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통화 약세] ⓛ금융위기론 확산…"원화 특히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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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통화 약세] ⓛ금융위기론 확산…"원화 특히 취약"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9.27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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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달러·원 환율 장중 1430원 돌파
블룸버그, 취약 국가로 한국·필리핀·태국 지목
외환당국 달러 매도 나서…"아직 걱정할 수준 아냐"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달러·원 환율이 지난 22일 이후 4거래일 연속 1400원대를 기록하며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나타나는 강달러 현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유럽의 에너지 수급 위기 등이 겹친 결과다. 특히 일본과 중국, 한국 통화들이 취약성을 보여 아시아권 제2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달러·원 환율이 1420원에 이어 1430원마저 넘어가면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시장은 현재 원화 가치가 오를 요인이 보이지 않기에 달러·원 환율이 연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일 대비 9.8원 내린 1421.5원에 마감했다. 전날 달러·원 환율은 장중 1435원선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17일(고가 기준 1436원) 이후 약 13년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지난 22일 미 연준이 사상 처음으로 3회 연속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1400원선을 돌파했다. 연준이 연내 한 번 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달러 강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위안화·엔화 화폐가치 급락

중국과 일본의 화폐 가치 역시 원화 가치와 마찬가지로 급락했다. 이에 해외 자본이 아시아에서 빠져나가 '제2의 1997년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전날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0378위안 올린 7.0298위안으로 고시했다. 7위안은 중국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중국이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7위안 이상으로 고시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엔화는 최근 달러당 145엔을 돌파했다. 이에 일본 금융당국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개입에 나섰다. 

이러한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높은 엔화와 위안화의 가치 하락이 신흥국 시장에 대한 공포를 키워 자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16일까지 4주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에서 8억5800만 달러의 자본 순유출이 발생했다. 올해 아시아 이머징 마켓에서 빠져나간 누적 자금은 650억 달러에 달한다.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발생하면서 아시아권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엔화와 위안화의 환율 하락이 가파르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원화·필리핀 페소·태국 바트 위기에 취약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 원화를 위기에 취약한 통화로 지목했다. 

트란 투이레 맥쿼리캐피털 전략가는 "한국의 원화, 필리핀 페소, 태국 바트 등 경상수지 적자 상태에 있는 국가의 통화가 가장 취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한국의 경상수지는 10억9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 흑자였지만, 경상수지의 핵심인 상품수지는 -11억8000만 달러로 201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8월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반도체 업황 악화 역시 무역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다. 역외 투기 세력의 영향으로 국내 외환 수급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통화가 약세 기조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원화는 8월 말 대비 6.5% 절하되며 다른 통화보다 절하 폭이 컸다"며 "이는 글로벌 달러 강세와 중국 경제 부진 영향이 동반되며 나타난 결과로, 국내 수출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어 대외 여건 약화로 인한 여파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킹달러 현상을 자극하는 악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 불안 심리가 확산해 달러·원 추가 상승에 대한 압력이 높다"며 "정부의 환율 방어 정책도 큰 실효를 얻기 어렵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1450원 선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재부 "원화 가치 하락세 과도하지 않아"

환율이 1420원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원화 가치 하락세가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원화의 7월 실질실효환율은 101.4(2010년=100)으로 100보다 높아 저평가 국면에 접어들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국 간 물가 변동이나 교역 비중 등을 반영한 환율로, 100을 기준으로 저평가 여부를 판단한다.

한은 또한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달러 강세에 주로 기인해 올해 중 절하 폭은 주요국 통화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각종 환율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심리는 나날이 악화되는 추세다. 원화 약세 폭이 커지면서 외환당국의 개입도 확대되고 있다. 

전 연구원은 "한은은 2021년 3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 달러를 매도했다"며 "외환보유고의 감소 추세와 당국의 개입 의지를 감안할 때, 올해 2~3분기 달러 매도 규모는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의 이러한 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이 계속되면서 당국은 본격적인 수급 구조조정에도 나서고 있다. 기재부와 한은은 국민연금과 1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외환스왑 거래 실시에 합의했다.

전 연구원은 "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은 환율의 추세를 바꾸는 요인이 되지 못하지만 본질적인 수급 구도 조정은 외환시장의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가 과도해 외환보유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외환보유액이 아직까지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외환당국이 현재 상황에서 조금 더 개입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달러·원 환율 1300원선은 국내 경제 펀더멘털 상으로 버틸 수 있지만 그게 넘어가면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강하게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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