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선 넘은' 연예인 뉴스,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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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선 넘은' 연예인 뉴스, 이대로 좋은가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1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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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박수홍의 가족사가 연예 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박수홍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의 모든 연예 활동에 가족사가 함께 따라다니고 있는 것. 연예인이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산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재능을 보여주는 직업이다. 배우라면 연기를, 가수라면 음악을, 박수홍처럼 개그맨이라면 대중에게 웃음을 주어야 생존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연예인들이 본업 아닌 활동으로도 미디어에 관심을 끌게 되어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는 경우가 많다. 

연예 뉴스의 범위는 어디까지?

요즘 연예계 뉴스는 크게 두 범주로 나뉜다. 연예인 본인 관련 뉴스와 연예인 가족과 관련한 뉴스로. 

먼저 연예인 뉴스를 세분하면 세 분야로 나뉜다.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거나 앨범을 출시하는 등 본업과 관련한 뉴스, 그리고 오늘 무엇을 입었는지 혹은 무엇을 먹었는지 등 일상을 소개하는 뉴스가 있다. 여기에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거나 마약 단속에 걸렸다는 소식 등 연예인의 각종 사건 사고를 다룬 뉴스도 빠질 수 없다.

연예인 가족 뉴스는 크게 두 종류다. 배우자나 자녀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뉴스와 연예인 가족이 벌인 각종 사건 사고 뉴스가 그것이다. 이렇듯 연예 미디어들은 연예인 뉴스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비연예인인 가족들 소식까지 뉴스로 다루고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 언론이 많아지기 전, 그러니까 인쇄 매체가 언론의 큰 축이었던 시절에는 지면 관계상 다룰 수 있는 연예인 뉴스는 양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지면 제한이 없는 인터넷 미디어 세상이 되자 뉴스 공급원이 무제한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그만큼 소재도 다양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연예인의 본업 활동 외의 일상 모습도 뉴스가 되더니 이도 모자라 연예 매체들은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닌다. 아니 그들의 SNS를 받아적는다.

입방아를 찧거나 혹은 진실을 밝히거나 

언론은 공정해야 하지만 때로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경우가 많다. 연예인 소식을 다룰 때 특히 그랬다. 진실을 밝혀내기보다 의혹을 제기해 대중의 클릭을 유도하면 그만이다. 그 의혹이 거짓으로 밝혀져 정정 기사를 내도 아무런 소용없다. 이미 대중에게는 의혹이 사실로 각인되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에게는 치명상이 아닐 수 없다.

각종 의혹으로 제기된 연예인의 학투, 빚투, 미투를 따져보면 정확한 사실을 알기 힘들다. 당사자 각자의 사정과 의견이 있어서이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의혹이 사실로 굳어졌을지도 모른다. 연예 미디어들은 그 의혹을 제기한 기사의 조회 수만 신경 쓰고 이후 어떤 결말이 났는지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미디어에는 쫓아가야 할 새로운 이슈가 계속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연예인들은 연예 매체를 의지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가십 소재로 여길 수 있지만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대중에게 진실을 알릴 수도 있다. 배우 김혜수가 그런 사례였다.

김혜수에게 지난 2019년 어머니의 빚투 논란이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김혜수 명의로 지인들로부터 큰돈을 빌린 후 갚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하지만 김혜수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언론에 어머니의 부채 때문에 불화를 겪고 있는 것을 밝히며 문제의 책임은 당사자인 어머니에게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의혹이 퍼지자 김혜수 측은 변호사와 언론을 활용해 변제 책임이 없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에 대해 당시 언론들은 사실관계를 소상히 밝혀주었고, 대중들은 김혜수에게 동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이후에도 배우 한소희 어머니의 빚투가 터졌지만 배우 측에서 밝힌 사실관계를 연예 매체들이 자세히 다룬 이후 의혹은 사그라들었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사정을 잘 아는 기자의 응원 기사가 인터넷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기사는 소녀 가장 혹은 소년 가장이 된 연예인들의 사례를 들며 연예인의 인기에 빨대를 꽂는 부모나 가족을 비판했다.

그즈음 박수홍과 가족 간에 벌어지고 있는 송사가 크게 알려졌다. 대체로 언론은 박수홍에게 동정적이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연예인이 세상 물정에 밝은 가족을 믿고 모든 것을 맡겨버린 바람에 이 사달이 벌어졌다면서. 

결과적으로 박수홍에게는 결혼해서 얻은 가족, 아내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기사들을 보면 박수홍의 부모도 그의 편은 아닌 듯하다.

가족간 법적분쟁중인 방송인 박수홍. 사진=연합뉴스

굳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박수홍과 가족이 검찰에서 대질하던 지난 4일에 벌어진 사건은 그날은 물론 여러 날을 연예 미디어가 앞다투어 다뤘다. 특히 당일에는 근무일지를 보는 듯했다. 검찰에서 병원으로 또 집으로 옮겨가던 박수홍을 따라다니며 매 순간 속보를 낸 연예 매체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매체들은 사건 경과를 박수홍이 출연하는 방송에 맞춰 업데이트하고 있다. 

그런데 그 정보들이 과다하게 혹은 자극적으로 보이는 건 필자만의 편견일까. 연예인의 안타까운 가족사를 이용해 대중을 유인하고 클릭을 유도하는 도구로 소비하려는 언론의 속내가 엿보이기만 하는데.

최근에 만난 어느 엔터테인먼트 회사 관계자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회사로서는 그런 관심이 호재라고, 오히려 무관심보다는 좋다고 했다. 연예인에게 두려운 것은 대중에게 잊히는 것이라고, 그래서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서 치부라고 할 수 있는 것까지 밝히는 것 아니겠냐고도 덧붙였다. 그것을 받아 적는 매체에도, 연예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

대중의 알 권리와 언론의 밝힐 의무에 더불어 연예인들의 알려지고 싶은 바람들이 지금의 연예 뉴스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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