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오르고·재고 쌓이고…경고등 켜진 '삼성·LG전자·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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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오르고·재고 쌓이고…경고등 켜진 '삼성·LG전자·SK하이닉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8.18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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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재고↑→실적 악화→투자위축 악순환
삼성전자 재고자산 첫 50조 넘어…LG전자도 9.6조
3분기 실적 전망 줄 하향…삼성전자 13조 전망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재고 자산이 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재고는 넘쳐나는데 원자재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국내 가전과 반도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스마트폰, 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재고 증가와 함께 투자도 위축되고 있어 '도미노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의 올 상반기 원재료 매입 비용은 증가한 반면 연구개발(R&D) 투자는 감소세를 보였다.

반도체 원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의 원재료 매입액이 올 상반기 크게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가격 치솟는 원재료

18일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원재료 매입액으로 58조521억원을 썼다. 지난해 상반기(46조6000억원)보다 24.6% 증가한 11조4000억원가량을 더 투입했다. 이는 올해 2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9조9800억원보다 큰 규모다. 

매입액은 지난해 상반기 2조 4679억원에서 올해 4조4944억원으로 82.1% 증가했다. DS부문 주요 원재료인 반도체 웨이퍼 가격도 전년 대비 4% 상승했고, 삼성디스플레이의 FPCA 가격은 19%가량 올랐다.

DX부문의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45%가량 하락하며 숨통이 트였다. 올 상반기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매입액은 3조665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조5277억원)보다 19%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웨이퍼, PCB 등 반도체 부문 원재료 구매에 6조1408억원을 썼다. 2021년 상반기(4조2540억원)보다 44.4% 늘었다. 단 1년 새 2조원 가까이 원재료 비용이 더 증가한 셈이다.

LG전자도 올해 상반기 원재료 매입에 20조6590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상반기(16조1599억원)보다 27.8% 증가했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 사업본부의 원재료 매입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어난 7조4692억원을 기록했다. TV 부문인 HE사업본부와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본부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각각 18.3%, 3.3% 더 많은 금액을 매입액으로 썼다.

TV 등 생활가전의 재고 자산이 글로벌 수요 감소 등 영향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쌓이는 재고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를 종합하면 올해 6월 말 기준 재고자산(장부 금액 기준) 규모는 52조92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3조5924억원)과 비교해 55.1% 늘어난 수준이다. 상반기 재고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41조3844억원)보다 25.9%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재고 자산이 50조원대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완제품(제품 및 상품)의 재고 비중이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완제품 재고 자산 규모는 17조57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조3491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재고 자산은 전년 같은 기간(8조3275억원) 대비 16.3% 늘어난 9조6844억원이다. 같은 기간 완제품 재고 자산도 4조6535억원에서 5조4101억원으로 16.3%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상방기 6조2267억원 수준이던 재고 자산이 올 상반기 11조8787억원으로 늘었다. 

재고가 빠르게 늘면서 기업들은 생산라인 가동률을 낮추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TV 등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을 1분기 84.3%에서 2분기 63.7%로, 휴대폰 생산라인은 81.0%에서 70.2%로 가동률을 각각 낮췄다. LG전자 또한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 관리 차원에서 냉장고(127%→119%)와 세탁기(99%→81%) 등 주요 생활가전 제품의 2분기 가동률을 전분기보다 낮췄다. 

하반기 수익성 악화 등 이유로 연구개발비 지출폭이 감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춤하는 연구개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지난해 대비 하락했고, LG전자는 소폭 상승에 그쳤다. 각사의 매출은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재료, 물류비 증가로 인한 수익 악화를 겪으면서 연구개발비를 늘릴 여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R&D 투자는 2018년 상반기 8조7844억원에서 올해 12조1779억원으로 매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지속 증가 중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7.9%로 지난해 8.5%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SK하이닉스의 상반기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9.3%로 지난해(10.7%)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LG전자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9%로 지난해 상반기(4.8%) 대비 소폭 올랐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하반기 실적 빨간불

원재료 가격 상승과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증가 그리고 투자 위축의 악순환은 올 하반기 실적 악화로 연결될 조짐이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 분석 결과 지난 16일 기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3조5472억원이다. 3개월 전 전망치 17조2761억원 대비 21.6%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1조1386억원에서 9085억원으로 20.2% 떨어졌다. SK하이닉스 역시 마찬가지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1699억원으로 3개월 전 4조8236억원과 견줘 34.3%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하반기 수요 둔화 속에 원재료 상승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기 설비 투자 계획 등은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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