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떠난후⑨…개혁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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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떠난후⑨…개혁 바람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1.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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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업체와의 관계개선, 자회사 매각 조치, 사명 변경 등

 

1993년 포철 개혁의 또 다른 측면은 거래업체, 즉 철강 수요업체와의 관계개선이었다.

그해 4월 27일 경인지역 수요업체를 대상으로 열린 간담회. 조말수 사장은 수요업체와의 관계개선을 다짐했다.

“여러 사장님들, 그간 포철로부터 얼마나 시달렸습니까. 그런 애로사항을 속 시원히 말해 보세요. 이제부터는 포철의 부장 차장이 가더라도 점심값을 내지 마세요. 그 비용은 포철에서 내겠습니다.”

포철의 고압적인 판매태도에 시달려온 거래처 사장들은 조 사장의 말이 뜻밖이었다. 물론 믿기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때 이후 포철의 판매담당 직원들의 태도가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게 철강업계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이 방안에 따르면 포철은 중소업체와의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우수기자재 공급업체의 납품 계액기간을 종전 1~3년에서 5~10년으로 대폭 연장, 장기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또 우수납품업체에 대해서는 계약보증금 납부를 면제해 주고 일반공급사에 대해서도 지체상금상한액 설정, 원가절감 기여품목에 대한 계약금 보전등의 각종 규제를 완화해 주기로 했다.

포철은 입찰 또는 구매계액시 공급업체에 대한 부가세공급가액 증명분, 국세및 지방세 완납증명서등 공공기관발급서류를 7종에서 1종으로 줄이기로 했다.

포철은 수요자중심의 판매혁신이라는 기치아래 중소기업에 대한 어음할인및 결제연기, 이자율인하, 외상판매시 담보제도 완화, 수요자부담 수수료 경감 등 거래조건을 완화, 시행했다.

 

이와함께 새 경영진의 또다른 목표는 사원분위기 쇄신. 이를 위해 국민기업으로서의 친근한 이미지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라는 회사명을 바꾼다는 방침이다. 10월까지를 시한으로 잡고 있는 포철의 새이름은 「포스코」, 「한국제철」, 「신한국제철」등이 거론되고 있었다.

(2002년 3월 15일 포항종합제철(주)는 회사이름을 공식적으로 (주)포스코로 변경했다.)

또한 서울지역근무자들의 주택문제를 해결학 위해 서울시내에 2천평의 부지를 마련, 25평형규모의 임대아파트 2백세대를 건립키로 하고 추진했다.

 

6월 2일 포철은 업종전문화의 일환으로 오는 96년까지 현재의 21개 자회사 가운데 풍국정유, 승광등 2개사를 매각하고 7개사를 통폐합, 자회사수를 12개로 줄인다는 내용의 회사구조개편안을 상공자원부에 제출했다. 이 개편안에는 또 현재 7개인 손자회사(자회사의 자회사)중 4개사를 매각하고 18개 단순출자회사도 지분매각을 통해 4개사로 축소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개편안에 따르면 포철은 94년 상반기까지 1단계로 풍국정유를 매각하고 업무연관성이 많은 경안실업과 코일센터, 포항강재와 포항도금강판, 제철엔지니어링과 세마종합건축을 각각 총합, 자회사수를 17개로 줄인다는 것. 이어 96년까지 2단계로 승광을 매각하고 포항특수석판을 포철에 흡수하고 포스데이타와 제철전기콘트롤을 통합하는 등 자회사수를 12개로 줄이기로 했다.

또 7개의 손자회사가운데 한국소프트행크, 코손화학, 대한소결금속등 3개사만 남기고 94년중 제철세라믹 여주엔지니어링 하이컴퓨터등 3개사를, 96년까지 클라스투라하우저만사를 정리키로 했다. 18개 단순출자회사 가운데 대경특수강 코리아니켈등 대성기업 삼정강업등 4개사의 지분을 제외하고 14개사의 지분을 전액 매각키로 했다.

 

포철의 새경영진은 이같은 개혁은 해외에서 인정을 받았다.

지난 6월 29일 미국뉴욕현지에서 2억달러규모의 양키본드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포철자금담당자는 조마조마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결과가 발표됐고 미상무부가 한국산철강재ㅇ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판정부과를 최종판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결과는 좋았다. 포철은 국내기업으로는 동일만기조건(10년)에서 가장 낮은 표면금리 6.6%~5%의 금리로 본드를 발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포철측은 무엇보다도 세계철강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건실한 경영성과를 내 대외신용도가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포철은 이에 대해 “횡색근무복 폐지에 대해 일부직원들은 일체감 조성과 경비절감을 이유로 반대했으나 근무복이 자율성을 저해하고 현대감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여론이 더 높아 폐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철은 93년 반기중 매출액 3조4,364억원, 세후순이익 1,339억원을 기록, 당초계획보다 1,378억원, 345억원을 초과달성했다. 세후순이익은 당초목표대비 34.7%, 전년동기대비 40.7% 증가한 것이다. 새경영진의 취임후 성적이 장사결과에서 나타난 것이다.

조 사장은 상반기경영실적을 보고받은 뒤 “사원들에게 성과급을 7월중 150%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또 실행했다. 포철개혁이 장사에서 나타난 것이다. 포철은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포철의 순이익 증대에 대해 물러난 박태준 측근들은 “아마 박태준씨가 없어도 경영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뜻에서 홍보를 한 것”으로 보았다. 게다가 “철강제품을 현대, 대우, 삼성 등에 공급하는 포철이 이윤을 많이 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포철은 원가의 10%정도의 이윤만을 붙여서 가급적 싼값에 공급하고 이를 공급받는 업체들이 부가가치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상공자원부는 포철이 순이익을 많이내자 신경제의 일환으로 철강재 가격을 내리라고 압력을 넣었다. 신임경영진들은 이익이 많아났다는 것을 더이상 홍보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신임 경영진들은 경영개혁이 성공하고 있다는 자체평가를 내리고, 10월 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철강협회(IISI)총회에 정 회장과 조 사장이 나란히 참석, 일본 신일철에 이어 제2위의 철강회사로서 그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일부의 비판은 있었지만 신임경영진의 앞길이 순탄한 것만 같았다.

신경영진은 개혁을 통해 「박태준 이후의 포철」, 「그가 없는 포철」이 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음을 과시하려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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