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통화 약세] ③블룸버그 "한국이 가장 위험"…심상찮은 '무역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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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통화 약세] ③블룸버그 "한국이 가장 위험"…심상찮은 '무역적자'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9.30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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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전일 대비 8.7원 하락한 1430.2원에 마감
무역수지 적자 확대… 8월 경상수지도 적자 전망
경기·부채 관련 신용리스크 가시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달러·원 환율이 지난 22일 이후 연속 1400원대를 기록하며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나타나는 강달러 현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유럽의 에너지 수급 위기 등이 겹친 결과다. 특히 일본과 중국, 한국 통화들이 취약성을 보여 아시아권 제2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환율전쟁'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미국의 블룸버그가 한국의 원화를 필리핀 페소, 태국 바트와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한 통화로 꼽았다. 올 하반기에도 국내 경제는 악재가 산적해 있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7원 하락한 1430.2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1426.7원까지 내렸으나 등락을 반복하며 1430원선에 장을 마쳤다. 

이날 한중일 통화는 혼조세를 보였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위안 거래 기준환율을 전장대비 0.0104위안(0.15%) 내린 7.0998위안에 고시했다. 달러·위안 환율 하락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의 상승을 의미한다. 

반면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전 전장 뉴욕 대비 0.14% 오른 144.604엔에 거래됐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교역조건 사상 최악 기록

17개월째 이어진 교역조건 악화로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8월 경상수지도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 변동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올해 8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2.49로 전년 동월 대비 10.3% 하락했다. 전월 대비로도 0.3% 하락해 1988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를 바탕으로 하면 지난달 물건 하나를 수출하고 받은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건은 0.82개라는 뜻이 된다.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국민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달러·원 환율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돼야 하는데 반도체 가격이 약세를 보인 데다 석유제품과 화학제품 등 수출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92억13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는 1956년 무역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66년 만에 최대치다. 

여기에 7월 상품수지가 10년 3개월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고, 8월 경상수지 또한 적자로 전환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리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경상수지는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흑자폭은 역대 두번째로 가장 큰 폭으로 축소됐다. 한국은행의 '2022년 7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7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100억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동월대비 흑자폭은 66억2000만 달러 축소됐다. 이는 2011년 5월(79억 달러 적자)이후 11년 2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2023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해외에서 거둬들일 투자이익·이자·배당 등을 포함한 경상수지가 413억 달러 흑자인 반면, 수출입지표인 무역수지는 393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경상수지 흑자 폭이 510억 달러로 다소 늘고, 무역수지는 흑자(105억 달러)로 전환한다고 봤다.

한국은행 또한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이 370억 달러에 그쳐 역대 세 번째로 많았던 지난해(883억 달러)에 비해 58%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예상한 내년 경상수지 흑자 전망은 340억 달러에 그쳤다.

대중 무역적자·연준 금리인상·코스피 하락 변수

환율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로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대(對)중국 무역수지와 앞으로 예고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그리고 날로 연저점을 경신하고 있는 코스피 지수가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 4월 6억2000만 달러 흑자에서 5월 10억9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6월 12억2000만 달러 적자, 7월 6억 달러 적자, 8월 3억8000만 달러 적자 등이 이어지고 있다. 4개월 연속 대중 무역 적자는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

수출품목 중 반도체는 성장세를 유지하다 IT 수요 약세, 메모리 단가 하락 등으로 지난달부터 감소세로 전환했다. LCD·화장품 등은 국내 LCD 기업의 생산 중단, 중국의 애국소비 열충 등으로 수출 감소를 겪고 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최근 대중국 수출둔화는 중국 수입에 대한 수요 감소, 중국의 대외 수출과 한국의 대중 수출간 상호 연계성 약화, 중국 수출자급도 향상, 중국 내 한국제품의 점유율 하락 등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이 연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과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여기에 더해 코스피는 연일 연저점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5.44포인트 내린 2155.49에 장을 마쳤다. 어제보다 9.82포인트 낮은 2161.11에 개장한 지수는 장중 2134.77까지 떨어지면서 장중 연저점을 경신했다. 

한은, 다음달 '빅스텝' 놓고 고민…신용리스크 확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다음달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을 밟을지도 주목된다. 

환율 인상 압박을 사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해야 하지만,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릴 경우 자산 가격의 경착륙에 따른 금융위기 위험성이 있다. 결국 금리와 환율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외환당국 역시 달러 매도와 구두개입,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국채 매입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환율을 방어하고 있지만 국제적인 강달러 흐름을 바꾸기는 요원해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방어를 위해서는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외환시장 불안을 잠재우고,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면서 취약계층의 연착륙 방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외적 신용 불확실성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경기와 부채 관련 신용리스크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지속되는 무역수지 적자 기조와 함께 경상수지마저도 적자 전환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이 일차적으로 외환시장에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반도체 등 IT 업황 악화와 부동산 경기 악화도 국내 신용관련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사이클이 다소 완화되기 이전까지 신용위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경계감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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