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Vision 2030…금단의 고통
상태바
사우디아라비아의 Vision 2030…금단의 고통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7.11.14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산정책연구원 피터 워드 연구조교

 

“우리는 본래 사막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낙타 젖과 대추야자를 먹고 살아왔다. 우리는 언제든지 다시 사막으로 돌아가서 살 수 있다.” –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금수조치(Oil Embargo) 당시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미 국무장관의 군사행동 위협에 대한 파이잘 국왕(King Faisal)의 응답

“석유는 악마의 배설물이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이십 년 후에는 이를 깨닫게 될 것이다. 석유는 우리의 멸망을 초래할 것이다.” – 베네수엘라 정치인이자 OPEC의 공동설립자 후안 파블로 페레즈 알폰소 (Juan Pablo Pérez Alfonzo)  

 

서언

 

사우디아라비아 (공식 명칭: ‘사우디아라비아왕국’, Kingdom of Saudi Arabia, KSA) 는 큰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 25년의 대부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제1위의 산유국이었다. 그러나, 유가는 2013년 100달러를 상회하며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그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세계 경제는 지정학적으로 불안하고 환경적으로 파괴적인 석유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석유에 의존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를 다각화하려는 노력은 31세의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MBS)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다. 그의 지휘 하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맥킨지 앤드 컴퍼니(McKinsey & Company)에게 경제 분석 및 정책 권고를 의뢰했다. 맥킨지의 자문을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 2030’ (Vision 2030)이라는 포스트오일(post-oil) 시대의 번영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했다. 비전 2030은 단기적으로 정부 지출 감축 방안은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포스트오일 시대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어떻게 무엇을 계획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비전2030이 주로 초점을 맞춘 분야는 공공투자, 민영화 및 재정 균형이다.

단기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재정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민영화를 추진하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맥킨지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공공서비스의 민영화와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미래의 포스트오일 시대의 열쇠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공공 사업과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동시에 추진하면 일자리가 늘기 보다는 줄어들 것이고, 이에 따라 일반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부문은 규모가 엄청나서 전체 근로자의 65%를 고용하고 있다. 공공 서비스의 민영화는 대부분 감량 경영(=정리해고)을 동반한다. 민영화를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정부의 지출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서비스 비용을 직접 지불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조치만으로 진정한 포스트오일시대를 위한 경제 다각화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비전 2030의 다른 주요 요소는 대규모 공공사업과 정부 투자인데, 이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의 낙후된 민간 부문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간 부문은 절대적으로 정부에 의존한다. 그런데 비전2030은 이러한 의존도를 해결한 실질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민영화를 통해 민간 부문이 즉각 활성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담고 있다.

비전 2030을 통해 국가의 재정적 여유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추가 차입을 할 수 있고, 비대해진 정부 부문을 단계적으로 축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공사업만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왕국을 변모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안고 있는 문제는 좀더 제도적이고 근본적이다. 해결책도 그래야만 한다.

 

< 비대한 정부, 정부의존적 사회 >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머니(petrodollars)로 후한 복지제도와 개발 사업을 운영해왔다. 그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사치스러울 정도의 복지 급여를 주고, 평생고용 및 고액 보수가 보장되는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민간 부문에서 일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인의 평균 보수는 공공부문의 임금의 60% 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는 총 GDP의 4% 이상을 에너지와 물 보조금으로 지출하는데, 이는 일종의 역진적 복지제도이다. 부유한 가정일수록 가전제품도 많고, 집도 크고, 자동차도 크기 때문에 부유층에 에너지 및 물 보조금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간 부문은 석유 수출에 크게 의존한다. 지난 십 년 동안 정부는 공공 지출에 아낌없이 투자했던 바, 2013년 물가 기준 총 7,000억 달러(GDP의 약 11%)에 이르는 공급 계약을 민간 업체들과 체결했다. 이로써 정부는 민간 부문의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정치경제학자인 스테픈 허토그(Steffen Hertog)는 사우디아라비아 민간 부문의 투자와 성장은 공공부문의 성장과 궤를 같이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정부 지출에 대한 의존도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간 부문은 다른 선진국들의 그것과 질적으로 다르다. 사우디아라비아 민간부문의 근로자들은 거의 다 외국인이며, 외국인 근로자들은 전체 인구의 삼분의 일을 차지한다. 이렇듯 외국인 근로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 민간 부문에서 중추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자들이나 맥킨지의 컨설턴트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한 큰 계획을 세우면서 이들을 거의 잊고 있다. 결정적인 과오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예산의 45%를 공공 부문의 봉급(GDP의 약 15%)으로 지출한다. 공공부문의 고용 성장률은 2001년에서 2012년 사이에 평균 6%였으며 2014년 및 2015년에도 공공 부문의 고용은 계속 확대되었다. 이는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의 거의 67%가 공공 부문에서 일한다. 생산 가능한 연령의 성인 남자들 중 상당수(78%)는 경제 활동 인구에 속하지만, 여성들의 고용률은 20%에 그친다. 총 실업률은 5.6%로 매우 낮은 편이며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인 사람들의 실업률은 11.5% 다. 인구의 약 45%가 25세 미만이고, 청년실업률은 약 31%로 추정된다. 이를 보더라도 기존의 석유 의존형 경제가 젊은 층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유가가 다시 오른다 해도 새로운 접근방식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비전 2030의 허상 >

 

서양의 경영 컨설턴트들은 사우디아라비아 및 걸프 연안국들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2030은 2016년에 발표되었다. 바레인(2008년 발표)과 UAE(2008년 발표)도 나름대로 경제비전 2030(Economic Vision 2030)이 있었고, 오만은 ‘비전2020(Vision 2020)이 있었다. 이 계획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재정 긴축, 에너지 및 물 보조금 제도 개혁, 민영화, 그리고 외국인투자 유치를 근간으로 한, 전형적인 맥킨지 자문을 기반으로 구상된 계획들이다.

2015년 12월, 맥킨지 앤드 컴퍼니의 독립적 연구기관인 맥킨지글로벌연구소 (McKinsey Global Institute, 이하MGI)는 “석유 이후의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와 생산성의 변혁”(Saudi Arabia Beyond Oil: The Investment and Productivity Transformatio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의 목적은 석유로 인한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부유한 국가로 남아있기 위한 필요한 핵심적 과제를 개괄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 보고서의 ‘잠재력 완전 실현(full potential)’ 시나리오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GDP가 2014년부터 2030년까지 2배로 증가하고, 가계소득은 60% 증가하고(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20% 감소 예상) 실업률은 7%로 감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비대한 정부 부문을 해결하기 위해, MGI는 공공 부문의 급여를 2030년까지 40% 감축할 것을 권고한다. 일하는 국민 중 70%가 공공 부문에 고용된 국가에서는 정치적으로 거의 이행이 불가능한 계획이다. 여기서 MGI는 더 많은 국민들이 민간부문에서 더 좋은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포스트오일시대의 성장 동력으로 관광과 도소매 부문이 언급하면서 두 개 부문이 전체 GDP와 고용 성장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에서는 관광 관련 산업의 연 11% 성장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의 고용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관광 및 도소매 부문은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공공 부문의 편안한 일자리와 후한 보수에 익숙해진 150여만명의 사우디아라비아인들은 임금구조가 파격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민간부문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인에는 노동자층이 아예 없기 때문에 그 동안 대체인력으로 외국인들을 고용해왔다.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인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임금을 받고 일해왔다. 정부가 외국인들(전체 인구의 삼분의 일)을 대상으로 시행한 주요 정책은 소위 ‘외국인세(expat tax)’라는 세목으로 세수를 올리는 것이었다. MGI보고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즉, 이들은 경제 및 사회 개발을 위한 소도구일 뿐 결코 사우디아라비아 사회에 완전히 통합되지는 않을 것으로 간주한다.

또한, MGI보고서는 광업, 첨단 제조업 및 건설업도 성장 동력과 일자리 공급원으로 언급하였다. 하지만, 이 부문들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전망치는 매우 비현실적이다. 예컨대 보고서는 첨단제조업이 22%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이 부문들에서 기술 투자와 조직의 효율성 개선으로 급성장이 이루어져도, 인력의 대부분은 고용 비용이 낮고 해고가 용이한 외국인 노동자들일 것이다. MGI는 민간 부문에서 늘어나는 일자리의 50% 이상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설사 전망치만큼 고속 성장을 한다 해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맥킨지그룹에게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중동지역의 주요 고객이므로 소요 비용을 부풀려 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MGI가 경제 전환 비용으로 제시한 4조 달러(2016년 GDP의 620%)는 경제 전환의 막대한 소요 비용을 보여주는 실제 수치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표1> 참조) 맥킨지는 초기의 집중적인 공공투자 후 15년 동안은 투자의 대부분을 민간 부문이 담당할 것이고 비(非)석유부문에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표1> 맥킨지글로벌연구소가 세분화한 최적의 투자 전략

The Pain of Withdrawal the Saudi 2030 vision_Peter Ward(170928)_Chart1

 

▲ /자료: 아산정책연구원

 

2003-2013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전체 투자의 절반이상을 석유화학 부문에 배정하고(전체의 56%), 투자의 대부분도 석유 자금으로 충당하는 등 투자가 석유 부문으로 집중되었다. 석유화학 부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일한 경쟁우위 부문으로서, 다른 부문들은 이렇다 할 만한 경쟁력이 없다. 석유부문을 제외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기본적으로 고비용-저생산성 경제다. 국내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근로자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쟁력이 부족한 이런 민간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 공공투자를 통한 석유-복지(petro-welfare)의 종말? >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2030(2016년 발표)는 MGI보고서의 낙관적 전망에 따라 작성되었다. 비전2030의 양대 목표는 정부의 재정을 개선하고, 석유에 집중된 경제를 다각화하는 것이다.

단기적 관점에서, 재정 지속가능성(fiscal sustainability)을 위해서는 물과 에너지 보조금 개혁이 핵심이다. 에너지와 물 가격을 시장 수준으로 정상화시키는 것은 국민들에게 대대적인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던 기존의 석유 국가(petro-state)형 복지 제도의 종말을 뜻한다. 비전 2030에서는 개혁을 통해 절감될 비용을 현재 GDP의 8%로 예상한다.

실제로 비전2030의 핵심은 재정 균형의 확보다. 이를 위해 광범위한 세금 인상(부가가치세, 외국인세)과 공공지출 감축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자산조사형 가족수당(means-tested family allowance) 제도까지 도입함으로써 빈곤층에 좀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이다. 정부의 복지 혜택을 실질적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방향을 재설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수혜자는 자국민으로 국한되기 때문에 정작 복지 급여를 더 필요로 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의 다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전2030의 경제다각화 전략은 명확하지 않다. 다각화 전략은 주로 적극적인 정부 투자와 민영화로 이루어져 있다. 공공 서비스(주로 보건 및 교육)를 민간이 제공하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병원, 학교 건립, 해수 담수화 및 전력산업의 일부 등을 민영화한다는 계획이다.

민영화 계획 중 가장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것은 ARAMCO를 1,000억 달러에 상장(IPO)하고 5%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즉,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Public Investment Fund)가 주도하는 투자 붐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민영화는 외국인투자와 경제성장을 촉진과 함께 정부의 부채 감소를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들의 부담이 올라간다는 것이 쟁점이다. 또한 민영화는 해당 부문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뒤따르기 때문에 심각한 정치적 파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 부문의 대부분은 비효율적이고, 고용된 인력이 너무 많다. 민간 기업처럼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려면 정리해고와 – 인력 비용을 절감해주는 –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지금 있는 일자리도 줄고 미래의 고용도 줄어들 것이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나 일할 기회가 없어진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일까? 아니면, 자신들을 통치하는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왕족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할까?

사우디아라비아는 외환보유가(약 5,000억 달러)가 많다. 과연 경제 변혁을 위해 이 자금을 풀까?29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은 첨단 산업, 엔터테인먼트, 교육, 관광, 물류 및 금융을 포함하는 다중접근 개발전략을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MGI의 권고에 따라 정부의 초기 투자를 통해 일곱 개의 주요 건설 사업이 시행되었다.30그러나 인프라 확충을 위한 공공 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린다고 근본적인 문제 – 사우디아라비아가 고비용 저생산성 사회라는 사실 – 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사업을 추진해도 정부의 하청과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는 민간 부문은 정부가 지급할 자금이 있는 동안만 근근이 버틸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부동산 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성장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업하려면 워낙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 활성화되기 어렵다. 국내의 민간 투자 역시 정부가 지급할 자금이 있는 동안만 이루어질 것이다. 수입이 줄어들면 정부는 이내 긴축 재정으로 돌아설 것이고 국내의 민간부문도 동반 위축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인들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복지 급부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국민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부모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며 민간 부문에서 일할까? 아니면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정통성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할까?

 

< 결언 >

 

사우디아라비아의 변혁은 고통스럽고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컨설턴트의 보고서는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고비용 저생산성 국가라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출은 단기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킬 지는 모르지만, 장기적 성장을 촉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려면 임금 삭감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미 정치적 우려 때문에 삭감 규모를 대폭 줄였다. 민영화 계획을 추진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몇 번에 걸쳐 거액의 수입을 올릴 것이다. 그러나, 민영화는 궁극적으로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민영화로 벌어들인 자금을 모두 사용한 후에도 여전히 같은 문제가 남아 있게 된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인프라 부문의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민간 부문의 일자리는 늘어나는 대신 줄어들 것이다. 경제 전환을 추진한 다른 국가들의 예에서 보듯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부 주도형의 경제의 변혁에는 경제적 및 사회적 고통이 뒤따르게 마련이고 이는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30년간 정부의 역할을 바꾸고 시장을 활성화한 국가들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처음부터 가난했던 나라들의 경우 기존의 정치 체제를 유지한 채 산업혁명을 진행하면서 점진적으로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련연방처럼 석유로 많은 수입을 올리는 국가를 포함하여 선진국들은 잉여 산업 인력, 전근대적인 생산 방식 및 낮은 수익성 때문에 경제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단행하기로 결정한 국가들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엘리트 지배 계층은 당연히 중국식 모델을 선호한다. 즉, 권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경제 확장을 총괄하는 것이다. MGI는 자원의존성에서 벗어나 관광 및 제조업의 활성화로 경제 전환에 성공한 국가들을 벤치마크했다. 그러나 생산성 증대를 위해 정부가 대규모로 기술 투자를 해도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간 부문이 저임금 외국인근로자에 크게 의존한다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투자 활동이 끝나고 모든 것이 정상화되면 안정적인 사무직 일자리도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것이다.

잠재적인 물류 및 금융허브에 주목하는 오늘날의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일자리 공급이 위축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투자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소비자들은 당분간 지출을 계속 줄일 것이고,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을 원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아시아에는 싸고 숙련된 인력을 보유한 매력적인 투자 대상국들이 많이 있고, 아프리카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석유로 더 이상 수입을 올릴 수 없게 되면 사우디아라비아도 앞선 아랍 국가들처럼 경제적 쇠퇴와 함께 사회적 붕괴를 경험할 수 있다. 최근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일부 계획을 취소하거나 규모를 축소시켰다고 한다. 비전2030은 애초부터 지나치게 야심차고 모호했다. 현재, 사회경제적 및 정치적 파장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계획이 원안대로 이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성공적으로 경제를 변혁시키고 사회경제적인 비극을 피하려면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아산정책연구원 홈페이지에서 따온 것으로, 이 연구원의 피터 워드(Peter Ward, 사진) 연구조교의 글이다. 고려대학교 한국사 학사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석사과정 재학 중이다. 연구관심분야는 북한 사회와 경제, 미국 정치, 남한 정치, 경제사회학이다. 원제는 「금단의 고통: 사우디아라비아의Vision 2030」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