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름이 브라질 국명이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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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름이 브라질 국명이 된 사연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10.29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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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식민자들, 염료 채취하기 위해 파우브라질 확보에 나서

 

브라질(Brazil)이라는 나라의 이름은 나무에서 유래한다. 파우브라질(Pau-Brasil)이란 나무인데, 영어로는 Brazilwood라고 한다. 직역하면 브라질나무다.

 

1500년 포르투갈 왕실은 대규모 원정대를 조직해 32세의 페드루 알바레스 카브랄(Pedro Álvares Cabral)을 선장으로 하는 대규모 원정대를 조직했다. 원정대는 그해 3월 13척의 배에 군인과 선교사, 승무원을 포함해 1,500명을 태우고 리스본을 출발했다. 폭풍우를 만나고 항로를 이탈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거치며 한달반만에 브라질에 도착했다.

▲ 브라질 개척자 카브랄 /위키피디아

4월 22일 원정대가 해안가 밀림을 탐색하던 중 붉은 나무가 군집해 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불붙은 숯과 같은 나무’라는 뜻에서 그 나무의 이름을 파우브라질이라고 명명했다.

원정대는 이 붉은 나무 몇 조각을 들고 귀국해 마누델 왕에게 바쳤다. 왕은 실망했다. 금이나, 은을 찾아 올줄 기대하고 많은 돈과 인력을 들여 보냈더니, 아무 쓸모짝에도 없는 나무조각을 가져왔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러나 이 나무는 붉은색을 내는 염료로 활용가치가 있었다. 목질이 아주 단단해 현악기의 활을 만드는데도 쓰였다. 당시 유럽의 고급 직물은 붉은색으로 염색했는데, 이보다 좋은 염료는 없었다.

장사꾼들은 돈이 되면 덤벼 든다. 모험심이 강한 상인들이 파우브라질을 구해 팔기 위해 브라질에 몰려들었다. 문제는 노동력이었다. 파우브라질은 무겁고 밀림 한가운데서 서식했기 때문에 운반하기도 어려웠다. 식민자들은 현지 토착민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려고 했다. 토착민은 투피족이었다.

투피족은 원시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 사냥이나 낙시, 채집 등을 하며 이동하며 사는 반유목민이었다. 투피족은 미개해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법을 몰랐다. 무계급사회였고, 교역의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당연히 사유재산이라는 개념도 없었고, 돈을 벌 필요가 없었다.

포르투갈인들은 현지 토착민을 노동력화하는데 애를 먹었다. 1550년대 브라질을 방문한 프랑스 상인 장 로리가 원주민을 설득하는 대화 내용이 전해온다. 동문서답이다.

 

▲ 브라질나무(파우브라질) /위키피디아

 

- 당신들 나라에는 나무가 없소?

▲ 땔감이 아니라 염색에 쓰려는 것이오.

- 나무가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하오.

▲ 우리나라에는 당신이 상상할수 없을 만큼 많은 옷과 칼, 가위, 거울 등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요.

- 당신이 말한 그 부자들은 죽지 않소? 죽은 후에 그 많은 재산을 어떻게 합니까.

▲ 상속자들이 물려받게 되지요.

- 당신들이 대단히 미친 사람인지 이제 알겠소. 당신들은 바다를 건너와 불편하게 생활하면서 당신들보다 더 오래 살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려고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하는 구려. 당신들에게도 기름진 땅이 있질 않소. 우리들이 죽은 후에 땅이 그 다음 사람들을 먹여준다고 일고 있소. 그래서 아무런 걱정 없이 쉴수 있소.

 

문화 충돌이다. 투피족은 파우브라질을 활용해 염료를 만들고, 그렇게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 입장에선 나무가 그냥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 좋았다.

유럽인 일부는 원주민 노동력을 얻기 위해 토착민 여인과 결혼해 원주민 마을에 들어가 살기도 했다. 원주민 전통인 품앗이 노동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런 방식도 허사였다. 그들은 일부러 힘들여 노동을 하지 않았다. 산과 강에 있는 것을 채취해 먹고 살면 그만이었다.

식민자들은 무력을 동원해 원주민을 노예로 만들어 노동력으로 쓰는 잔혹한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마저 소용이 없었다. 일을 하려 들지 않았다. 그들은 노동을 몰랐다. 틈만 나면 도망갔다. 밀림의 지형을 잘 알았기 때문에 원주민 노예들이 탈출하면 잡을 방법이 없었다. 도망을 가지 못한 노예는 차리리 죽음을 선택했다. 노동이 죽음보다 싫었던 것이다.

결국 포르투갈 식민자들은 아프리카 노예를 수입한다. 같은 열대지방 출신이라 기후에 적응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지금 브라질에는 흑인과 혼혈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이때부터 들어온 노예의 후예다.

노동력이 확보된 이후 브라질나무는 대량으로 남벌되었다. 곧이어 나무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지금은 위험수종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파우브라질이 브라질 식민자들에게 돈을 만들어준 것은 잠시였다.

 

▲ 브라질 국기 /위키피디아

그후 포르투갈 식민자들은 밀림으로 더 들어가면서 금과 은의 산지를 발견하고, 일대가 사탕수수 재배지로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파우브라질(브라질우드)의 존재는 금새 잊혀져 버렸다.

하지만 브라질이 독립하면서 라우브라질을 국명으로 정했다. 라우브라질은 브라질의 나라나무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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