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ARM, 인수와 성장 사이…이재용과 손정의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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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ARM, 인수와 성장 사이…이재용과 손정의의 만남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10.04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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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ARM 인수로 시스템 반도체 강화 기대
업계 "ARM 단독 인수 사실상 불가…중립 생태계 붕괴"
손정의 회장 방한 직전 IPO 전문가 새 CFO로…상장 무게
방한한 손정의(오른쪽) 소프트뱅크 회장과 함께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그룹 회장이 만났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ARM과 관련해 전략적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여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1일 오후 3시쯤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했다. 그는 방한 목적으로 "비즈니스"라고 밝혔다. 

ARM 인수로 시너지 기대하는 삼성전자

ARM은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 후보 명단에서 항상 빠지 않고 등장했던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ARM 인수로 사업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선 점유율이 높지 않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등 시장조사 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스마트폰 AP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6.6%에 불과하다. 1위 퀄컴의 점유율은 37.7%이고 미디어텍은 26.3%, 애플은 26.0%다. 이미지센서의 경우 1위는 소니(43.5%), 2위는 삼성전자(18.1%),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의 경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5.7%, 노바텍 24.6%, LX세미콘 10.9% 등이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명실공히 1위 기업이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인 상황이다. 더욱이 메모리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만들기가 어려워 이익률도 높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포함)의 비율은 25대 75정도다. 

ARM의 시장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중 90%, 태블릿의 경우는 85%가 ARM의 설계도를 사용한다. 사실상 독점이나 다름없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퀄컴·애플 등이 ARM의 고객사다.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AI반도체와 서버용 반도체 설계도 상위권이다.

그래서 매출의 규모보다는 IP에서 나오는 영향력이 엄청나다. ARM의 수익원은 수수료다.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받는다. 비상장사라서 정확한 데이터는 공개돼 있지 않지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 추정에 따르면 2019년 ARM 매출은 약 2조1200억원, 2020년은 2조2000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수천억원의 로얄티를 건네고 있다.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손정의 회장의 방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수까지 넘어야 할 과제 산적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125조원 규모다. ARM의 인수대금이 85조원에서 최대 100조원대 규모로 점쳐진다. ARM 인수를 위한 '실탄'은 갖춘 셈이다. 손 회장은 2016년 ARM을 당시 320억 달러(약 44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시스템 반도체 부문 경쟁력 강화라는 이점에도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먼저 ▲천문학적인 인수금액이다. 2020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인수에 나섰을 때 ARM이 제시했던 가격은 400억 달러(당시 기준 약 56조원)였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공급망 이슈 등이 불거지면서 ARM의 몸값은 치솟아 700억 달러(약 100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아무리 삼성전자라고 해도 혼자서 감당하기엔 위험이 너무 크다. 

▲반독점 규제도 장벽이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좌절됐던 것도 미국, 영국, 유럽 등 경쟁 당국 규제를 넘지 못해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단독 인수보다는 다국적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금액 리스크를 낮추고 반독점 규제 이슈도 피해가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SK하이닉스와 합종연횡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까지 ARM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은 퀄컴, 인텔, SK하이닉스 등이다. 

일각에선 단독 인수가 아니면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ARM이 특정 기업에 단독 인수될 경우 애플, 퀄컴, 삼성전자 등 수백개 기업이 유지해 온 중립성이 깨지고 생태계가 붕괴된다"면서 "사실상 단독 인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고 투자에 참여하더라도 경영권을 행사할 만큼의 유의미한 지분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소규모 지분 확보에 그칠 경우 IP(지적재산권) 단가 협상에서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는 있겠지만 경쟁사들과 공동 투자로 기술 공유 문제 등 목표했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정의 회장이 ARM의 매각이 아닌 삼성전자와 기술제휴 강화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IPO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손정의, 매각보다 상장에 무게?

업계 관계자는 "손정의 회장 편에서 보면 ARM의 아키텍처 지배력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급선무"라면서 "삼성전자와 기술 제휴 강화에 집중하면서 ARM의 가치를 키워 IPO로 가는 그림을 그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손 회장이 한국까지 날아와 이 부회장을 만난 것도 ARM의 전략적 제휴가 급해서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손 회장은 방한에 앞서 ARM의 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기업공개(IPO) 전문가를 영입했다. 매각보다는 상장에 무게를 싣는 행보로 풀이된다. 

ARM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홈페이지에 30년 넘게 재무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쿠팡 이사회 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출신의 제이슨 차일드(Jason Child)를 CFO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ARM은 "차일드 CFO가 고성장 기업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글로벌 금융 기능을 확장하는 데 30년 이상의 경험을 쌓았다"고 설명하며 "오는 11월 2일 회사에 합류해 ARM의 글로벌 재무 부문을 이끌 예정"이라고 밝혔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상장 기업에서의 재무 관리 및 IPO 실행에 대한 차일드 CFO의 광범위한 경험은 잠재적인 상장을 준비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차일드 CFO는 "ARM은 창립 이래 반도체 산업에서 놀라운 혁신과 리더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세계적인 수준의 반도체 부문 리더이며 이 흥미진진한 시기에 CFO로 합류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일드 CFO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에서 10년 넘게 재무 이사를 지냈고, 이후에는 미국 소셜커머스 기업 그루폰에서 4년 이상 CFO로 일하며 기업공개 추진에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 6월 ARM을 기술주 중심의 미국 뉴욕 나스닥에 상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다만 영국 런던 증시에 상장하라는 요청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IT(정보통신) 전문매체인 더레지스터는 이날 "ARM이 기업공개를 앞두고 새 CFO를 영입했다"면서 "ARM이 언제 기업공개에 나서게 될지, 또 어느 증권거래소에 상장할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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