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기 “카탈루냐 독립, 기성제도 때문에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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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카탈루냐 독립, 기성제도 때문에 어려울 것”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10.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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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탈루냐에 대한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코멘트가 흥미롭다.

그는 2일 페이스북에 “ 혈통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니 (카탈루냐가)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 당연하다”고 했다.

하지만 카탈루냐 독립이 쉽지 않은 이유로 기성 제도가 주는 관성 때문이라고 평했다. 즉 국경이 절대적인 권리로 부여되고, 영토보전권과 민족자결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카탈루냐 독립이 국제적으로 공인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게다가 카탈루냐가 독립을 이룬다면, 스코틀랜드, 플랑드르, 이탈리아 북부 등의 독립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았다.

 

김호기 교수 페이스북 글

 

<카탈루냐 상황에 대한 몇 가지 메모>

 

민족국가(nation-state)란 근대의 발명품이다. 민족국가라는 말에서 국가도 발명된 것이지만, 유럽의 경우에는 민족도 발명된, 다시 말해 만들어진 것이다(우리와 같은 단일 민족국가를 이루는 사례는 유럽에서 드물다). 민족의 핵심은 혈통과 언어인데, 한 민족국가 안에 혈통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이들이 존재할 수 있다. 이점에서 유럽에선 nation-state를 민족국가라는 말보다 국민국가라는 말로 옮기는 것이 더 적합하다. 국민은 처음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라 근대화 과정에서 주조된 것이기 때문이다.

 

카탈루냐 지방을 방문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카탈루냐 주민들이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 사람들과 인종적으로 다른 이들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이들의 모습은 차라리 프랑스인들이나 이탈리아인들과 비슷하다. 게다가 카탈루냐는 언어도 다르다. 카탈루냐어라는 독자적 언어를 갖고 있다. 언어만큼 종족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것은 없다(우리말이 아닌 중국어나 일본어를 쓰는 이웃나라 국민들에게 느껴지는 거리감을 생각해 보라). 혈통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니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탈루냐 독립이 쉽지 않은 것은 기성 제도가 주는 관성 때문이다. 국민은 스스로 정치적 자위를 결정할 권리(민족자결권)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근대 국민국가에겐 이미 획정된 국경이 절대적인 권리(주권 또는 영토보전권)로 부여되고 있다. 영토보전권과 민족자결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카탈루냐 독립이 국제적으로 공인되기 쉽지 않은 이유다. 나아가, 카탈루냐가 운좋게 독립을 이룬다면, 스코틀랜드, 플랑드르, 이탈리아 북부 등의 독립 요구 역시 더욱 거세질 것이다.

 

스페인 전체 인구의 10%도 안되는 카탈루나 주민들이 독립을 요구하는 까닭은 스페인 전체 경제의 20%를 차지하고, 또 다른 지역에 적지 않은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스페인 경제가 위기인 상황에서 카탈루냐 주민의 독립 요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나 먹고 살기도 힘든데 다른 지역 주민을 도와 줄 수 있는 여유는 갈수록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라를 지키는 국방과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경제만큼 국가 또는 정부에게 중요한 과제란 없다. 스페인의 경제 침체가 지속되는 한 카탈루냐 독립 요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깊은 상처를 남기는 유혈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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