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연준, 왜 이렇게 강한 긴축에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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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연준, 왜 이렇게 강한 긴축에 나설까?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09.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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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주식시장이 결국 7월초에 기록했던 전저점을 뚫고 내려갔다. 저점 이후 한달 반 정도 오르면서 그래도 바닥은 지나간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피어 오르기도 했었다. 하지만 잭슨홀 미팅에서의 파월 의장 연설 이후 이 기대가 꺾였고, 그로부터 한달 정도 지난 9월에 열린 FOMC이 지나면서 결국 전저점이 깨진 것이다.

코스피는 이제 9월 28일 현재 코스피는 2200포인트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증시를 강타하기 직전인 2020년 2월 초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8월과 9월 파월 의장의 말에 시장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결국 연준이 가지고 있는 물가에 대한 입장 때문이다.

사실 시장 일각에서는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9.1%를 기록한 후 7월과 8월에 8%대로 내려오면서 이제 기다리던 물가 고점이 나타났다는 시각이 등장했었다. 이대로 하락을 지속한다면 언제가 물가는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이고, 연준 역시 긴축 속도를 줄일 것이라는 생각이 퍼졌던 것이다. 당연히 금리는 내렸고 증시는 올랐다.

하지만, 9월 FOMC는 75bp 금리를 인상했고, 더 나아가 파월 의장은 물가에 대한 시장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금까지 발표된 지표로는 물가가 내리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어려우며, 물가가 확실하게 잡힐 때까지 금리를 높이고 유지할 것이라 말한 것이다.

파월 의장과 시장의 물가에 대한 시각차

그렇다면 파월 의장은 왜 물가에 대해 시장과 이처럼 다른 시각을 보였을까? 특히 최근 들어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증시가 고점 대비 20~30% 내렸으며, 부동산 시장 역시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상황에서 왜 이렇게 물가에 대해 과민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을까? 이러한 의문 때문에 그의 발언뿐 아니라 정황적 측면에서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들이 확산되고 있다. 

일단 그의 발언 중 1970년대에 연준 의장에 재직했던 아서 번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한다는 잭슨홀 미팅에서의 발언에 주목한다. 아서 번스는 금리 인상 후 물가가 조금 안정되자마자 완화 정책으로 돌아서는 일을 반복해, 결국 기록적인 인플레이션과 후임 폴 볼커 의장의 살인적인 긴축을 초래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자신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그가 물가에 대해 과민한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한번 형성된 기대 인플레이션은 확실하게 잡지 않을 경우 망령처럼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와 전문가들의 주장임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준이 측정하고 있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것 만으로는 그의 강경한 입장을 모두 설명하긴 어렵다고 판단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선을 넘은 통화정책과 이후의 인플레이션 전망 실패가 이미 아서 번스와 같은 실수였기 때문에 이후 볼커 의장의 역할을 자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볼커의 극단적 긴축에 대해서도 찬반론이 많은 것을 감안할 때 실력이 없는 연준이 더운물과 찬물을 급하게 바꿔 틀어대는 ‘샤워실의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물론 제레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는 이 점에 대해 분노(?)에 찬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국내에서도 ‘문제는 연준의 실력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볼 때 충분히 가치 있는 비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연준이 단순히 명분만을 위해서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는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능력이 부족한 것일까? 혹시 경기 침체,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가 필요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미 연준은 여러가지 이유로 당분간 인플레이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인플레에 강경할 수 밖에 없는 '정치적 요인'

이렇게 생각하면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렇게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중 하나로 미국의 정치적 입장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있다.

즉,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현 바이든 행정부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물가 안정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연준의 긴축 의지가 한결 약화될 것이고, 따라서 11월 FOMC 이후에는 정책 선회의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비슷하면서도 또다른 시각도 있다. 즉, 에너지 가격을 급격하게 떨어뜨려 글로벌 자원 전쟁을 이끌고 있는 러시아를 비롯한 각국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데 연준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사실 과거에도 러시아의 부상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대응은 낮은 에너지 가격이었고,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크리티컬 포인트를 지나 떨어지면 러시아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1998년에는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거쳐 러시아 자체가 모라토리엄을 겪는 상황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물론 이후 외화 채권 발행을 극단적으로 줄여왔기 때문에 이번에 모라토리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의 경우 전체 수출 중 원유와 가스를 포함한 에너지 분야가 40%를 넘어서고, 올해 재정 수입 중 해당 부문에서 발생한 세수 역시 전체의 45%에 달한다. 당연히 이 부문에서의 타격은 러시아 경제 전체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 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1월부터 6월까지 러시아의 재정수지는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 왔고, 5월에는 그 규모도 한달 1.5조루블(원화 36조원 수준)에 달했다. 전쟁을 치르면서도 대규모의 흑자가 유지됐던 것이다. 특히 전쟁 직후 큰 폭으로 절하되던 루블화 가치가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크게 올라, 러시아 정부뿐 아니라 에너지 기업들도 대규모 이익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7월부터는 흑자 규모가 줄고 있다. 러시아의 의도보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비용이 커진 게 주된 요인이겠지만, 유가의 안정과 더 이상 강해지지 않는 루블화가 결국 러시아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이는 유가 급락과 달러화 강세가 필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의미 있게 떨어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수요가 줄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 투자가 늘고, 독일의 경우에는 원전 가동을 연장하고 있지만, 그것 만으로는 화석연료의 가격이 의미 있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미국 내의 임금이나 부동산 가격이 연준 의사 결정을 좌우하는 요소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연준은 자신들의 금리 인상과 이를 통한 글로벌 금리 인상을 유도해 에너지 수요를 줄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긴축은 전쟁이 마무리되거나, 원자재, 특히 에너지 가격이 지금보다 더 크게 떨어질 때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화 강세와 관련해서도 고민할 측면이 있다. 현재 강력한 달러화 강세는 주로 연준의 예상을 뛰어 넘는 속도의 긴축의 결과로만 이해되는 경향이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원자재 수출의 경제 내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통화는 달러화 대비 가치 하락 폭이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가 본격화된 작년 하반기 이후 달러 대비 원화의 절하 폭은 27%에 달하고, 엔과 유로 역시 각각 30%, 23% 절하된 반면, 원자재 수출국인 사우디, 쿠웨이트, 인도네시아, 브라질 통화의 달러 대비 절하 폭은 3~6%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긴축만을 글로벌 달러 강세의 유일한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을까? 혹시 러시아가 불을 붙인 자원 전쟁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하는 달러화 가치 급등의 더 중요한 요인 아닐까?

만약 이러한 상황이라면 연준으로서는 더욱 빠르게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리고, 한편으로는 원자재 수요를 억압해야 할 수 있다. 그리고 수요의 억압은 결국 긴축, 특히 글로벌 긴축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원자재 수요를 줄여 궁극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의 강한 긴축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리쇼어링 속도를 가속화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는 의견이 있다. 즉, 중국과의 패권 경쟁 중 하나인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달러화 강세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근린궁핍화 정책 자체가 중국을 압박하는 요인일 수 있다. 이미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고 있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0여년만에 처음으로 이머징 국가 평균을 밑도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중국의 빠른 성장과 GDP 규모 역전이 부담스러운 미국 입장에서 시간을 벌며 공급망 재편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충분히 선택할 만한 옵션이 아닐까?

연말까지는 자본시장에 대한 방어적 관점 필요

사실 지금까지 논의한 얘기들은 연준 의장이나 위원들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비약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연준의 정책이 글로벌 에너지 무기화나 미중 패권 정책까지 고려된 것으로 보는 것 역시 무리한 얘기일 수 있다.

가장 먼저 지적했던 부분, 즉 당초 생각보다 물가가 고공 행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기에 진화해야 한다는 점 만으로도 지금과 같은 강한 긴축의 이유가 될 수 있기도 하다. 또한 연준이 실제로 능력이 없어서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이외의 다른 이유들도 결국은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으며, 그렇다면 지금 기대보다 강한 긴축이 오래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FOMC가 끝나면 지금의 불안한 자본시장 흐름이 안정될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방어적인 관점에서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나아 보인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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