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겼던 엔화의 부활? "원화 강세 흐름도 이어질 듯"
상태바
체면 구겼던 엔화의 부활? "원화 강세 흐름도 이어질 듯"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12.05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준 피봇 기대감에 달러화 약세...달러인덱스 104선대 지속
한 때 150엔 넘어섰던 달러당 엔화는 134엔 수준
원화의 추가 강세 흐름도 예상 
한 때 32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며 곤두박질치던 엔화가 최근 눈에 띄는 강세 흐름을 기록중이다. 사진=연합뉴스
한 때 32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며 곤두박질치던 엔화가 최근 눈에 띄는 강세 흐름을 기록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한 때 32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며 곤두박질치던 엔화가 최근 눈에 띄는 강세 흐름을 기록중이다. 

엔화의 약세를 초래했던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온도 차가 어느 정도 해소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엔화의 흐름에 변화를 준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달러 약세·엔화 강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것이 원화의 추가 강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 때 150엔 넘어섰던 엔화, 134.3엔 수준 유지

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34.3엔을 기록중이다. 약 한 달 반 전인 지난 10월20일 한 때 32년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엔화가 150엔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엔화가 뚜렷한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곤두박질치던 엔화 가치가 최근 강세로 돌아선 것은 한 때 '갓달러'라 불릴 정도로 초강세를 보이던 달러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일 기준 104.5선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6월말 이후 가장 최저 수준이다. 한 때 114선을 넘어서면서 2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9월 말과는 사뭇 달라진 움직임이다. 

달러화와 엔화의 흐름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피봇 기대감과도 연관이 있다. 

달러 강세·엔화 약세를 초래했던 것은 양국의 금리차였다. 미국이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이어갔던 반면 일본은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양국간 금리차가 더욱 벌어지기 시작한 것. 이에 달러화로 수요가 몰리면서 달러는 강세 흐름을, 엔화는 약세 흐름을 보여왔지만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을 기점으로 연준의 피봇 기대감이 살아난 것이 달러화와 엔화의 흐름을 뒤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을 통해 '이르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임을 시사하고, 곳곳에서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으며 시장에 조심스레 깔려 있던 연준의 피봇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엔화는 지난 한 주간 3.5% 급등했으며, 연준의 피봇 기대감이 시작됐던 지난 10월말 이후로는 약 10% 가까이 급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를 보여주는 일련의 경제 보고서는 연준이 곧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고 엔화에 강세 요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부채질했다"며 "점점 더 많은 외환 분석가들이 내년 엔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11월 고용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하고, 임금 상승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것이 연준의 피봇 기대감을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FT는 "11월 예상보다 많은 일자리가 증가했다는 사실이 연준의 긴축 압박을 가중시키겠지만, 파월 의장의 최근 비둘기파적 발언들은 미 금리인상 사이클이 2023년에 중단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최근 엔화의 활기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미 피봇을 확실시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약세 전망...엔화·원화 추가 강세 이어질 듯"

국내 증시 전문가들 또한 엔화 강세를 중심으로 한 달러화 약세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글로벌 외환시장의 뜻밖의 높은 변동성은 주요 불확실성 리스크들의 완화 기대감에 기인한다"며 "이러한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엔화 추가 강세를 중심으로 한 달러화 추가 약세 분위기가 확산될 여지가 높다"며 "다만 다음주 미국 11월 소비자물가 발표와 FOMC 회의를 앞두고 있어 달러화 추가 약세에 대한 경계감도 일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엔화 강세 및 달러화 약세 흐름은 원화의 추가 강세를 예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대외적 요인으로 중요한 것은 달러의 가치"라며 "달러 강세 요인들이 조금씩 진정되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 역시 과도한 오버슈팅 영역을 빠르게 탈출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내외적 요소를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의 추세적 전환 및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예상했다. 

다만 원화의 추가 강세 폭은 국내 자금 경색 완화 정도에 좌우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달러 초강세를 촉발했던 각종 불확실성 리스크 완화 등이 원화의 추가 강세 요인"이라면서도 "국내 경제지표 부진 속에 국내 자금경색 완화 시그널이 좀 더 뚜렷해져야 원화의 추가 강세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