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탄탄한데 'R'의 공포 왜 커지나
상태바
美 경제 탄탄한데 'R'의 공포 왜 커지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12.07 1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견조한 경제지표로 연준 긴축 우려 더 커져
긴축정책 지속 시 경기침체 가능성 높아짐에 주목
글로벌 증시·원자재시장·채권시장 등 변동성 확대 
미국의 경제가 여전히 견조함을 시사하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오자 오히려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경제가 여전히 견조함을 시사하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오자 오히려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이른바 'R'의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동안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피봇 기대감에 랠리를 펼쳤던 글로벌 주식시장은 마치 찬물을 끼얹은 듯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모양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기침체 우려, 즉 R의 공포를 이끈 것은 탄탄한 미 경제지표들이다. 미국의 경제가 여전히 견조함을 시사하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오자 오히려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어 그 배경에 주목된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코스피 지수는 2400선을 하회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국제유가는 배럴당 74달러선까지 내려앉았다. 천연가스 가격은 급락했고, 안전자산의 대표주자인 금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재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은 'R의 공포', 즉 경기침체(Recession) 우려다. 

아이러니한 것은 경기침체 우려를 촉발한 것이 최근 잇따라 발표된 미국의 견조한 경제지표라는 점이다. 

지난 2일 발표된 고용보고서는 미국의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함을 보여줬고, 이후 발표된 미국의 11월 ISM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으며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가 여전히 견고한 상태임을 보여줬다. 

연말 쇼핑 시즌을 맞이해 기업 활동지수는 전월(55.7) 대비 대폭 상승한 64.7을 기록하는 등 미국 경기가 예상외로 강함을 보여주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것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정책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후 내년 2월 0.25%포인트 인상의 '베이비스텝'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견조한 지표로 12월 빅스텝 이후 2월에도 빅스텝을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CME 그룹 등에 따르면 2023년 2월 정책금리를 4.75~5.0% 수준으로 예상하는 확률은 49.5%로, 2월 추가적인 빅스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이를 언급하며 "물론 3월 회의에서 빅스텝이 단행될 것을 의미하는 5.25~5.5% 정책금리 확률은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12월 회의 결과에 따라 3월 빅스텝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금융시장에 조심스레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빅스텝이 지속될 경우, 즉 긴축 정책이 이어질 경우 이로 인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전미기업경제학회(NABE)가 지난 11월 7~18일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7%가 2023년 경기침체 확률을 50% 이상으로 예상했으며, 과반수 이상이 2023년 1분기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포천은 "조사 결과 경제학자들은 연준의 지속적인 긴축정책이 미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지적했다"며 "전체 응답자의 65%가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긴축 정책이라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긴축 전망에도 미 국채금리는 하락...경기에 대한 우려가 더 커 

눈에 띄는 점은 미국 국채금리다. 

일반적으로 연준의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미 국채금리 또한 상승 흐름을 보이지만, 최근의 국채금리는 큰 폭의 반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지난 6일(현지시간) 연준의 통화정책을 가장 잘 반영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2베이시스포인트(bp) 소폭 하락한 4.36%를 기록했고, 10년물 국채금리 또한 5bp 가량 하락한 3.52%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이 연준의 통화정책보다는, 긴축 지속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박 연구위원은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에 대한 불확실성이 재차 고개를 들면서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그리고 원자재 시장은 경기침체 리스크 확산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라며 "빅스텝 지속 우려에도 불구하고 2년물 및 10년물이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고 있음은 시장이 침체 리스크에 민감해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과, 천연가스 가격 급락, 금 가격의 상승 흐름 등도 경기침체 리스크를 반영하는 움직임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지는 장간기 금리차는 역전폭을 점차 키워가고 있다. 10년물과 2년물 차는 마이너스(-)83bp에 달하며, 10년물과 3개월물차(-81bp) 또한 역전폭이 상당하다. 이들은 1990년 이후로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각 기간물들의 역전폭이 1990년 이후로 최대치를 기록한 점이 불안요인"이라며 "장단기 금리차가 오신호를 보낸 사례도 있지만, 현재의 고인플레이션, 타이트한 기업 신용여건, 제조업, 고용 등 실물경제 둔화를 감안할 때 '장단기 금리차 역전=침체' 공식의 현실화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가 "시장 반응 과도해...FOMC 이후 불확실성 해소될 듯"

일각에서는 시장의 반응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경제가 여전히 탄탄한 상황에서 연준의 통화정책을 미리 예측해 경기침체 우려를 시장에 반영하는 것은 지나치게 앞선 흐름이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을 통해 과잉 긴축 리스크를 경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 연구위원은 "물론 12월 FOMC 점도표 상 최종 금리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은 크지만 과잉 긴축 리스크를 경계한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경기침체 우려 확산으로 미 연준이 내년에도 빅스텝을 계속 유지할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인상 사이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기침체 우려 역시 동반 증폭되고 있지만,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역전폭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침체 사이클은 급격한 침체보다는 완만한 침체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12월 FOMC 이후에는 불확실성이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 역시 "미국 등 주요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대부분 시장 참여자들이나 실물 경제 주체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침체 진입 여부는 주식시장에서 연저점을 다시 테스트하게 만들 정도의 대형 불확실성 혹은 대형 악재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관건은 침체의 강도이며, 얕은 침체로 종료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를 놓고 이를 시장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현상에 대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