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병영성에 왜구 막기 위해 함정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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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병영성에 왜구 막기 위해 함정 팠다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1.1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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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병영성에 왜구 막기 위해 함정 팠다

 

전남 강진군 병영면에 있는 전라병영성은 조선시대에 전라도와 제주도를 방어하는 육군의 총지휘부가 있었던 곳이다. 병영성은 태종 이방원의 심복인 마천목(馬天木)이 초대 전라병마절도사로 부임해 축조했다. 주변이 산지로 둘러싸여 천혜의 요새이며, 강진만을 통해 제주로 이어지는 뱃길을 운영하는 길목이었다.

조선시대엔 왜구들이 자주 출몰해 병영성을 공격했다. 1555년 을묘왜변 때 왜구가 쳐들어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후 병영성은 다시 복구되었다가 화재로 소실되었고 이후 새롭게 보수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왜군에 함락되면서 호남 내륙이 무방비가 되기도 했다. 1894년 동학 농민군에 함락되어 막대한 피해를 당했으며 이듬해인 1895년 복구되지 못하고 폐영되고 말았다.

 

▲ 복원된 강진 전라병영성 /강진군 홈페이지
▲ 강진 전라병영성의 홍교 /강진군 홈페이지

 

전라남도와 강진군은 1990년대 이후 역사적 가치가 있는 병영성과 그 주변에 대한 발굴작업을 실시해왔다. 발굴조사를 해보니, 병영성은 평지에 축조된 정방형의 성으로 전체 둘레가 1,060m에 4개 문과 4개 옹성, 8개의 치성(雉城)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 내부에는 동헌(東軒, 수령의 집무 시설)과 객사(客舍, 관사), 내아(內衙, 수령의 가족이 거처하던 안채) 등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2000년부터 2016년 말까지 370억 원을 들여 성곽과 옹성, 동서남북 4개 문을 복원했다.

 

▲ 강진 전라병영성의 구조 /강진군 홈페이지

 

강진군과 (재)한울문화재연구원은 올해 4월부터는 성 외부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성 외부지역에서 해자(垓字)와 다수의 함정(陷穽) 유구가 확인되었다.

이번 조사는 성 외부에 대한 첫 번째 발굴조사인데, 조사과정에서 동쪽과 남쪽 성벽을 따라 해자의 호안석축(돌 축대)이 드러났고, 남쪽 성벽 해자 바깥에서 함정유구가 확인되었다.

해자는 성벽 바깥쪽으로부터 약 11~17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만들어졌는데, 해자 양쪽 벽은 돌 자재를 사용하여 석축을 쌓았다. 해자 내부에서는 나막신, 목익(木杙, 침입을 막고자 세운 나무 말뚝) 등의 목제유물과 조선 초부터 후기에 해당하는 자기‧도기‧기와 조각 등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또 남문 옹성(甕城) 중앙부 바깥쪽의 해자 북쪽에서는 교량시설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기둥의 흔적과 석렬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성의 출입시설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함정 유구는 남문 일대 해자 바깥쪽에서 현재 64기가 확인되었다. 앞으로 남문 동쪽 지역에서 추가 발굴작업을 하면 함정 흔적이 더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 강진 전라병영성 남문지 해자와 함정 발굴현장 /문화재청 제공
▲ 함정 유구 모습 /문화재청 제공
▲ 해자 호안석축 /문화재청 제공
▲ 해자에서 나온 목익 /문화재청 제공

 

확인된 함정유구들은 평면 형태가 지름 3.5~4.9m에 이르는 원형으로, 아래로 가면서 좁아지는 형태다. 깊이는 최대 2.5m이고, 바닥에서는 끝을 쪼갠 대나무를 뾰족하게 다듬어서 촘촘하게 꽂아놓은 죽창(竹槍)의 흔적들이 확인되었다. 함정유구는 해자 바깥쪽으로부터 약 6~8m 정도의 거리를 두고 해자와 나란하게 2~4열로 확인되었다.

이번에 확인된 함정유구는 다산 정약용이 저술한 󰡔민보의』(民堡議)에 등장하는 함마갱(陷馬坑)이라는 성곽 방어시설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함마갱은 함정 안에는 사람이나 말을 살상하기 위한 녹각목이나 죽편(竹片)을 심어놓은 것을 말한다.

 

▲ 해자에서 나온 나막신 /문화재청 제공
▲ 남문지 옹성의 교량 시설 /문화재청 제공

 

전라병영성은 조선 태종 17년(1417년)에 병마도절제사 마천목(1358~1431)이 쌓아 올려 올해로 올해로 축성 600년을 맞이하며, 고종 32년(1895년) 갑오경장 전까지 전라도와 제주도의 53주 6진을 총괄한 육군 총 지휘부가 위치했던 곳이다. 본래 광산현(광주광역시)에 설치되어 있던 것을 옮겨 설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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