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기의 나라 조선…다양한 일상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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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일기의 나라 조선…다양한 일상의 기록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12.0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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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 900여건 자료조사…지역별로 모음집 발간

 

조선은 문(文)의 나라였다. 성리학이 국가의 지배사상이었고, 사대부가 임금을 모시고 지배층으로 군림했다. 사농공상의 나라였다. 선비정신이 존중되었고, 유림이 번성했다. 글 읽는 소리를 듣기 좋아했고, 사대부들은 자신의 행적을 글로 남겼다. 조선조에는 특히 개인일기(日記)가 많이 남아있다.

이순신 장군의 일기라고 하는 ‘난중일기’도 그런 부류의 하나다.

유희춘(柳希春, 1513~1577)이 1568년에서 1577년까지 슨 ‘미암일기’(眉巖日記)는 개인사는 물론 조정에서 일어난 사건도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미암일기에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어느 고을의 누구에서 어떤 물건이 왔다는 기록, 쌀, 포목, 꿀, 미역, 종이, 생선등 구체적인 물건의 분량도 꼼꼼히 기록하고 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알수 있다.

조선 시대 개인일기는 개인의 주관적 견해와 다양한 내용이 자유롭게 적혀 있어 일찍부터 수필 산문으로 그 안에 담긴 문학적 예술성을 연구해왔고, 관찬(官撰, 관청에서 편찬한 서적) 사료에서 간과되기 쉬운 일상의 소소한 기록이 담겨 있어 방증사료로서의 역사성과 학술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방대한 일기가 전해진다. 최근 조선 사대부들의 일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연구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저적들을 통해 조선시대 개인들의 생활과 개인적 고백등을 들여다볼수 있다.

 

▲ 『북행록(北行錄)』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조선시대 개인일기를 정리해 시리즈로 출판작업을 하고 있다.

문화재연구소는 그동안 서울, 경기, 대구, 경북, 인천 지역의 총 900여건의 일기에 대한 현황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들중 지역별로 『조선 시대 개인일기1 - 대구‧경북』(2015), 『조선 시대 개인일기2 - 인천‧경기』(2016)를 발간한 바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동산문화재 학술조사연구’ 사업의 하나로 「조선 시대 개인일기 학술조사연구」를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전국에 분포해 있는 소장 기관을 대상으로 지역별 조선 시대 개인일기 현황을 조사하여 공유하고 유형(종)별 연구를 통해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 일기를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구소는 이번에 서울에 있는 조선 시대 개인일기 600여 건을 조사하고 그 목록과 중요일기 32편의 해제(解題)와 시각 자료를 수록한 『조선 시대 개인일기3 -서울』을 발간했다. 해제(解題)란 책의 저자, 내용, 체재, 출판 연월일 등을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는 서울 지역 조선 시대 개인일기 600여 건을 조사했으며, 그 중에서 저자가 친필로 쓰거나 교정한 필사본(筆寫本)으로 파악된 『북행록(北行錄)』, 『북해쇄설록(北海洒雪錄)』등 14건, 전사본(傳寫本, 초고를 다른 저자가 베껴 쓴 책)인 『농수일기(農叟日記)』, 『감담일기(坎萏日記)』등 5건 등을 파악했다.

내용별로는 ▲저자가 해당관직에 있으면서 수행한 공무와 그에 따른 경험을 기록한 사환(仕宦) 일기 162건 ▲사신으로 임무를 수행한 기간의 기록인 사행(使行) 일기 159건 ▲생활(生活) 일기 76건 ▲기행(紀行) 일기 67건, 전쟁(戰爭)일기 67건 등으로 구분된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그동안 한 번도 국역(國譯)된 적이 없고, 사료적 가치가 크거나 서지학적 특징이 있는 일기 32편을 선별하여 저자의 이력, 일기의 체제와 구성, 내용과 가치 등의 해제를 했다.

그 중 서종태(徐宗泰, 1652~1719)의 『북행일기(北行日記)』는 외방별시(外方別試, 지방에서 시행한 특별 과거)의 실상을 증언했다. 이 일기에 실려 있는 저자의 장계(狀啓)는 함경도 별시의 실행 경위와 결과에 대한 상세한 기록으로『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를 비롯한 다른 사료에는 보이지 않는 내용이다.

퇴계 이황(退溪 李滉)의 형이자 조선 중기 문신인 이해(李瀣, 1496~1550)가 쓴 『북행록(北行錄)』은 어사(御史)의 명을 받고 함경도를 다녀온 내용을 기록했다. 그의 문집인 『온계일고(溫溪逸稿)』에도 수록되지 않은 유일본으로 저자가 직접 친필로 수정하고 보완한 원고이며, 후대인들의 삭제나 내용 수정을 거치지 않고 본래의 기록 그대로 보존되었다.

 

▲ 『농수일기(農叟日記)』, /문화재청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 강원, 충청, 전라도 지역의 조선 시대 개인일기를 추가로 조사해 중요일기는 국역(國譯)하여 국민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 국민의 접근이 어려운 조선 시대 개인일기는 오는 13일부터 30일간 제보받아 조사목록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또 선별된 조선 시대 개인일기 자료들이 기록문화유산으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문화재 지정을 제안하는 작업도 추진할 것이다.

 

▲ 『북행일기(北行日記)』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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