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中, 27명 사망 버스 사고에 민심 부글부글'..."방역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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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中, 27명 사망 버스 사고에 민심 부글부글'..."방역 참극"
  •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 승인 2022.09.2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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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전복 사고로 격리 장소로 이동 중이던 주민 27명 사망
‘제로 코로나’ 비판 다시 고개, 中정부 연일 안전 방역 강조
과도한 방역 정책 비판 라오둥옌 교수 웨이보 계정 폐쇄
20대 당대회 이후 ‘제로 코로나’ 완화 정책 기대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중국 구이저우성에서 코로나19 격리 장소로 가던 버스가 전복돼 27명이 숨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민심이 부글거리고 있다.

중국 정부도 사고로 인한 민심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관련자에 대한 신속한 문책을 단행하는 등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18일 새벽(현지시간)구이저우성 산리(三荔, 산두-리보 구간)고속도로에서 운전자를 포함해 총 47명이 탄 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전복돼 27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

CCTV는 이 버스가 구이양시의 코로나19 관련 인원 이송용으로 확인됐으며 구이양시 확진자들의 중앙집중적 의료 관찰을 위해 구이양시 윈옌지구에서 첸난주 산두현의 한 검역 호텔로 이송 중이었다고 보도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중국 SNS에는 교통 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글들이 올라왔고 이번 사건이 ‘제로 코로나’가 불러온 참극이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SNS에서 ‘제로 코로나’에 대한 비판론이 고개를 들자 사고가 발생한 지역의 지방정부는 즉각적인 사과에 나섰다.

중국 SNS에는 구이저우성 버스 전복 사고에 대해 중국 지방정부는 발 빠른 사과에 나섰다. 사진은 19일에 열린 기자회견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중국 SNS에는 구이저우성 버스 전복 사고에 대해 중국 지방정부는 발 빠른 사과에 나섰다. 사진은 19일에 열린 기자회견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린강 구이저우성 구이양시 부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는 인민대중의 생명과 안전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다"며 "시 위원회와 시 정부를 대표해 모든 희생자에게 애도를 표하고 사회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중국 지방정부의 발빠른 사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중국 네티즌들은 지방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정책과의 관련성을 은폐하기 위해 사고 원인 등을 밝히지 않다가 인터넷을 통해 사고 차량이 코로나19 관련 주민 이송 차량이라는 증거가 쏟아지자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며 중국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린 부시장은 "감염병 관련 인원의 격리 및 이송과 교통안전 위험을 전면적으로 검토해 사고 발생을 억제하겠다"며 "상급 부서와 협력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법에 따라 책임을 추궁하며 관련 책임자를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린 부시장의 관련자 책임 추궁 발언 이후 중국 당국은 주강 구이양시 운암구 당서기, 쑹청창 운암구위원회 통전부장, 샤오링윈 구이양시 공안국 운암지국 부서기에 대해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네티즌들은 웨이보 등 중국 SNS에 “병보다 다른 이유로 사람이 더 많이 죽는다”, “왜 우리나라만 아직도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 있나”,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방역 정책을 따라야 하는 것이냐", "새벽 시간에 많은 사람을 이송하다 보니 이런 사고가 난 것"이라며 비난했다. 

사고 관련 댓글에는 1만개에 가까운 댓글들이 달리기도 했으며 댓글에는 추모글과 함께 중국 지방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 사진출처=웨이보캡처
사고 관련 댓글에는 1만개에 가까운 댓글들이 달리기도 했으며 댓글에는 추모글과 함께 중국 지방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 사진출처=웨이보캡처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에 반대하거나 불만 표시에 강한 통제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웨이보 등 SNS에는 직접적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들은 삭제되어 찾기 힘들다.

그러나 간간히 학자들을 중심으로 과도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들을 내고 있다. 그리고 이 때마다 중국 정부는 SNS 계정을 폐쇄하는 등의 강력 조치로 반대 목소리들을 SNS에서 지웠다.

최근 라오둥옌 칭화대 법대 교수의 웨이보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폐쇄됐다. 

라오둥옌 교수는 중국의 첨단 방역 정책이 시민의 개인 정보를 오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글 등 ‘제로 코로나’ 방역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SNS에 올리고 했는데, 최근 장쑤성이 PCR 검사에 불응한 시민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서 "지금껏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와 국무원은 코로나19와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지방 당국의 조치는 법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가 결국 계정을 폐쇄당했다.

SNS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방역 요원, 담당 관료, 주민들이 몸싸움을 하거나 말다툼을 하는 영상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에 지친 방역 요원들과 주민들 간의 마찰사진 및 영상들도 SNS에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바이두 캡처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에 지친 방역 요원들과 주민들 간의 마찰사진 및 영상들도 SNS에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사진=바이두 캡처

코로나19 발생 초창기에 ‘제로 코로나’를 통해 방역에 성공하자는 가열찬 구호로 가득한 영상들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고 이러한 구호로 가득한 영상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면서 클릭 수도 낮아지고 있다.

일주일, 많게는 한달 이상 지역 봉쇄에 따른 고통을 겪었던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지방 정부는 주요 도시의 부분, 전면 봉쇄 등으로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방역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재정난을 겪고 있다. 부동산 위기로 지방정부 주요 수입원인 토지 판매는 급감하면서 탈출구도 보이지 않는다.

지방정부의 곳간은 이미 바닥을 보인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중국 지방 정부들은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공무원 보너스와 각종 보조금이 타깃이 되고 있어 지방 정부 관료들의 불만을 낳고 있다. 

20차 당대회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제로 코로나’가 과학적인 측면과 더불어 정치적인 측면 때문에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인들은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이뤄지면 지금보다 훨씬 더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점점 커져가는 ‘제로 코로나’에 대한 불만들을 경기 활성화 없이 애국심으로만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 경제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구이저우 버스 전복 사고로 ‘제로 코로나’에 대한 불만이 일시에 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대처가 어느 때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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