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롯데카드' 인수전…금융지주 품 안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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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롯데카드' 인수전…금융지주 품 안길까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9.21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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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예비입찰 인수의향서 제출
우리금융 불참여… 인수여부 우선 검토권 가져
인수 시 600만 회원 데이터로 업계 상위권 도약 가능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매각 대상으로 나온 롯데카드의 새 인수자가 하나금융그룹 또는 우리금융그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매각주관사인 JP모간이 실시한 예비입찰에 하나금융을 포함해 총 4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인수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KT나 우리금융은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KT가 인수 가격에 부담을 느껴 발을 뺀 것으로 알려진 반면, 우리금융은 예비입찰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밑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2019년 5월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이뤄 1조3810억원에 롯데카드를 인수했다. MBK파트너스가 59.83%, 우리은행이 20%의 지분을 보유했다. 

이후 롯데카드 실적은 꾸준히 올라 인수 당시 649억원이었던 순이익이 지난해 2414억원까지 뛰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177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업계 4위인 현대카드(1557억원)를 뛰어넘기도 했다.

하나·우리금융, 비은행 경쟁력 제고

금융지주들이 롯데카드를 두고 인수를 검토하는 이유는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다. 은행 비중이 큰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숙제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7274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3736억원으로 전체의 79.5%를 차지한다. 나머지 하나증권·하나카드·하나캐피탈·하나카드 등의 비중이 20% 남짓인 셈이다.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의 경우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7614억원 중 우리은행 비중이 약 88%(1조5545억원)를 차지한다. 2019년 초 10%대였던 비은행부문 손익 비중은 지난 1분기 18.5%까지 뛰었지만 상반기 다시 12%로 내려앉았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모두 자회사인 하나카드와 우리카드를 두고 있는 만큼, 롯데카드를 인수하는 쪽이 카드업계에서 강자로 뛰어오를 수 있다는 점도 인수 고려 요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카드사 시장 점유율은 ▲신한카드 21.2% ▲삼성카드 18.0% ▲KB국민카드 16.9% ▲현대카드 16.8% ▲롯데카드 10.3% ▲우리카드 9.2% ▲하나카드 7.6%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해 하나카드와 합병하면 하나카드는 점유율 17.9%로 업계 3위까지 올라설 수 있다. 우리금융이 인수해서 우리카드와 합병하는 경우에도 점유율 19.5%가 돼 업계 2위가 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상위권 카드사가 되는 셈이다.

하나 '총력전', 우리 '인수가 낮추기' 나서

롯데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회원 600만명에 대한 데이터도 인수 시 고려 대상이다.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다양한 타겟 마케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최근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에 향후에는 금융권이 고객DB를 활용한 신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롯데카드에 대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서로 다른 인수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 2019년 롯데카드 인수에 나섰다가 가격 차이로 MBK파트너스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바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번의 실패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예비입찰에 참여해 본격적인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경우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대신 물 밑 작업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블라인드 펀드(투자대상을 정하지 않은 대형 펀드)를 보유한 국내 사모펀드 한 곳과 롯데카드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매각은 산업은행이나 회생법원이 주도하는 공개입찰이 아니라 민간 주도의 입찰이라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인수 협상이 가능하다. 

또한 우리금융 내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고, 인수 여부 우선 검토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유리한 요인이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지분을 매입할 당시 우리은행을 통해 대출을 진행하기도 했다. 매각 과정이 타사보다 수월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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