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또다른 경제위기가 오고 있다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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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칼럼] 또다른 경제위기가 오고 있다는 신호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 승인 2022.12.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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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국가 경제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주식 시장이 침체되어 있거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로부터 비롯된 긴축 기조에 따른 금리 인상 현상으로만 나오는 분석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 몇 년간 풀려나갔던 유동성이 물가를 급격히 올려놓았고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을 초래한 것이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글로벌 차원의 물가 급등에 비해 각 국의 개인 주머니는 점점 더 얇아져 가고 있다는 위기 신호다. 결국 자금이 경색되면 돈의 흐름이 끊기게 되는 경기 침체(Recession)의 국면으로 넘어가게 되고 세계 경제는 ‘불황’이라는 불청객을 맞이하게 되고 만다. 물론 아직까지 경기 침체로 아우성을 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경제 위기는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오고 갑작스럽게 위협을 주는 속성이 있다. 

소리 소문없이 찾아오는 위기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1월 15~17일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9.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앞으로 1년간 우리나라 경제가 현재에 비해 어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국가 경제를 전망해 본 것이다.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에서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을 뺐을 때 가장 큰 폭의 차이가 나는 직업계층이 무엇인지를 찾아보았다. 사무관리직(화이트칼라층)이 65%로 가장 컸다. 대체로 자신의 경제 상황보다 국가 경제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다. 이번에는 ‘앞으로 1년간 가정 살림살이가 현재에 비해 어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나빠질 것’에서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을 뺀 차이가 가장 큰 직업 계층을 찾아보았다. 기능노무·서비스직(블루칼라층)이 33%로 가장 컸다. 

화물 연대와 서울지하철 노조 그리고 파업을 하려다가 시작하지 못했던 철도 노조가 바로 블루칼라층에 해당된다. 경기 침체와 불황의 여파가 파업을 할 만큼 절박해진 블루칼라층에 먼저 침투해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제 성장률이 더 낮아지면 산업 생산 현장부터 먼저 타격을 받게 된다.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벌써부터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뉴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국가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은 예고된 위기 신호다. 세계 주요 경제 연구 기관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모두 하향 조정해서 발표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국내 BNK 금융그룹의 BNK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경제 성장률은 충격적이다. 내년 우리나라의 전국적인 경제 성장률은 1.7%이고 특히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동남권 성장률은 1.6%로 전국 평균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비 심리 위축과 투자 감소와 함께 수출이 지속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역수지는 이미 7~8개월 전부터 수입이 수출보다 많은 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하락도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긴축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고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매매 활성화를 위한 자금 지원이 거의 차단된 상태에서 수도권의 노른자위 주택 가격도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석유, 화학, 기계, 철광 등 대부분 주력 사업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역수지는 올들어 8개월째 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계에 집중되는 위험신호

지금의 경제 위기 신호가 IMF 외환위기나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되었던 금융위기보다 더 무서운 이유는 가계에 집중되는 위협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어떻게든 살아남아도 가계가 망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 채무가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국가 경제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가계 부채는 다른 이야기다. 다른 국가에 비해 자영업층이 많은 한국의 산업구조는 자영업층 다수가 채무 위에서 울며 겨자 먹기식 영업을 하고 있다. 한 해 가계이자 부담이 80조원이나 되고 전체 소비의 1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가계 부채가 187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리가 빠르게 오른 영향으로 가계 대출은 줄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 카드 결제가 늘어 전체 가계 빚이 증가했다. 국가 채무는 괜찮을지 몰라도 가계 부채는 심각하다.

정부는 제 2의 외환위기나 금융 위기 가능성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적 양극화나 빈곤층 비율 심화 그리고 중산층의 몰락은 자신조차 모르는 사이에 닥치는 위기다. 1997년 ‘국가 부도의 날’이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우리 정치권이 부실할 때 마치 노렸다는 듯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왔었다.

최근 예산안조차 정해진 기일 내에 통과시키지 못하고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정치 차리지 않는 정치권을 보면서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이 특히 서민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 엄습해 온다. 심리적인 제 2의 외환위기, 제 2의 금융위기는 이미 우리 옆에 성큼 다가 와 있다.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된 관심은 대통령 지지율과 국정 리더십이다. 한국교육개발원·국가경영전략연구원·한길리서치에서 근무하고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다. 현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을 맡아 리서치뿐 아니라 빅데이터·유튜브까지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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