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적신호] ②보험업계까지 번진 자금경색…'흥국생명' 5억달러 콜옵션 포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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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 적신호] ②보험업계까지 번진 자금경색…'흥국생명' 5억달러 콜옵션 포기 선언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1.03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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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5억달러 규모 콜옵션 미행사…타 생보사 파장 우려
내년 만기 도래 외화채권 약 35조원 규모
한국 CDS 프리미엄 5년물 3배 이상 증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자금시장에 '돈맥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채무보증 불이행 선언으로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에 시장이 충격에 빠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수출 증가세가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는 등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상황의 원인과 금융권의 대응,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콜옵션)을 포기하면서 자금시장 경색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향후 국내 기업들의 외화채권 발행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이달 9일로 예정된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통상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기일은 사실상의 만기를 의미하기에 이러한 결정을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채무불이행은 아니지만 신뢰에 금이 가는 조치인 셈이다.

국내 금융기관이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을 미이행한 것은 지난 2009년 우리은행 후순위채 이후 13년 만이다. 당시에도 한국물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시장이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내년 외화채권 만기 도래 규모 올해보다 20% 늘어

시장에서는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가 불러올 파장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다른 금융사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내년 외화채권 만기 도래 규모는 올해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 규모는 약 249억200만달러(약 35조3000억원)로 추정된다. 올해 204억4000만달러보다 21.4% 많다. 

외화조달도 늘어나는 추세로, 외화채권 발행규모는 2015~2019년까지 100억달러 대에 머물렀지만 2020년 이후 연간 300억달러 수준까지 늘었다. 올해도 이미 281억500만달러에 달한다.

원화자금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계속하면 환율까지 올라 외화채권 상환과 발행 부담이 커진다. 외화채권 발행 비용에 해당하는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는 연초 145bp(1bp=0.01%포인트)에서 지난달 말 기준 192bp까지 치솟았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조기상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자본시장 내 신뢰가 저하된다는 점에서 향후 회사의 자본시장 접근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은행도 후순위채에 대한 조기상환을 시행하지 않아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자본시장 내 평판이 악화됐으며, 나아가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 심리가 저하된 바 있다"며 "국내외 자금시장 내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차환 목적으로 신규 외부 자금을 조달하려고 하는 회사들의 경우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신용위험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

이러한 가운데 한국의 신용위험도는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뿐만 아니라 국내 수출 경기가 악화하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CDS 프리미엄(5년물)은 지난달 31일 기준 70bp로 지난해 말(21bp)보다 3배 넘게 올랐다. 이는 2017년 11월 14일(7.07)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3월(57bp)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CDS는 국가나 기업의 신용위험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국가신용도의 위험 수준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CDS 프리미엄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이 지표가 상승하면 국내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정부의 외화자금 조달 비용을 높일 뿐 아니라 해외자본의 유출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은 올 초 22~25bp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6월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려로 50bp를 돌파한 뒤 지난달에는 60bp를 넘어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자금 경색 현상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유동성 공급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CDS 및 주요기업들의 CDS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및 유럽재정위기 당시 수준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신용위기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국내 각종 신용경색 관련 지표들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국내 신용경색 리스크의 도화선 역할을 했지만 이외에도 수출 역성장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기조 고착화,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 등 국내 펀더멘털 약화도 신용경색 리스크의 또 다른 요인"이라며 "과거에도 국내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하거나 흑자폭이 급격히 축소되는 시점에 신용경색 현상이 동반돼 왔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은행·보험권 자금조달 현황 점검

자금경색 우려가 심화되면서 금융당국은 이를 진화하는 한편 은행권과 보험권의 자금조달·운용 현황 점검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흥국생명의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하며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라며 "따라서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되지는 않는 상황이며 기관투자자들과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한국은행·금융감독원·은행연합회·주요 은행 자금운용 담당 실무자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은행권 금융시장 점검 실무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단기자금시장과 채권시장, 대출시장 등에서의 자금흐름과 은행권의 자금조달·운용 현황을 점검하고 은행권의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이어 당국은 이날 생명보험업계와도 금융시장 현황을 점검하고, 자금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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