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은 아직도 양질의 주택 부족"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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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은 아직도 양질의 주택 부족"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 교수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9.02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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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전세대란 미리 대비  
전월세 전환율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
'표준계약서' 개선해야 전세사기, 깡통전세 없어져 
현 정부 임기내 270만호 공급 어려워… 꾸준한 주택공급 2035년까지 이어가야
주택가격 최대 15% 하락 예상… 10억원 안팎 주택에 영향 클듯
김진유 교수. 사진=유태영 기자
지난 1일 김진유 경기대 교수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유태영 기자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20년간 국내외 주택산업과 도시계획에 대해 연구한 김진유 교수는 "주택 공급은 장기적 관점에서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단기적인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안정적인 공급을 해야 시장 가격이 안정화된다는 논리다.

또 주택시장의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대해선 "전셋값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마지못해 준전세로 넘어가고 있다"며 "하방경직성이 강하기 때문에 전셋값이 내려가기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김 교수를 만나 주택시장 전망과 주요 부동산 현안에 대해 들었다.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전세대란 미리 대비  

- '8월 전세대란'이 예측됐는데, 오히려 '월세대란'이다. 언론과 전문가 예측이 틀린 것인가.

▲통상 사람들은 예상되는 위기에 미리 대처한다. 청구권이 7월에 만료되는 많은 세입자들이 미리 대안들을 마련해서 움직였으므로 전세수요가 분산됐다고 본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전세를 이용해서 집 사거나 잔금치르는 사람들은 그부분에 대해서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임대인이나 임차인들이 재작년 7월31일 시작된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응책 마련하고 있었다. 

또한 급격한 전세의 월세화로 전세수요 감소한 측면이 있다. 입주물량은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해 작은 편이다. 올해 1월 6500호 입주 후 월간 1000호 내외 입주물량이 나오고 있다. 

서울 입주물량이 적지만 서울에서 경기도로 가는 방식으로 대처를 하거나 준전세 방식으로 전환하다보니 전세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 전세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월세 계약 비중이 늘고 월세수준도 높아졌다. 

▲월세 전환이 많이 일어난 이유는 전세 가격수준이 너무 높아서 그렇다. 전세값이 4~5억원이면 신용대출을 받든지 여러 자금조달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데 10억원 가까이 전세값이 오르면 오로지 순수 전세로 계약할 수 없게 된다. 기존에 전세 7억원짜리 집에서 살다가 다른 지역으로 비슷한 평형의 전셋집을 구하려면 10억원으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럼 3억원을 더 내야하는데 그 3억원의 일부를 반전세, 준전세의 형태로 월세로 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례가 많아지다 보니 월세화 현상이 강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마지못해 월세를 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이점은 임대인한테 유리하다.
 
- 월세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데, 전세는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전세값이 떨어질 이유는 많지 않다. 헬리오시티가 입주할때 처럼 대량의 입주물량이 시장에 나오게 되면 한시적으로 전세가가 급락하는 계약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2년뒤 재계약을 하는 시점이 오면 전셋값이 그만큼 급락하긴 어렵다. 주택의 전세가와 매매가 모두 하방경직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월세 전환율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

- 올해 처음으로 월세 계약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전세 제도'가 사라질 수 있나.

▲전세 제도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월세에 비해 주거비가 저렴하고, 강제로 저축하는 효과도 있다.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원룸에서 투룸, 빌라에서 아파트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물론 최근 전세제도의 단점이 부각되는 사회적 문제도 여럿 발생하고 있다. 갭투기 수단으로 이용돼 매매가를 밀어올리게 되고,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존재한다.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비싼 '깡통전세'가 발생하면 전세금이 자산의 대부분인 세입자들이 큰 고통을 받게 된다.
 
올해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강제적으로 월세화가 진행됐는데 월세는 전세와 정반대 성격을 가진다. 전반적 주거비가 상승하고, 자산형성이 어렵기 떄문에 주거 사다리를 약화시킨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회 전반적인 경제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 

반면 월세가 가진 장점도 뚜렷하다. 기업형 임대시장 형성을 촉진해 양질의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된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감소해 세입자의 재산을 보호할 수 있고, 전세사기도 위험도 대폭 감소된다.

월세화가 급격하게 이뤄진건 보통 전월세 전환율이 4~5%이고, 금리가 2% 정도로 2%포인트이상 차이가 난다. 동일한 1억원을 전세대출을 받으면 2%를 이자로 갚아야 하는데, 1억원을 월세로 전환하면 4%의 월세를 내야해 전세가 훨씬 세입자에게 유리했다.

그런데 갑자기 금리가 급등해서 상황이 역전됐다. 전월세 전환율 4%에 비해 이젠 대출금리가 5% 이상이 되고 앞으로도 더 오른다고 하니까 월세로 전환하는 이점이 커졌다.  

- 선진국의 월세 시장은?

▲선진국의 경우 월세가 대부분이다. 일본같은 경우 '미쓰이 부동산'이라는 임대주택 업체의 연간수익 중 25%가 월세 임대료로 나온다. 한국은 민간이 주택임대사업을 하는 경우 수익이 낮아서 민간 임대주택 시장이 크지 않다.

월세가 활성화되면 민간 임대사업자들이 사업하기 좋은 여건이 된다.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대폭 늘게 되고 월세시장 가격도 안정화된다. 임차인들 입장에선 다양한 품질의 임대주택을 선택할수 있다. 특히 깡통전세나 전세사기의 문제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세입자가 수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 선진국과 비교했을때 우리나라의 주택 수준은 어떠한가.

▲전반적으로 비교하면 주택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은 1인당 주거면적이 40㎡가 넘는다. 그외에 ▲일본 40.2㎡▲영국 40.9㎡ ▲미국 65㎡다. 한국은 32.9㎡다. 3인가구 기준으로 1인당 주거면적이 선진국 대비 30㎡적다.

노후 불량주택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점도 문제다. 유럽에 50년, 100년된 주택이 많지만 그것과 비교해도 품질이 떨어진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지가 서울에만 50만채 있다. 전반적인 주택 품질이나 수준이 낮기 때문에 당연히 임대주택도 수준이 외국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표준계약서' 개선해야 전세사기, 깡통전세 없어져 

- 최근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가 급격히 번지고 있다. 사전 예방책은 없나. 

▲제일 중요한 것은 ‘표준계약서’의 신속한 개선, 정보비대칭 해소다. 임대인과 해당 주택에 대한 대출상황, 세금체납, 신탁여부와 권리관계, 해당 주택의 기존 임차정보(보증금 총액), 임대인의 보유주택수 등 주요 정보를 모두 계약서에 명기하고 그 증빙을 첨부하도록 의무화해 임차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계약이전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가적으로 상습적인 사기(의심)자에 대해서는 경고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과 적용이 필요하다.

-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문제는 10여년 전에도 발생했다. 피해자가 계속 생길수 밖에 없는 구조인가.

▲스마트폰 피싱사기와 같은거다. 똑같은 수법인데 세입자들이 왜 당할까 싶지만 제도는 그대로이고 수법은 더욱 지능화됐다.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은 전세계약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를 믿고 의심없이 계약서에 사인한다. 하지만 여전히 중개시스템이나 계약서에 허점이 존재해서 사기를 많이 당하고 있다. 

표준계약서를 뜯어 고치는게 가장 좋지만 그전까진 특약에 관련사항을 명기하는게 필요하다. 전세사기를 고의로 일으키는 사람의 경우에는 세입자가 입주한 다음날 대항력이 생기는 허점을 이용해 잔금을 지불하고 입주한 당일날 대출을 받는다. 세입자가 입주일에 전입신고했더라도 우선변제에서 2순위로 밀린다. 계약서 특약사항에 '계약 당시에 조건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계약은 무효'라는 조항을 넣으면 어느정도 보호할 수 있다. 

김진유 교수. 사진=유태영 기자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수도권 주택 공급은 앞으로 꾸준히 늘어나야 하지만 윤 정부의 270만호 공급이 대통령 임기내 이뤄지긴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늘  사진=유태영 기자

현 정부 임기내 270만호 공급 어려워… 꾸준한 주택공급 2035년까지 이어가야

-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공급대책이 발표됐다. 270만호 공급은 임기 내 가능한 수치인가.

▲우선 주택공급확대를 위해 노력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국의 1000명당 주택수는 2020년 기준 418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62호) 이하이다. 발표한 대책대로 270만호 공급된다고 가정하면 한국의 지표는 1000명당 470호로 개선된다. 향후 가구수 증가를 고려하면 향후 5년간 약 100만 호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예상했던 공급수준이었는데, 문제는 1기 신도시다. 1기 신도시의 총 29만호를 강남구(21만호)의 1.5배 되는 4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거다. 정비사업을 추가적으로 10만호를 더 공급하겠다는건데. 2년 뒤 마스터플랜이 나오고 계획에 맞춰서 제일 시급한 단지부터 선정하고, 입주민들과 협의도 이뤄져야 하는데 쉽지 않다. 

최근 5년간 서울에서 연간 8만호 인허가 물량이 나왔다. 준공되는 것도 8만호 정도 된다. 주택 재고증가를 보면 연간 4~5만호만 증가된다. 기존 주택을 멸실하고 새로 짓기 때문에 순증은 40%정도다. 1만호 철거하고 인허가 물량이 1만 4천호 잡히지만 순증은 4000호만 늘어난 거다. 이만큼 정비사업으로 주택재고를 대폭 늘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임기 내 270만호 인허가를 내더라도 순증은 150만호정도 밖에 안될 것으로 보이는데, 계획대로만 되더라도 엄청난 물량이다. 

지난 정권에서 일시적으로 투기세력을 잡기 위해 주택공급을 줄였는데 주택공급은 단기적으로 늘리고 줄이면 안된다.

예측하기로 2035년까지는 주택 공급이 이대로 이어져도 부족하다. 장기 주택수요는 꾸준하다. 총 인구는 감소하지만, 소득이 증가하고, 1인가구가 증가한다. 2017년에도 공급과잉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결국 2018년부터 가격이 급등했다. 주택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다면 2022년 대한민국에서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는 사람이 왜 살겠느냐는 반문을 하고 싶다. 

주택가격 최대 15% 하락 예상… 10억원 안팎 주택에 영향 클듯

-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 요인으로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올 연말까지 주택 시장 전망은?

▲지속적인 주택가격 하락이 예측된다. 금리인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고, 이미 너무 높은 주택가격(PIR 17)때문에 실수요와 투자수요 모두 감소했다. 만약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끝나고, 경기침체 우려 종식으로 인해 미국금리가 안정되거나 내려간다면, 금리안정으로 인해 연말 쯤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주택시장은 하방경직성이 강해서 생각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진 않는다. 제일 주택 가격이 많이 떨어진 98년 IMF때도 평균적으로 10~15% 떨어졌다가 다시 올랐다. 일부에서 얘기하는 30% 하락은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힘들 것 같은 수준이다.

최대 15% 가격하락이 예상된다. 그런데 7억~10억원대는 주택이 충격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대출수요가 많은 주택이기 때문에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에 취약하다. 예를 들면 30억원짜리 아파트가 3억원 하락할때, 10억원짜리 아파트도 3억원 하락할수도 있다.

30억원짜리는 10% 하락, 10억짜리는 30% 하락하는 정도다. 중산층이 주로 거주하는 주택 가격이 가장 영향 많이 받을 것이다. 

지금 주택 시장은 20년 전과 확연히 다르다. 그때는 부동산 시장은 한국은 한국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따로 봐야하는 로컬시장이었다. 최근에 와선 전세계 집값이 비슷하게 동조화(커플링)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이 연결돼 있어서 그렇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한국도 기준금리가 같이 오르고 덩달아 대출이자도 같이 오른다. 미국 주택 시장이 어려움을 겪으면 우리도 같이 겪을거고, 미국이 안정화되면 우리도 영향받아 다시 안정화 방향으로 들어설 것이다.

김진유 경기대 스마트시티공학부 도시.교통공학전공 교수는 한양대 도시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소, LH(옛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에서 연구했다. 현재 한국주택학회 수석부회장이며,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학술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전세'(2017), '포스트 코로나, 도시가 바뀐다'(공저,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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