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56) 현대차,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 선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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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56) 현대차,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 선언, 까닭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0.16 0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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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중요성 확대
현대차, 2030년까지 SW에 18조 투자
인력양성 체제 구축 당면 과제로 부상
현대차그룹 ccOS 플랫폼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된 제네시스 GV60. 사진제공=현대차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웨어 회사로 대전환을 선언했다.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 바꿔 새로운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다. 현대차그룹은 모든 신차에 무선 업데이트(OTA) 기능을 적용하는 등 기술 강화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18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의 변신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이 소프트웨어에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대전환'을 선언해서다.

지난 12일 현대차그룹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대전환을 선언했다. 사진제공=현대차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 현대차의 청사진

현대차는 2023년 신차부터 탑재하는 OTA(Over The Air·무선 업데이트) 기능을 통해 수시로 차량과 통신망을 연결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단행한다. 이를 통해 브레이크·조향장치·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같은 하드웨어의 성능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된다. 테슬라는 2021년 OTA를 가장 먼저 상용화해 차량 리콜도 무선 업데이트로 대체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엔 전 세계 현대차 가운데 약 2000만대가 통신망과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또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G90 신차에 최초로 자율주행 3단계 기술을 탑재한다. 자율주행 3단계는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가·감속, 차선변경 등 대부분의 주행을 혼자 수행하는 기술이다. 현대차는 원격 자율주차 기능, 지금보다 연산 기능이 10배 뛰어난 자율주행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장치도 2025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자체 개발 OS(운영체제)인 ‘ccOS’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엔비디아와 협업한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을 위해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를 신설한다. SDV 관련 기술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담할 조직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유럽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대적으로 채용하고, 빅데이터 센터 구축 같은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 모두 18조원을 투입한다. 현대차는 SDV 전환이 완료되면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차량의 설계·제조 과정이 단순해지면서 제조 원가의 20%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차가 SDV 부문에 막대한 투자를 결정한 것은 이 기술이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 경쟁력 판도를 좌우할 핵심으로 판단해서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소프트웨어에만 2019년 70억유로(약 10조원)를 투자해 소프트웨어 개발자 6000여 명을 채용하기로 했고, 도요타도 향후 소프트웨어 인력을 1만명 이상 늘리기로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이 추구하는 미래 최첨단 상품의 경쟁력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면서 "우수인재가 있는 곳에 인공지능(AI) 연구소를 설치해 관련분야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개방형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W=미래차 경쟁력' 인력 양성·확보 '후끈'

미래 모빌리티가 자동차라는 하드웨어 기반 기계에 소프트웨어 바탕의 전자 장치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은 필수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폴크스바겐과 다임러,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별도의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기술과 인력 화복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인력 양성 및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지난 7월13일 펴낸 '플랫폼 기반 미래차 소프트웨어 산업의 인적자원 매칭' 보고서를 종합하면 인력 양성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보고서는 IT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분야 인력 수요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채용공고 186건 중 79.5%가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전동화 등과 관련된 정보통신 인력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유망신산업 산업기술인력 전망도 궤를 같이 한다. 미래차 산업기술인력은 2018년 5만533명에서 2020년 7만2326명 수준으로 늘었고, 2030년에는 10만7561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외 자동차 기업도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에 적극적이다. 현재 4000명 이상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폴크스바겐그룹은 2025년까지 1만명까지 증원한다는 목표다. 스텔란티스 또한 현재 1000명 정도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2024년 4500명 수준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보고서는 "미래차 소프트웨어 인력의 수요가 플랫폼 중심으로 현저히 증가하고 있고 이를 대응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미래차 산업의 국제적, 국내적 상황에 맞게 단기적으로 개선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중점 교육센터 구축 및 광역거점 대학을 연계한 종합적 인력양성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 표준 소프트웨어 플랫폼 '오토사(AUTOSAR)' 트렌드는 수년 내 미래차 산업의 플레이어를 차별화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국내 자동차 업체 중 특히 부품사의 대처는 매우 부족한 실정으로 이를 위한 오토사 활용 인력양성을 통해 중소기업의 글로벌 품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 "산·학·연 협력 오토사 융합교육과정, 산·학 연계프로그램 및 집중 교육과정 추진이 필요하다"며 "국내 보급 확산 및 산학연 협력을 통한 활성화를 위한 실증이 가능한 교육센터를 대학 내에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SDV(Software-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를 뜻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관장하는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자동차는 기계공학 중심의 하드웨어가 주를 이뤘지만, SDV는 그 반대다.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주행 성능은 물론 편의 기능, 안전 기능, 심지어 차량의 감성 품질과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까지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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