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미 FTA 최혜국 대우 조항 잘못 해석한 한덕수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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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한미 FTA 최혜국 대우 조항 잘못 해석한 한덕수 총리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9.21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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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총리 "IRA 한미FTA 최혜국 대우 위반"
전문가 "최혜국 대우가 아닌 내국민대우 위반" 반박
"쌀·콩 등 한미 FTA 일부 독소 조항 손 봐야" 지적도
IRA發 통상 환경 급변…"해외 진출 때 면밀 검토해야"
미국의 IRA 법안 발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책 마련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미국 IRA 법안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은 FTA 위반일 것 같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한국산 전기차 차별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이 아니냐'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법적 검토한 바에 의하면 위반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런 규정을 이행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다른 방향이 있는지 찾아보고 최후의 방법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원장과 직접 만나는 대신 전화 통화를 한 것이 중국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윤 의원의 질의에 "미국에 대해서도 응분의 배려를 했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펠로시 의장 측과도 미리 충분히 협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총리는 "당시에는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니 쉬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주위의 여러분이 건의도 드리고 해서 '그러면 전화로 해보자' 이렇게 협의를 펠로시 의장 측과 해서 약 30분 넘게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에 '펠로시 패싱'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한 총리는 "백악관하고도 소통을 해봤지만, 펠로시 의장과는 연관이 없다"며 "펠로시 의장이 한국에 왔을 때는 IRA가 상원을 통과하기 전이기 때문에 그렇게 큰 이슈로 얘기되기에는 이른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정부를 대변하는 총리의 이런 시각이다. 한 총리가 한국산 전기차 세제 차별이 한미 FTA 최혜국 대우 위반이라 발언했으나 한미 FTA 상품 무역 조항(2장)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 최혜국 대우란 '최소한 다른 나라들 이상으로는 관세 등을 대우한다'(same to all)로 FTA 상품 무역 특혜관세 체제에서는 그런 조항이 없다. 

현재가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산 전기차의 보조금 지원 금지는 한미 FTA 2.2조 내국민대우 위반이다. 해당 조항은 '국산품 구매자에게만 세제 지원하는 것은 정당한 생산자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일관되게 이런 취지에 입각한 판례를 이어오고 있다. 

통상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이 IRA 법안으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세제 차별을 결정한 지 한 달이 넘도록 미국에 한미 FTA 위반 해결을 위한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에 IRA 법안이 한미 FTA 2.2조 위반이라고 서면 통보하고 한미 FTA 2.14조에 근거해 상품무역위 개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미국의 IRA 법안이 한미 FTA 유지를 위해 성실하게 임해온 한국과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한미 FTA 체제 유지를 위해 연간 40만 톤의 외국산 쌀을 의무 수입하고 있으며 83개 법령 개정과 고배기 차량에 대한 환경부담금 부과 조항 폐기, 사실상 무관세인 미국산 콩에 대한 연간 3% 무제한 복리 증가 무관세 수입 등 큰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한미 FTA를 성실하게 지키라고 요구하고 FTA 분쟁 절차에 회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한국은 매년 외국산 쌀 40만8000여 톤을 해마다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밥쌀용이 5만톤이며 나머지 39만여 톤은 가공용으로 수입되고 있다. 

콩을 비롯해 감자, 오렌지, 꿀, 분유(연유) 등은 더 심각하다. 특히 콩은 한 세대가 더 지나면 '한국산 콩은 사라질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까지 나온다. 한미 FTA는 해당 물품에 대해 '일부 무관세 TRQ(쿼터)'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발효 첫 해였던 2012년부터 5년차인 2016년까지는 정량 합의한 만큼 TRQ 물량을 늘리되 6년차인 2017년부터 매년 3%씩 '복리'로 '무기한' 증량한다. 다시 말해 2017년 이후 TRQ가 무기한 늘어나 결국엔 관세철폐 효과를 내게 된다. 

미국의 IRA는 콩 등 한미 FTA 일부 독소 조항에도 성실하게 협정을 이어 온 한국의 신의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콩을 예로 들어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만톤, 2만톤, 2만5000톤, 2만5750톤, 2만6523톤으로 사전에 합의한 중량대로 이행됐고 2017년부터는 매년 복리로 3%씩 증량했다. 2020년 기준 3만747톤이 수입됐다. 언뜻 증량이 더딘 것 같지만 '복리'의 특성상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46년 뒤인 2068년이면 2020년 국내 전체 콩 생산량인 9만톤 만큼 한미 FTA로 미국산 콩을 수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국산 무관세 콩은 국산콩의 6분의 1 미만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다음 세대면 국산콩이 사려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IRA 여파로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때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법무법인 세종의 박효민 변호사는 "IRA의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관련 각종 세제 혜택 정책은 친환경사업 개척에 나선 우리 기업에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 기업은 각 사업 분야별로 IRA의 각종 혜택 및 제한을 면밀히 분석해 대미 투자 시 혜택과 비용에 대한 세심한 이익형량을 통한 새로운 사업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영원 변호사는 EU 역외보조금 법안과 관련해 "EU 역외보조금 제도는 상품 수입뿐만 아니라 각종 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및 공공조달 등 EU 내의 모든 경제 부문을 포괄하는 새로운 유형의 보조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EU에서 사업을 하는 우리 기업 모두는 EU 역외보조금 법안의 주요 내용을 숙지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U의 역외보조금 규제는 EU 역내시장을 교란하고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역외보조금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윤 변호사는 특히 "특정 거래의 경우 EU 당국에 보고의무가 발생하며 EU 집행위는 국내 기업이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직권 조사가 가능하다"며 "이는 동 법안의 시행 이전 최대 5년 전까지도 소급 적용될 수 있는 등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될 위험이 있는 만큼 기업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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