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국민연금 환헷지 전략에 대한 비판,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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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국민연금 환헷지 전략에 대한 비판, 타당한가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08.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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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환율이 1300원 대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차원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환율 상승이 우리나라 경제에 좋은가 나쁜가 하는 영향에 대한 논란부터, 환율 상승의 원인이 달러 강세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에 의한 것인가 까지, 원인, 과정, 영향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환율이 갖고 있는 폭넓은 정보, 우리 경제와 국내외 투자자에게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이러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획재정부의 외환 시장 개입 등 정책적 대응 문제까지 연결된다.

물가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심리 등을 안정시키기 위해 환율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쪽에서는 빠른 긴축이나 외환시장 개입을 요구한다. 반면 반대 쪽에서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며 결국 성장, 물가, 정부의 재정적 안정성, 유동성 확보 정도 등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이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의도적 개입은 가급적 피하되 변동성이 커질 때 일시적, 제한적으로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경제의 구조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서로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환율 관련 정책에 대한 건전한 논쟁은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환율 상승의 이유'로 소환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그런데 이러한 논의 끝에 최근 들어서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까지 환율 상승의 이유로 소환되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대규모 해외 투자를 지속하면서 환 위험을 열고 가기 때문에(환 오픈 전략) 환율이 오르고 있다며, 환율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환 헷지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는 국민연금의 현재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려 비판적인 시각의 기사를 쓰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른 언론에서는 국민연금이 보유하는 대규모 외화자산이 매각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는데, 국민연금의 최종 규모나 고갈 시점 등과 마찬가지로 장기적 이슈이며, 이번 기고의 주제와는 맞지 않아 다루지 않겠다.)

주지하다시피 국민연금은 일본 공적연금 GPIF와 노르웨이 국부펀드 GPF에 이은 세계 3대 연금으로 운용 규모가 현재 910조원 이상이다. 2021년 명목 GDP와 최근 코스피 시가총액 2000조원의 45%를 넘는 수준인데, 2000조원을 넘어선 일본 GPIF에 비해서는 아직 반이 되지 않지만, GDP나 증시 규모 대비 비중은 훨씬 더 높고 앞으로도 계속 비중이 올라갈 전망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투자의 상당 부분은 해외 시장에 투입될 수 밖에 없다. 국내 시장에 투자될 경우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집중 위험이 매우 커질 뿐 아니라, 국민연금의 투자 의사결정이 국내 자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쳐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져 최근에는 45.5%에 달하고, 중기 자산배분 상 이 비중은 계속 올라가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매년 수백억 달러의 해외 투자가 이뤄지고,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나며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원달러환율 상승이 불편한 쪽에서는 국민연금이 환율을 끌어내리진 않더라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국민연금의 환헷지 전략에 대한 직간접적인 압박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제시될 수 있다.

무엇보다 연금 자산 운용에 있어서 국내의 가장 전문적인 집단의 의사 결정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20년 이상 전문 인력을 유치, 양성하며 다양한 투자를 진행해 왔고, 산하에 연구소를 운영해 세계 각국의 선진적인 자산배분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왔다. 연금 운영과 관련된 대부분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적어도 국내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를 찾을 수 있는 집단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더 선진적이고 전문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고, 현재 실행하는 것과 다른 제안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는 여러 논의가 뒤섞인 주장이고,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는 얘기가 아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나들면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환율상승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공성·수익성·안전성, 세가지 균형 고려해야

주지하다시피 연기금의 다양한 목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금의 안정적인 보존과 증식이며, 자산 배분 및 운용과 관련된 선택은 이러한 목적을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만약 현재 연금이 비합리적인 환헷지 전략을 사용한다고 판단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경우 이를 귀담아 듣는 것은 당연하지만, 비판의 포인트가 원화 절하가 될 경우 이는 적절한 비판으로 볼 수 없다. 의도된 원화 절상이 연금기금의 보존 및 증식에 좋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연금의 운용원칙에는 공공성이라는 원칙이 포함된다. 즉, 국민연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고, 적립규모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국가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하여 운용해야 한다는 원칙도 갖고 있다. 연금이 ‘연못 속의 고래’가 되지 않기 위해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도 국내 증시의 안정이라는 공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환오픈 전략이 국가경제 및 금융시장에 부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성 원칙이 수익성과 안전성이라는 기금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즉 기금을 보존하고 증시한다는 다른 원칙을 위배할 수 있는가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며, 설사 공공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환율 하락을 위해 연금의 환헤지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누구나 인정하는 합리적 이유로 보기 어렵다.

특히 공공성을 추구하기 위해 수익성과 안전성이 훼손될 경우 그 책임은 그러한 의사결정을 내린 주체에 지워지고, 부정적 결과는 모든 수익자, 즉 국민이 나눠 갖게 된다. 연기금에 전문가를 채용하고 맡기는 것은 한편으로 그러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의 전략이 궁극적으로 수익자의 손해로 이어졌을 때, 비판하는 언론과 학자들이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국내 주식 비중의 축소와 해외 자산 비중의 확대 역시 공공성이 아닌 연금기금 자체의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게다가 공공성 원칙이 강조되다 보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연금 기금이 동원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연금 기금으로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고 낮은 투자수익률을 감수하게끔 해도 공공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유가 이러한 선택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국민 전체, 즉 연금 수급자가 결국 이득을 보니 좋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비슷한 예로 몇 년 전 있었던 국민연금으로 국내 주식을 더 많이 사야 한다는 주장도 들 수 있다. 국민연금이 주가를 올리면 기업, 투자자, 경제에 다 좋은 것 아니겠냐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의 안정은 누구나 바라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은 항상 특정 계층으로부터 다른 계층으로의 자원 이동을 초래한다. 그 전체적인 결과가 혹시라도 연금기금의 부실화로 이어지면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피해를 받는 계층에 대한 보호는 누가 할 것인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건물. 사진=연합뉴스

책임없는 섣부른 비판, 바람직하지 않아

국민연금 환헷지에 대한 비판과 관련된 더 큰 문제는, 앞서서도 지적했지만, 이러한 비판이 적정한 환율 수준과 전망에 대한 특정인의 판단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 환오픈 전략이 환율 상승 요인일 뿐 아니라, 높은 환율 상태에서 환을 오픈해 놓으면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때 손실이 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실상 환오픈 전략과 환헷지 전략의 반복, 즉 다이나믹 헷지를 통해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어찌 보면 자신은 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전망에 무관하게 계속해서 환헷지를 해 놓으면 적어도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환헷지를 하는 것과 계속해서 환오픈을 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별 차이가 없을 수 있다.

환헷지를 하면 초기 단계부터 변동성 자체를 줄인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만, 환율은 주식 등 명목 이익의 증가를 반영해 상방이 열려 있는 자산이나 화폐에 대한 실물 자산의 성격을 갖는 금, 부동산 등 자산의 가격과는 성격이 다르다. 장기적으로 보면 추세보다는 특정한 범위를 오를 내릴 가능성이 더 큰 가격 변수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헷지를 하든 안 하든 큰 관계가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머징 국가 통화를 헷지하지 않은 상태로 보유하는 것은 지속적인 해당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조심해야 하지만, 달러가 아직 이머징 통화로 인식되는 원화 대비 장기적으로 계속 가치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계속 헷지를 해 놓아야 한다는 전망은 합리적이지 않다. 즉, 달러 표시 자산을 장기간 헷지하는 것은 헷지 비용을 꾸준하게 내는 것 이외에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이 환오픈 전략을 선택하고 있는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헷지 비율을 조절하라는 얘기는 환율 전망과 관련되니 운용자가 결정하고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할 부분이고, 달러 포지션 환 오픈 전략은 기축통화 가치의 단기 전망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운용자의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공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에 대한 비판은 가능할 뿐 아니라 늘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은 해당 기관이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자산 배분이나 운용의 경우 가장 나쁜 비판은 가격 변수가 다 움직인 다음에, 마치 자신은 정확히 전망했던 것처럼 왜 그러한 움직임에 대응하지 못했냐는 비판과 특정 자산 가격 움직임의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비판이다.

주요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을 경우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조직이 아닌 특정 전문가의 생각, 그것도 분명하거나 필요한지도 확인되지 않은 논리를 달성하는 데 그 조직이 장애물이 되었다는 식의 인식과 평가는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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