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52) 또 카카오T 논란…韓 '혁신 모빌리티'의 무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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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52) 또 카카오T 논란…韓 '혁신 모빌리티'의 무덤인가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9.18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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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택시업계 반발·규제로 주춤…우버 등 거침없는 성장
장기적으로 ‘자율·공유차’ 시대 겨냥…데이터 확보 사활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번엔 '콜 몰아주기'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카카오T플랫폼은 장거리와 단거리 콜을 가려서 기사님께 전달하거나 장거리 고객을 먼저 매칭하지 않는다. 일반 택시가 승차 거부한 비선호 콜을 포함해 가맹 택시의 운행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처럼 부풀려 가맹 콜 몰아주기라고 주장하는 건 무리한 해석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카카오택시'가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이번엔 '콜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졌다. 정부까지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콜 몰아주기' 논란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는 현재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짧게 입장을 전하고 있다. 공정위가 내놓을 결론에 따라 2년 전 사회적 진통 끝에 얻어낸 일명 '타다금지법'과 같은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타다금지법'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를 점유한 우월적 사업자로 성장했다. 동시에 '혁신'을 외치며 야심차게 추진했다 사회적 갈등만 남긴 채 포기한 사업도 있다. 2018년 추진했던 '카카오 카풀'은 택시업계의 반발로 좌초됐고, '꽃배달서비스' 등 배달 중개 사업과 택시기사 대상으로 내놓은 월정액 유로 멤버십 등도 '상생'이라는 이름 아래 무산됐다. 기존 업계 및 종사자들과의 '상생'과 '공존' 가치를 저버릴 순 없겠지만 혁신 모빌리티를 추구하는 테크기업 편에서 보면 '혁신 모빌리티의 무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 교통 수단으로서 택시가 가지는 가치는 미래에도 변함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모빌리티를 기반으로 한 미래형 택시는 현재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최근 도심항공교통(UAM)이 미래 교통수단으로 각광 받으면서 하늘을 나는 '에어 택시'가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 이미 세종시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가 시범 운행 중이다. '기사 없는 택시'가 미래형 택시의 한 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 혁신 기술 모두 제3, 제4의 타다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혁신을 외쳤지만 사회적 갈등만 남긴 지난 2년여의 논란들을 되짚어 봤다. 그 속에 한국이 혁신 모빌리티의 무덤이 되지 않을 해법이 있지 않을까.

지난해 4월 우여곡절 끝에 일명 '타다금지법'이 정식 시행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주춤한 사이 미국과 유럽은

2013년 9월, 전 세계 82개국에서 사랑받던 우버가 기대감 속에 카풀 서비스 '우버 엑스'를 한국에 출시했다. 하지만 상황은 1년 만에 급변했다. 2014년 12월 검찰은 우버 최고경영자를 기소했고, 2015년 3월 우버는 한국 철수를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우버가 한국을 떠난 그 시점에 카카오는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를 출시했다. 그리고 2017년 11월 카카오는 출퇴근 시간 선택제 카풀 서비스 '풀러스'를 시범 출시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경찰 수사 의뢰로 2018년 7월 결국 '풀러스' 서비스는 중단됐다. 그리고 2018년 10월 '타다'(VCNC·대형 승합차 호출 서비스)가 출시됐다. 타다는 법인택시 기사가 국회 앞에서 분신하는 등 극렬한 반대와 사회적 비용을 야기했다. 그리고 1년여 만인 2019년 10월 일명 '타다금지법'(여객운수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검찰은 이재웅 쏘카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타다금지법'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4월 정식 시행됐다. 

비슷한 시기 우버 등 모빌리티 기업이 활성화된 미국과 유럽에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신기술을 접목한 관련 산업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도요타가 우버와 공동 사업에 나섰고, 동남아도 '그랩' 서비스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국외 모빌리티 기업들은 단순히 차량 호출 서비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들은 하나의 플랫폼으로 이동과 관련한 모든 것을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랩은 차량 연결뿐만 아니라 음식배달 플랫폼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우버 역시 음식배달 서비스(우버 이츠)와 화물 운송 서비스도 한다. 우버와 리프트는 전기자전거 공유업체와 스쿠터 공유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트래비스 캘러닉 전 우버 최고경영자는 이 시기를 "라이프스타일과 물류가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상생과 공존을 외치며 운송노조 노조원들이 카카오 등을 성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발·규제 그래도 포기 않는다, 왜

거센 반발과 규제당국의 매서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모빌리티 기업들이 신규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모빌리티 업계 종사자의 말은 이렇다.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 택시 호출 위치만 봐도 뜨는 상권과 지는 상권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동시에 사람들이 이동하는 경로를 파악하면 나중엔 물류의 흐름도 읽을 수 있다." 

결국 모빌리티 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배경은 미래 성장 가치인 셈이다. 

지난달 2일 우버는 올 2분기 26억 달러(3조61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80억7000만 달러(11조2300억원)를 기록했다. 주목할 건 현금흐름이다. 우버는 올 2분기 잉여현금흐름이 3억8200만 달러(5300억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우버의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음식배달 사업인 우버이츠 배송사업은 2분기 매출 26억9000만 달러(3조7400억원)를, 차량모빌리티 사업은 35억5000만 달러(4조9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라 코스로프샤히 우버 최고경영자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쟁적 우위에 진입했다"며 "주문형 운송의 증가와 소매에서 서비스로의 지출 전환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카카오의 2022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581억원, 순이익은 41억원이다. 상반기 기준 카카오 공동체 중 매출 3위, 자산규모 4위에 달하는 '알짜' 자회사가 카카오모빌리티다. 카카오모빌리티 연간 매출은 ▲2017년 167억원 ▲2018년 536억원 ▲2019년 1049억원 ▲2020년 2801억원 ▲2021년 5465억원이며, 지난해 순이익 275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2분기에도 기타 플랫폼 매출을 견인하며 다시 한 번 성장성을 입증하고 호실적을 이끌었다. 이동수요 회복에 따라 택시사업 일평균 운행 완료 수는 전년동기대비 38% 증가했다. 주 수익원인 대리사업 매출도 46%나 성장했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폭발적인 이동 수요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 주요 매출원인 택시 대리 매출이 견조하게 성장했고, 신규 매출원인 주차 사업도 분기 최고 매출을 기록해 대리에 이어 주요 사업으로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재 실증 중인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의 주행 모습. 사진=연합뉴스

핵심은 데이터

카카오모빌리티나 우버 등 모빌리티 기업이 노리는 건 택시 등 단순한 운송수단 시장이 아니다. 택시 너머의 '큰 그림'이 있다. 키워드는 '공유' 그리고 '자율'이다. 더 이상 개개인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는 시대, 더 이상 사람이 직접 운전대를 잡지 않는 시대를 그리고 있다. 모빌리티 기업은 승차공유나 차량공유 등을 통해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등 문제를 해결하고 주차공간 등 사회적 자원 낭비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사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다. 사회적 가치만으로 사업을 벌일리 만무하다. 현재 '이동'과 관련한 서비스가 택시에 집중돼 있지만 택시 이외에도 가능성은 무한하다. 때문에 지금부터 플랫폼에 차곡차곡 쌓이는 데이터가 추후 사업 확장에 최고의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쌓아둔 데이터는 더 효용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지배적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기업의 최종 목적지는 아마도 차량 이동 경로, 탑승자의 이용 특성 등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차 시대 최적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량이 있다고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고객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이동 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데이터가 곧 자산인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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