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㊾ KG그룹이 그리는 쌍용차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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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㊾ KG그룹이 그리는 쌍용차의 미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8.28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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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선 KG그룹 회장 "쌍용차 정상화, 결과로 보여줄 것"
쌍용차 '脫디젤' 선언…순수전기차 라인업 확대 방점
中 BYD와 전기차 배터리 협업 강화
쌍용차와 KG그룹 간 긍정 효과 기대 '신중론'도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관계인집회 직후 각오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br>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관계인집회 직후 각오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재계 서열 71위의 KG그룹이 쌍용차의 네 번째 주인이 됐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1998년 대우자동차 인수 이후 1999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시작된 쌍용차의 흑역사를 딛고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1년 8개월간 이어지던 쌍용차의 법정관리가 KG그룹 인수로 마무리됐다. 사진=연합뉴스
1년 8개월간 이어지던 쌍용차의 법정관리가 KG그룹 인수로 마무리됐다. 사진=연합뉴스

1년8개월 만에 막 내린 법정관리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는 지난 26일 쌍용차의 회생 계획안을 인가했다.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 계획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회생 담보권자와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 전원이 동의했고, 회생 채권자의 95.04%가 찬성해 가결 요건을 충족했다. 법원이 회생 계획을 인가하려면 채권자의 3분의 2(67%)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번 결정으로 KG그룹의 쌍용차 인수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KG그룹을 중심으로 구성된 KG컨소시엄은 회생 계획안에 따라 쌍용차에 총 인수대금 3654억9000만원을 납입했다. KG그룹은 향후 자금력을 바탕으로 쌍용차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매년 3000억원의 운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익 채권 변제를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연구개발(R&D) 자금을 추가 투입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쌍용차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높고 많다. 무엇보다 신차를 확보하고 경쟁력을 높여 시장점유율을 늘려야 한다는 과제가 시급하다. 최근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의 흥행에서 볼 수 있듯 신차를 안정적으로 출시해야 안정적 경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토레스는 출시 두 달 만에 6만대 이상의 계약이 진행됐다. 이는 지난해 쌍용차의 연간 내수 판매량(5만6363대)를 뛰어 넘는 수치다. 

쌍용차 관계자는 “토레스는 원래 올해(7~12월) 1만6800대 판매가 목표였지만, 사전계약 인기에 1만대를 추가 생산해 2만6000대를 공급하려고 한다”며 “내년 이후엔 연간 3만대 규모로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타사보다 늦어진 전동화 전환도 당면 과제다. 쌍용차는 내년 하반기 토레스 기반의 중형 SUV를 출시하고 2024년 코란도를 재해석한 전기차 'KR10(프로젝트명)'과 전기 픽업트럭을 내놓을 계획이다.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이 배터리 수급 문제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만큼 기술력을 끌어 올리는 동시에 공급망 안정화 작업도 시급하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지난 7월5일 열린 토레스 미디어 쇼케이스 현장에 참석해 미소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지난 7월5일 열린 토레스 미디어 쇼케이스 현장에 참석해 미소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곽재선 회장 "쌍용차 정상화, 곧 결과로 보여줄 것"

곽재선 회장의 의지는 강력하다. 곽 회장은 26일 쌍용차 회생계획안에 대한 심리 및 결의를 위해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관계인 집회에 참석해 "오랫동안 (기업경영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곳곳에 고칠 곳들이 있고 곳곳에 새로 정리해야 할 곳이 있다"면서 "쌍용차는 충분히 정상화될 수 있고 곧 결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많은 동의를 해주고 회생하라고 응원해준 것 같아서 열심히 하겠다"며 "95% 이상의 찬성률을 보여준 채권단과 힘을 합쳐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동차 산업은 혼자 갈 수 없는 산업이고 협력업체와 절대적 동바자적 관계가 필요하다"며 "(협력업체와) 다 상의하면서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곽 회장은 쌍용차의 전동화 계획에 대해 "전동화 전략은 이미 시작됐다"며 "내년 일단 전기차가 나오고 전기차 플랫폼도 이른 시일 내 출발해 준비 하겠다"고 설명했다. 

곽 회장은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투신해야 합니다'라는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생전 발언을 소개하며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다짐했다. 그는 "우리 임원들도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우향우 정신으로 쌍용차를 반드시 좋은 회사로, 지속 가능한 회사로 만들어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곽 회장은 이보다 앞서 지난 7월5일 토레스 신차 출시 행사에 참석해 쌍용차 정상화에 힘을 실은 바 있다. 당시 곽 회장은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하며 "쌍용차에 참여하게 된 건 사명감을 넘어 소명감 때문으로 반드시 쌍용차를 멋진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헌성 기술연구소장, 박성진 상품기획담당, 조영욱 상품기획담당, 이강 디자인담당. 사진제공=쌍용자동차<br>
왼쪽부터 김헌성 기술연구소장, 박성진 상품기획담당, 조영욱 상품기획담당, 이강 디자인담당. 사진제공=쌍용자동차

'脫 디젤' 쌍용차의 전동화 전략

쌍용차는 향후 신차에서 디젤 엔진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전동화 전략으로 하이브리드차보다 순수전기차(BEV)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디젤 엔진을 완전히 배제하는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다. 

박성진 쌍용차 상품개발본부장은 "배기가스 관련 규제가 매년 강화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에 비해 수요가 적다"면서 "앞으로 시장 추이에 발맞춰 성능을 개량한 디젤 엔진을 기존 모델에 일정 기간 장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성 쌍용차 기술연구소장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할지에 대해 현재로서는 검토한적 없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배터리 등 부품 수급 문제가 상당히 우려되는 점을 고려할 때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할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와 관련해 중국의 배터리 업체 BYD와 협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지난해 출시한 순수전기 SUV '코란도 이모션'을 시작으로 전기차 고전압 배터리 부분에서 BYD와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김헌성 소장은 “BYD가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빠르게 상품성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며 “쌍용차는 그동안 BYD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해왔고 당분간 협력 관계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강 쌍용차 디자인센터 상무 역시 "내년 토레스 기반 전기차 출시를 준비 중"이라면서 "토레스는 개발 단계부터 전기차를 염두하고 만들었으며 중국 BYD 배터리가 탑재되며 성능은 상향된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미래차의 핵심 요소인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도 힘쓴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경쟁사와 동일한 수준의 2.5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쌍용차는 내년 출시할 신차에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기 위해 현재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2.5단계는 차량 스스로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는(2단계) 수준에서 진화해 정차·재출발하고 고속도로 단속 카메라를 인식해 속력을 조절하는 등 기능이 추가된다. 

동시에 쌍용차는 토레스 수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곽 회장은 토레스 출시 행사 당시 "쌍용차는 아직 국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지만 '큰형님'인 현대차를 쫓아 해외 진출을 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쌍용차와 KG그룹 간 시너지를 두고 신중론도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쌍용차와 KG그룹 간 시너지를 두고 신중론도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고봐야 할 쌍용차와 KG그룹 시너지

쌍용차의 네 번째 주인으로 KG그룹이 이름을 올리면서 쌍용차와 KG그룹 간 시너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에선 과거 현대차에 납품 이력이 있는 KG스틸과 2차전지 소재업을 품고 있는 KG케미칼 등과 시너지를 기대한다. 특히 KG스틸(전 동부제철)이 쌍용차와 시너지를 위해 자동차 강판 생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KG스틸은 현재 석도강판, 아연도금강판 등 냉연판재류를 생산하고 있다. 냉연강판은 자동차 차체에 사용되며 아연도금강판은 차량용 머플러 등에 쓰인다. 문제는 차량용 강판에 쓰이는 고장력 강판을 생산하기 위해선 막대한 시설투자와 함께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컬러강판 등에 집중하며 수익성 개선 중인 KG스틸 편에서 보면 부담스럽고, 기술력도 부족하다. 여기에 쌍용차 이외 완성차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칫 쌍용차의 생산량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포스코와 관계도 걸림돌이다. 쌍용차는 오랜기간 포스코로부터 자동차 강판을 납품 받아 왔다. 특히 쌍용차는 포스코와 함께 신차 개발부터 긴밀하게 협조해 왔다. 실제 토레스 차체에는 포스코의 기가스틸(인장강도 980Mpa이상), 초고강도강 등 고강도강이 대거 적용됐다. 또 쌍용차와 포스코는 토레스 공동 프로모션을 펼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강판 생산을 위해 설비투자와 기술력 등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사업성과 수익성 등을 따져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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