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美'인플레감축법'에도 현대차 웃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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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美'인플레감축법'에도 현대차 웃는 까닭은?
  •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 승인 2022.08.1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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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초기지 조지아주, 인센티브 등 전폭지원
아이오닉5, EV6 등 인기 차종 투입 가능
권영일 객원기자 (애틀랜타, 미국)
권영일 객원기자 (애틀랜타, 미국)

[오피니언뉴스=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워싱턴 정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처리에도 현대자동차는 빙그레 웃고 있다.

IRA는 미국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당연히 자동차 제조업체로선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 법안에 따라 연방정부는 내년부터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넣거나,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한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수혜를 보는 반면, 현대·기아자동차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닌 게 아니라 현대와 기아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는 전기차는 없다. 올해 11월부터 현대는 'GV70 전동화 모델', 기아는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전기 SUV 'EV9'을 생산할 계획이다. 

게다가 신설 예정인 조지아 전기차 공장은 오는 2025년에나 완공되며, 기존 모델을 미국에서 생산하려면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아이오닉6, EV9등 신규 라인업을 투입해 미국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계획은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아이오닉5와 EV6가 미국과 유럽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튼 인기를 끌고 있어 우려는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지 전문가들의 견해는 긍정적이다. 해당 법안은 결국 관련 시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조지아 공장 완공 전이라도 기존 미국 내 공장에 전기차 생산 라인 증설 등을 통해 대응한다면, 충분히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 조지아주에 6조여원을 투입 전기차 생산시설을 완공한다. 기존 미국 앨라바마 공장에선 이미 전기차 생산에 돌입했다. 사진은 지난 4월 앨라바마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기념하기 위해 생산라인 직원들이 함께 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 조지아주에 6조여원을 투입 전기차 생산시설을 완공한다. 기존 미국 앨라바마 공장에선 이미 전기차 생산에 돌입했다. 사진은 지난 4월 앨라바마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기념하기 위해 생산라인 직원들이 함께 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대 전기차 공장, 기아의 7배 혜택

현대·기아차는 조지아 주정부로부터 엄청난 세제혜택과 지원을 받고 있다. 대기업 규제에 무게를 두는 한국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결국 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실제 현대자동차가 조지아에 전기차 공장을 지으며 받는 세제 혜택은 기아자동차가 지난 2006년에 받은 것보다 7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경제지 애틀랜타 비즈니스 크로니클(ABC)은 8100개의 일자리를 약속한 현대는 18억 달러의 세제 혜택을 받기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5500개의 일자리를 약속한 기아는 2억 5800만 달러, 7500개 일자리를 약속한 리비안은 15억 달러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리비안은 테슬라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미국 전기차업체이다.

기아차와 현대차가 받은 세제 혜택 규모가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물가 상승의 영향도 있지만, 주정부가 투자유치 대가로 제공하는 세제 혜택의 상한선을 철폐했기 때문이다.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2021년 관련 법을 개정한 것이다.    

올해 조지아 외국인 투자 ‘큰손’은 한국 기업

이처럼 전기차 공장, 배터리 공장 등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해 세금 혜택을 주는 곳은 조지아뿐만이 아니다. 테네시, 노스캐롤라이나 등 많은 주들이 세금 혜택에 상한선을 두지 않는다.

이 같은 현지 지방정부들의 활발한 투자유치에 힘입어 한국기업들의 미국 진출은 당분간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실제 조지아가 유치한 해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가운데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독일,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순이다.

실제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 주지사는 2022년 회계연도(2021년 7월1일 – 2022년 6월 30일)에 사상 최대의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기록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기간 중 외국인 투자는 모두 80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현대자동차 투자액이 55억 4000만 달러를 기록,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조지아 사바나 인근 브라이언 카운티에 건설 중인 현대 전기자동차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약 8100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조지아에는 현대·기아차, 금호타이어, SK이노베이션, 한화큐셀 등 130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기업의 대미투자는 경영진들이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 분석해 판단한 결과이겠지만 미국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인센티브를 뿌리치기가 어려웠다는 게 기업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 권영일 객원기자(미국 애틀랜타)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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