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조규성 띄운 월드컵...물만난 방송·연예미디어
상태바
[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조규성 띄운 월드컵...물만난 방송·연예미디어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2.0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4년마다 방송가에는 축구 열풍이 분다. 야구 시즌 주말마다 프로야구 중계를 도배하는 지상파는 평소 K리그 중계는 외면해 축구에 관심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월드컵 시즌만 되면 모든 지상파는 축구 사랑을 뽐낸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나 주요 나라의 경기가 있으면 정규 방송을 취소하거나 중계가 끝날 때까지 방송 시작 시각을 연기하기도 한다. 이번처럼 한국 대표팀이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경우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월드컵 관람을 중계하라

월드컵은 4년마다 돌아오는 방송가의 대목이다. 스포츠 부서뿐 아니라 예능 부서까지 나서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방송가에서는 그 시초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MBC에서 제작한 <이경규가 간다>로 본다. 

<이경규가 간다>는 월드컵이 열리는 프랑스의 축구장에서 한국 경기를 관람하는 이경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주요 콘셉트였다. 5대0으로 참담히 패배한 네덜란드와의 경기와 고 유상철 선수의 극적인 골로 무승부를 이룬 벨기에와의 경기를 관람하는 이경규의 현실 리액션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 방송가는 월드컵 시즌이면 <이경규가 간다>처럼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연예인들의 리액션을 콘셉트로 한 월드컵 특집 방송 제작 붐이 일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MBC에서 제작한 <안정환의 히든 카타르>는 FIFA와 공식 협의한 예능프로그램이라고 한다. MBC 축구 중계진인 안정환과 김성주, 그리고 이들의 예능 파트너이기도 한 김용만과 정형돈이 월드컵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콘셉트다. 특히 ‘히든캠’을 이용해 축구 경기 중계에서 잡지 못하는 현장의 생생함과 숨겨진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같은 MBC에서 내보낸 <놀면 뭐하니?>는 생생함도, 새로움도 없는 월드컵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시청자들이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경기를 관람하는 연예인들의 리액션은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고 진부하다는 평까지 얻었다.

제작진들은 아마도 출연진들의 코믹한 상황 설정과 분장한 모습에 웃음 포인트를 두었을 것이다. 다만 이런 설정은 출연진들이 그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을 때 효과가 있는데, 설정 속 캐릭터와 현실 속 실제 인물을 오가며 혼란스러워하는 출연진들은 실소를 자아낼 뿐이었다. 

만약 이번 주에도 <놀면 뭐하니?>가 지난 주와 같은 콘셉트로 방송된다면 대략 편집 방향이 그려진다는 SNS 평이 여럿 있기도 하다. 대중의 허를 찌르는 의외성이 미덕인 예능프로그램으로서는 뼈아픈 지적이다. 

세계관을 확장하라

지난 수년간 방송가에는 축구를 예능으로 다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JTBC의 <뭉쳐야 찬다>가 그 포문을 열었고 스포츠 예능의 인기를 주도했다. 축구 예능의 대표이기도 한 <뭉쳐야 찬다> 시즌2는 월드컵 시즌이 되자 카타르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콘셉트를 기획했다. 월드컵 시설을 소개하고 현지 축구팀과 경기도 벌이고 있다.

SBS의 <골 때리는 그녀들>은 여자 축구 열풍을 일으킨 프로그램이다. 예능이지만 출연진과 시청자들은 축구로 받아들였다. 운동 능력은 떨어져도 의욕만큼은 축구선수 그 자체였다. 편집 논란이 있어 한때 휘청했지만 시즌을 거듭해가며 리그 규모도 커지고 세계관도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월드컵 특집으로 기획한 <골 때리는 그녀들>은 공들인 티가 난다. 출연진 일부가 유럽으로 축구 유학을 떠났고, 일부는 카타르로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응원을 떠났다.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축구 유학지로 선택한 포르투갈은 월드컵에서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02년과 2022년에 같은 조에 배정됐다.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월드컵에서도 포르투갈과 한국은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게 되었다. 그런 인연이 있는 포르투갈에서 <골 때리는 그녀들>은 축구 레전드 박지성과 ‘피구’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카타르로 간 <골 때리는 그녀들> 출연진들도 국가대표를 응원하는 현장에서 누구보다 축구에 빠져든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주로 축구 연습과 경기 모습만 보여준 <골 때리는 그녀들>이 기획한 월드컵 특집은 대중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로 다가간 듯하다.

월드컵 국가대표 조규성 선수. 사진=AFP/연합뉴스

새로운 셀럽 탄생?

축구선수는 공을 찰 때 멋있다. 축구를 잘하는데 잘 생기기까지 한다면 더욱 멋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국가대표 9번 조규성 선수는 세계적 스타가 되어 가는 모습이다. 11명이 경기를 뛰는 축구에서 이름을 알리기가 쉽지 않은데 등 번호까지 알려진다는 건 특별한 유명세를 상징한다. 

MBC의 <놀면 뭐하니?>는 물론 SBS의 <골 때리는 그녀들>도 9번 조규성 선수의 활약에 초점을 맞췄다. 더구나 지난 가나와의 경기에서 두 골을 넣었기에 조규성 선수는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조규성 선수에 향한 주목을 미디어들이 놓칠 리 없다. 여성 연예인들이 SNS에 올린 9번 조규성 선수를 향한 지지와 응원 메시지를 기사로 전하고 있다. 심지어는 어느 모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두고 둘이 사귀는 증거라는 취지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조규성과 함께 찍은 사진들은 카타르에서도 흘러나왔다.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에게 어떻게 접근했는지 조규성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각종 미디어에 올라왔다. 그들은 모두 현직 국가대표나 전직 국가대표를 가족으로 둔 셀럽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비단 조규성 선수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카타르에서 각종 인연을 동원해 여러 국가대표와 찍은 사진들이 SNS에 올라오고 국내에서는 과거에 찍었던 사진들까지 소환하고 있다. 그 결과, 사진들을 올리는 셀럽뿐 아니라 그들의 SNS에서 소비되는 축구선수들 또한 셀럽으로 여겨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항상 새로운 소재가 필요한 방송가와 연예 미디어계에는 월드컵이 보물 창고일 것이다. 대중의 관심이 필요한 셀럽들에게는 월드컵이 본인 인맥의 특별함을 과시하는 장이 될 것이고. 다만 경기 집중이 필요한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에게는 축구 팬들의 염원은 물론 대중들의 축구 외적인 관심까지 감당해야 하는 월드컵 시즌이 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