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적신호] ①50조 유동성 공급안도 속수무책 ?...회사채 시장 불안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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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 적신호] ①50조 유동성 공급안도 속수무책 ?...회사채 시장 불안 여전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11.01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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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 95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 금리 급상승
지난달 회사채 순발행액 -4조8379억원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네번째)이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사진=연합뉴스
자금시장에 '돈맥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채무보증 불이행 선언으로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에 시장이 충격에 빠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수출 증가세가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는 등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상황의 원인과 금융권의 대응,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레고랜드 발 자금경색 우려에 정부가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금융지주들 역시 95조원 가량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을 보여주는 신용스프레드는 아직까지 불안정한 상태다. 지난달 회사채 시장 순발행액 역시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기관투자자들이 회사채를 순매수하고 있지만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5대 금융지주, 95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 회장들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주재한 간담회에서 총 95조원 규모의 자금 공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5대 금융지주는 시장에 7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정부가 조성 중인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에 총 12조원 규모의 자금도 투입할 예정이다. 지주그룹 내 계열사에도 10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이 과정에서 은행채 발행은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공기업,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은채·여전채·회사채·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의 매입에도 나선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사들은 머니마켓펀드(MMF) 운용 규모와 제2금융권 크레딧라인을 유지하는 방법도 당국에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건전성과 유동성이 양호한 금융사들이 위기에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지주사에 이러한 지원책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자금 순환을 위한 시장 참가자들의 노력과 협조가 필요하다"며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중소기업 등 자금 수요가 높은 실물 부문에 지속적으로 신용을 제공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금리 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 신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차주를 위해서도 은행과 금융지주가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50조원+α 유동성 지원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는 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한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으로 구성됐다.

회사채 시장 경색…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더 커

이처럼 정부를 비롯한 금융권이 대규모 지원에 나선 것은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단기자금시장이 빠르게 경색됐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기준금리 인상 등이 지속되는 와중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가 기름을 끼얹었다는 평가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한 달 간 회사채 순발행액은 마이너스(-) 4조83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 9월 순발행액이 6568억원으로 2개월 연속 6000억원 수준을 유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회사채 순발행액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은 지난 5월(-6111억원), 7월(-2481억원) 두 차례였으나, 순상환이 5조원 가까이 되는 것은 협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최초다.

회사채 금리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0월 말 기준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신용등급 AA- 기준 5.58%, BBB-는 11.424%다. 각각 전장 대비 0.093%포인트, 0.087%포인트 상승했다.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등급) 3년물 간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는 지난달 31일 기준 1.395%포인트로 나타났다. 한 달 사이에 0.4%포인트 가량이 벌어졌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사이 금리 격차를 의미하며, 이 수치가 커지면 시장이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것을 뜻한다. 

회사채 시장 자금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은 지난주 1조원 이상의 회사채를 순매수하기도 했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기관들이 장외시장에서 순매수한 회사채 규모는 총 1조11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그 전주(10월 17~21)의 1450억원 대비 7.7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기관이란 기금·보험·자산운용사·은행·종합금융사·각종 공사 등을 포함한다.

유동성 지원은 긍정적…PF 신용위험 효과는 제한

지금까지 발표된 대책들은 ▲담보인정비율(LTV) 50%로 상향 단일화·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상 담보대출 허용 ▲5대 금융지주사의 유동성 지원 ▲한국은행 단기금융시장 안정화 조치 ▲저축은행 건전성 관리 대책 ▲은행과 저축은행 예대율 한시적 완화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유동성 지원은 긍정적이지만, 부동산 경기 냉각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위험에 대해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발표된 정책 중 한국은행과 금융지주의 RP매입, 은행채 발행 필요성의 완화 등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는 정책은 자금시장의 위축된 순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주택대출 규제 완화도 자금 공급에 플러스 요인이지만 현재 부동산 거래 위축은 조달여력의 어려움보다 금리 부담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므로 은행 대출잔액에 대한 추정치 변경은 없다"고 설명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전주 유동성 공급대책에 빠져 있던 한은이 시장안정조치에 참여함에 따라 자금경색 완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은행채가 한은대출 담보와 RP 대상에 포함되고 LCR과 예대율 규제 정상화가 유예되면서 은행권의 유동성 전망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여전히 근본적인 우려는 부동산경기 냉각에 따른 PF의 신용위험 확산으로,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가 포함됐으나 높아진 금리수준과 강화된 DSR 등 감안 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PF 리스크가 지속되며 자금시장 불안과 금융기관 건전성 우려가 높아질 경우 궁극적으로 통화당국은 금리인상 속도 등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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