은 커졌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과 연준이 경제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시장은 경제성장률을 전망하고 이 전망치의 상하향 조정에 따라 기준금리 전망치도 바뀔 것이라 생각하지만, 연준은 물가를 전망하고,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기준금리를 결정한 후 그에 따라 결과로서 나타날 성장률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보면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물가를 높인 연준 위원들의 전망은 상당히 엄중한 것이다. 기준금리를 시장 생각보다 더 올려 성장률이 더 떨어져도, 물가 하락 속도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완만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결국 물가다. 즉, 연준 위원들이 왜 물가 하락이 더딜 것으로 보고, 왜 이렇게나 빨리 물가를 잡으려 할까라는 점이다. 많은 시장 참가자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미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고점을 기록했고, 유가와 부동산 가격 같은 물가 선행 지표는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이대로라면 물가는 자연스럽게 내려가 언젠가 목표 수준에 다가갈 텐데, 굳이 성장을 크게 훼손해 가면서 긴축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중앙은행의 고민은 다르다

그런데 이 역시 시장의 고민과 연준, 나아가 일반적인 중앙은행의 고민에 차이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판단된다. 특히 증시의 안정과 수익률에 집중된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안정된 물가가 장기적인 성장의 초석이라고 생각하는 연준의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증시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 경제의 건전성을 바라보는 척도일지 모르나, 연준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어차피 예전보다 물가가 높아질 구조라면, 목표 물가 수준을 높이는 것이 나은 것 아니냐는 시장 일각의 주장 역시 중앙은행의 고민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생각으로 보인다.

물가에 대한 연준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83년 폴 볼커 의장이 행했던 연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79년 의장으로 지명된 이후 공격적인 긴축으로 물가를 안정시킨 것으로 알려진 볼커 의장은 이 연설에서 ‘합리적 물가 안정’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그에 따르면 물가 안정은 ‘보통 사람들이 사업을 할 때나 생활을 할 때 물가 전망을 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물가가 얼마만큼 오르거나 내릴 것으로 예상되니 생활에 어떻게 반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물가가 연준이 생각하는 안정된 물가 수준이라는 것이다. 연준으로서는 고점을 기록하고 내리고 있다는 현상보다 안정된 물가의 수준과 그 수준이 언제 달성될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보다 한참 이후에 결정되긴 했지만, 연준의 목표 물가 수준인 2% 역시 같은 맥락에서 결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안정된 물가와 이를 바탕으로 한 물가 목표는 높은 물가가 성장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일부 경제학자 또는 학파의 주장과 성장의 장기 지속성을 위한 물가 수준 사이에 대한 장기간의 고민을 통해 형성된 것이란 얘기다. 최근 테일러 룰로 잘 알려진 존 테일러 교수가 목표 물가 변경에 대한 질의를 "변경 가능성 없다"는 한마디로 일축한 것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슈퍼마켓. 사진=연합뉴스

내년 물가를 둘러싼 여전한 우려

게다가 연준은 시장과 달리 여전히 내년에 물가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갖고 있는 듯하다. 서비스 물가의 상승 압력도 그렇지만,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역시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에너지 가격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OPEC+의 감산 결정, 이미 큰 폭으로 줄어든 미국의 원유비축량, 나아가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계획을 쉽사리 바꿀 수 없는 바이든 정부의 입장 등을 감안할 때 여전히 내년 중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미국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동맹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만약 유가가 오르면 미국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큰 폭의 긴축으로 글로벌 수요를 위축시켜 물가를 잡거나, 중국, 러시아,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 나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 중 어떤 선택을 해도 글로벌 환경은 크게 변할 수 있다.

이 같은 점들을 감안하면, 현재 시장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물가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연준의 금리 인상과 유동성 흡수는 더 진행되어 성장과 위험 자산 가격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여기에 지금 주요국의 주가 수준이 역사적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아주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상황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지금은 위험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지수와 무관하게 업종이나 종목을 잘 선택하면 되겠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그 선택에 실패한다.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전체 자산에서 주식 비중을 줄여 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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