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삼성 "아니다"…'미전실' 부활설 계속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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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삼성 "아니다"…'미전실' 부활설 계속되는 까닭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9.27 14: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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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금융 사장단 26일 한자리
삼성 "미전실·사장단 회의 부활 아니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삼성의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2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회의 직후 오찬에 참석해 사장단과 소통한 것으로 전해진다.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을 즈음해서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주요 계열사 사장단의 모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과거 삼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전실 부활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선을 긋는다. 그럼에도 미전실 부활을 점치는 시선들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삼성전자 사장단과 삼성SDI·SDS·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 사장과 삼성생명·증권·카드 등 금융 계열사 사장 등 40여 명이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인재개발원에 모여 외부 강사 강연을 들었다. 삼성의 전자와 금융계열 사장단이 모두 모인 건 2020년 6월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노사관계 강연을 들은 이후 약 2년 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사장단이 모여 외부 초빙 강사의 강연을 들었다"면서 "사장단 회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전자와 금융 계열사 사장단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모임이 정례화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강연회를 들은 것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앞서 삼성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뜻에 따라 매주 수요일 각 사 사장단들이 모여 외부 강연을 듣고,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수요 사장단 회의’를 열었었다. 그러나 2017년 미래전략실(미전실)이 해체되면서 수요 사장단 회의도 없어졌다. 2년 전 강연회는 이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의 일환이었다. 

계속되는 미전실 부활설

미전실과 같은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꾸준하게 부활 가능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만큼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미전실은 2017년 불명예 속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룹의 미래전략보다는 총수 한 명의 권한 강화를 위해 재무와 인사 권한을 모두 틀어 쥐고 전횡을 일삼는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컸다. 미전실 해체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삼성은 2017년 미전실 간판을 내렸다. 당시 이 부회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전실에 대해 많은 의혹과 부정적 시각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미전실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했다. 

각 계열사는 이후 자율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삼성은 미전실을 해체한 뒤 사업지원(삼성저낮), 금융 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3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임시 운영 체제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59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연 매출 4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에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총괄 조직이 없다는 것을 두고 재계 한 관계자는 "그룹 전체 차원의 결정이 필요한 중장기 전략 수립에 한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삼성이 2016년 11월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후 굵직한 인수합병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총괄 조직의 부재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2020년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삼성 내부 거버넌스에 대한 자문을 의뢰했고, BCG는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복원'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현대차·롯데그룹 컨트롤타워 현황

삼성과 함께 국내 재계 '빅4'로 평가받는 SK그룹과 현대차그룹 그리고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현황은 어떨까.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경영인들이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 보자는 게 설립 취지다.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계열사 업무는 전적으로 계열사의 자율경영에 맡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총수일가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전문경영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그룹도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없지만 유사한 조직이 있다. 기획조정실이다. 1998년 KIA 인수 후 통합 효과 극대화를 위해 설립됐으며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다만 주요 의사결정이 현대차를 중심 축으로 결정되는 만큼 역할과 규모는 미미하다. 

LG그룹은 지주사가 사실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주)LG는 순수 지주사로 주요 계열사 관리, 계열사 간 업무 조정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GS그룹 역시 지주사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컨트롤타워였던 정책본부를 해체했다. 현재 롯데지주 중심의 지주사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한다. 

마르크스 발렌베리 SEB 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의 롤모델 발렌베리그룹?

삼성은 지금까지 모두 4차례 그룹 컨트롤타워를 신설했다.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은 1959년 삼성물산, 삼성전자, 제일모직 등 늘어난 계열사를 효과적으로 관리한다는 이유로 '회장 비서실'을 통해 그룹을 관리했다.

그러다 비서실은 1987년 12월 고 이건희 회장 취임 후 권한이 약화됐다. 이후 1998년 4월 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그룹 구조조정을 위해 '구조조정본부'가 신설된다. 구조본은 2005년 터진 삼성 X파일 사건으로 2006년 3월 전략기획실로 명맥을 잇는다. 전략기획실은 이후 2008년 4월 터진 삼성 비자금 특검 여파로 해체됐다. 2010년 12월 미래 신수종 사업 발굴과 계열사 지원,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을 명목으로 미전실이 컨트롤타워로 전면에 등장했다. 미전실은 2017년 3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사라졌다. 

이름이나 형태가 어찌됐건 삼성의 위기 극복에 컨트롤타워가 있었다. 현재의 경영 환경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이슈에 따른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 등 시계제로의 경영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이 구설에 오를 때마다 대척점이자 대안으로 우리의 재벌 대기업과 닮은 듯 하지만 확연히 구분되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이 조명받아 왔다. 

발렌베리그룹은 스웨덴 GDP의 3분의 1, 상장사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한다. 세계적인 가전회사 일렉트로룩스와 통신회사 에릭슨, 방위산업체 사브, 건설 중장비와 버스·트레일러를 생산하는 스카니아가 주요 기업이다. 또 스웨덴 최대은행 그룹 SEB,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가 공동 설립한 국적 항공사 스칸디나비아 항공 그리고 북유럽 최대 발전 설비 엔지니어링 회사 ABB도 발렌베리 계열사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를 포함해 계열사만 100여개에 달한다. 

발렌베리그룹은 발레베리 가문 후손들이 운영의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5대, 160년째 가업을 승계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가 지탄 받지 않는다.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라는 이념에 따라 후손들은 전문 경영인에게 기업을 맡기고 자신들은 재단을 통해서만 간접 참여한다. 또 해군 장교 의무복무, 스스로 힘으로 대학 졸업, 글로벌 기업에 입사해 네트워크 구축,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과 같은 독특한 경영 철학을 유지한다. 

발렌베리 가문 일원들은 지주회사나 계열사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대신 재단이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을 근거로 의결권을 확보하며 동시에 소유권을 보장 받는다. 경영에 참여하는 가문의 일원은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경영자로서 급여만 받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2020년 6월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경영권 승계로 더 이상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발렌베리그룹이 삼성의 롤모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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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리 2022-09-27 15:06:35
윤지오에게 2019년 물푸레기금 2300만원을 준게 누구더라!
벌금내든지 십년피해자가 더 받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