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치금융'으로 회귀?... 손태승 회장, 정당한 방어권 행사조차 막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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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관치금융'으로 회귀?... 손태승 회장, 정당한 방어권 행사조차 막히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1.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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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웅 기자.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은행산업 자율화를 정책 기조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또다시 관치금융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 9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2019년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불완전판매 감독 책임을 물어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확정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 의결로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은 3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소송으로 반전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내년 3월 임기 만료에 따르 연임 도전은 쉽지 않다. 

우리금융 내부에선 소송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고 한다.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중징계 처분의 적법성을 따져야 한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실제로 항소심까지 승소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례처럼 행정소송으로 중징계 처분의 적법성을 따진다면 승소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럼에도 손 회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사실상 '소송을 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서다.

이 원장은 지난 10일 "지금 급격한 시장 변동으로 당국과 (금융)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당사자께서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14일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CEO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며 "유능한 CEO 선임은 이사회 책무"라고 에둘러 손 회장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 수장 교체를 두고 신중한 발언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원장의 발언이 정권의 의중을 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손 회장 편에서 보면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소송전을 펼치는 건 부담스럽다. 더욱이 DLF는 감독기관인 금감원과 벌인 소송전이었던 반면 라임펀드 건은 정부(금융위)를 상대로 법적 시시비비를 가려야 해 부담이 훨씬 크다. 자칫 새 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최근 금융권은 수장 교체라는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손병환 NG농협금융 회장은 다음 달 임기가 끝나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또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권준학 NG농협은행장은 다음 달,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각 금융그룹은 이달부터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차기 회장 및 은행장 선임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민감한 시기 터져 나온 이 원장의 발언은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아니냐는 뒷말까지 새어 나온다. 정권 초기마다 금융권 수장은 낙하산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 박근혜 정부 때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권 인사 모임)'가, 문재인 정부 들어선 '부금회(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을 중심으로 한 '코드 인사'가 단행됐다는 설들이 금융권 안팎에 휩쓸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도 과거 '관치 금융의 역사'를 반복하는 모양새다. 중립을 지켜야 할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은 단순한 발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마련이다. 부작용도 목격된다. 벌써부터 손 회장 후임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낙점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나돌고 있다. 금융권 수장 선임에 '윤심'이 반영된다면 금융권은 또다시 '관치' 논란에 요동칠 수 밖에 없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손 회장의 반론권을 보장하면 된다. 실추된 명예를 법적 시시비비를 통해 가려내 회복하려 하는 행위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이 원장의 발언이 보다 신중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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