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달러화 강세, 연말까지 불가피해 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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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달러화 강세, 연말까지 불가피해 보이는 이유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09.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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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달러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며, 그 파장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늘고 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계산한 달러 지수는 2021년 초 90 이하에서 최근 110 수준까지 올라왔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 발표를 전후해 변동성이 커졌지만, 큰 흐름으로 보면 1년 반 조금 넘는 기간 동안 25% 가까이 오른 셈이다. 당연히 주요 상대 통화는 같은 기간 평균적으로 그 만큼의 달러 대비 가치 하락이 나타났고, 엔화 등 일부 통화는 40%에 달하는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같은 기간 1090원 내외에서 1390원 수준까지 상승해 25% 이상 절하됐다. 1990년 이후 30여년 간 달러화 가치가 지금보다 높았던 시기는 신흥국 외환위기와 닷컴버블로 달러 수요가 급증했던 2000년대 초반 밖에 없을 정도로 최근의 달러화 강세 폭은 컸다. 이에 따라 일방적이고 추세적인 달러 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그리고 그 여파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상황이다.

'기축통화' 달러화의 힘

달러화 강세의 요인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미국의 경제와 기축 통화국으로서 갖고 있는 힘, 반면 그에 비하면 경제와 통화가 상대적으로 약한 다른 나라의 상황 때문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 속도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다른 나라의 금리 인상 속도로도 확인된다. 물가나 위험 프리미엄이 비슷한 국가의 금리 차이는 결국 각국의 경제력 차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축통화 달러를 보유한 미국의 경우 통화정책의 자유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높은 수 밖에 없는데, 이는 달러의 가치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물론 고정환율제를 택하고 있는 또 다른 경제 강국이 존재할 경우 해당 통화에 대한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출발한 외환시장 압박은 그 자체로 고정환율제 국가의 통화 및 경제에 압박을 가한다. 즉, 원하는 만큼의 폭은 아닐지 몰라도 방향성 측면에서 기축통화국이 원하는 통화가치 방향을 거스르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란 얘기다. 따라서 현재 달러화 강세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된 자연스러운 현상인 동시에 미국이 원하는 방향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달러 강세는 언제, 어느 정도까지 나타날까? 모든 경제지표와 가격 중에서 환율 전망이 가장 어렵다는 학계와 시장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를 감안할 때 이러한 질문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현재 나타나고 있는 달러 강세의 원인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그리고 미국이 달러 강세를 원하지 않는 국면이 된다면 적어도 강세는 멈출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볼 만 하다. 

앞서 지적한 경제적 차이를 감안할 때 달러화 강세가 바로 진정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상대적 우위는 차치하더라도 미국을 제외한 주요 통화 보유국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달러화의 상대적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로, 엔, 위안화의 경우 각각 유럽, 일본, 중국 자체의 경제적 이유로 달러화에 대항할 힘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물가상승과 경제적 충격 압박이 미국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럽 주요국의 생산자물가상승률은 20~30%대를 기록 중인데, 이는 시간에 걸쳐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물가가 문제가 아니라 경제 활동의 일부가 멈출 수도 있다. 지역별 다변화와 대체 에너지원의 활용 등 대책이 논의되고 있고, 이러한 대응이 향후 유럽 경제에 도움을 줄 수도 있으나,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부정적인 효과가 긍정적인 효과를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경제 규모가 과거보다 작아진 데다, 디플레이션 압력이 다른 국가보다 강해 최근 물가 상승 압박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 변경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엔화로부터 달러화 강세의 방향성을 되돌릴 만한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은 일본식 버블을 막기 위한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의 위험이 커진 상태다. 이미 주요 부동산 업체들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현실화된 상태인데, 이러한 상황은 중국 정부의 정책 선택 범위를 줄일 수 밖에 없다. 완화적 정책을 쓰면 다시 거품이 생성될 것이고, 긴축적 정책을 쓰면 버블의 붕괴와 함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여전히 코로나19 관련된 방역의 강도가 높은 상황이다. 상하이와 청두의 봉쇄에서 보듯 주요 도시의 기능 정지가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구도라면 위안화 역시 약세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달러화는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당분간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달러화를 움직이는 건 미국의 물가

이러한 점은 이번 달러 강세 사이클의 마무리가 각국 경제 상황의 반전보다는 미국 스스로 달러화 강세 의지가 약해지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그 의지는 결국 미국의 물가와 관련이 있다.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발표되며 다시 한번 달러가 강한 모습을 보인 점에서 확인되듯이, 물가는 미국 연준의 긴축을 통해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고 있는데, 이는 물가가 낮아져야 달러화 강세에 대한 입장이 완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긴축을 약화시킬 만한 물가 안정은 언제 나타날까?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경우 물가에 대응한 긴축 강도가 완화될 수 있는 시점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추정된다. 실업률이 상승하고 실제로 경기 둔화가 완연해지는 한편, 부동산 가격 등 자산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이 되어야만 물가도 내려가고 긴축 의지도 되돌려질 것이란 얘기다. 외환시장이 이러한 상황 변화를 빠르게 반영한다고 해도 올해 말까지는 달러화 강세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강세의 정도 측면에서는 일단 현재로부터 5% 내외의 추가 강세가 예상된다. 압력이 강한 상태이긴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 지난 1년 반 동안 상당 폭의 달러화 강세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달러를 보유하고 투자하는 투자자, 달러 소득이 발생하는 주체 입장에서 유럽, 일본,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재화의 값과 자산 가치는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는 당연히 해당 재화와 자산에 대한 수요, 결국 해당 통화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원달러환율 기준으로 1400원은 넘겠지만, 1500원은 넘지 않는 수준을 고점으로 판단한다. 올해 중반부터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가 줄어든 것도 이러한 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변동성이 커질 위험은 여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동성이 더 커질 위험은 남아 있다. 달러화의 급격한 강세는 다른 국가들의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대외부채가 많은 이머징 국가의 외화 유동성 위기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은 긴축에 나설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이들 국가의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경기 침체가 내부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로 진행되는 나라의 경우에는 통화가치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머징 국가의 외화 유동성 위기도 눈여겨 봐야 한다. 미국의 강력한 긴축과 달러 강세가 외화, 특히 달러 부채가 많은 국가들의 위기로 연결된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재정적자 규모를 늘린 상태이기 때문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즉, 선진국 금융기관 중 이머징 국가 익스포저가 많은 기관의 위험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아직까지는 일부 국가의 극단적 물가 상승과 외화 유동성 부족 현상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머징 국가의 CDS 프리미엄이 다소 상승하고 있지만, 과거보다는 한결 안정된 수준이고,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위험도 역시 별다른 징후가 관찰되지 않는다.

아마도 90년대 외환위기를 겪은 국가들의 경우 과거의 경험 때문에 외화 부채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금융기관들의 경우 이머징 국가를 비롯한 위험 자산 투자를 보수적으로 관리해 왔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대응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드는 일은 과거 반복적으로 나타났었고, 이러한 예상치 못한 사태는 지금으로서 알 수 없다. 따라서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달러화 강세와, 달러화 강세가 초래할 다양한 후폭풍에 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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