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배가 스스로 움직이면 무엇이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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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배가 스스로 움직이면 무엇이 달라질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8.10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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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아비커스, 세계 첫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판매
자율운항 선박 시대, 사고방지·인력난 해소·온실가스 저감 효과 톡톡
유럽·미국·亞 조선 3국, 자율욶항 선박 기술 개발에 사활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 회사인 '아비커스'(Avikus)가 개발한 완전 자율운항 선박 '아비커스 2호'가 운항석을 비운 채로 해상에서 자율 운항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사내벤처 1호 '아비커스'가 자율운항 부문 세계 1위 도약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아비커스는 세계 최초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선박 출항부터 운항, 귀항 그리고 접안에 이르기까지 완전 자율운항 선박 운용이 가능해졌다. 자율운항 시대를 연 아비커스의 파장을 짚었다.

세계 첫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판매

10일 아비커스와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아비커스는 지난 8일 SK해운, 장금상선 등 국내 선사 2곳과 대형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2.0'의 수주 계약을 맺었다. 하이나스 2.0은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건조 중인 대형 선박 23척에 내년 8월부터 순차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자율운항은 모두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부분 자율운항이며 2단계는 선원이 승선했지만 선실 외 공간에서 원격 제어가 가능한 단계다. 이어 3단계는 선원 승선 없이 육지에서 원격 제어하는 것이며 4단계는 완전 자율 무인운항인 단계다.

하이나스 2.0은 이 중 2단계 기술이 적용됐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상황을 인지하고 다양한 돌발 상황에서 속도 제어와 충돌 회피 등 선박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 운항 데이터를 축적한 뒤 최적의 경로를 생성하고 선박이 자율적으로 엔진출력을 제어하기에 연료 소모도 최소화한다.  

아비커스는 지금까지 국내외 ㅅ너사로부터 1단계 자율운항 시스템 '하이나스 1.0'을 170여 건 수주했다. 이번에 수주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상용화는 세계 첫 사례다. 

앞서 지난 6월 현대중공업그룹은 하이나스 2.0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18만 m³급 초대형 LNG 운반선에 자율운항을 적용해 대양 횡단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최근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세계 최초라를 결과 증명서를 획득하기도 했다. 아비커스는 10월 말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보트쇼 '포트로더데일'에 참가해 레저보트의 자율운항 솔루션 수주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박한 완전 자율운항 선박 '아비커스 2호'에 레이저 빔으로 물체 형상을 인지하는 장치인 '라이다'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가 스스로 움직이면 무엇이 달라질까

배가 스스로 움직이면 얻는 이점은 뭘까. 자율운항시대가 되면 ▲해양사고 방지 ▲해운인력 부족 해소 ▲선박 운용비용 절감 ▲온실가스 배출 절감이 기대된다. 그리고 ▲국내 조선·해운업 측면에서 기술 선도국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 

해운·선박 관련 국내외 다양한 기관들은 한 목소리로 선박사고의 주요 원인을 인적사고에서 찾는다. 미 연안경비 연구센터 연구에 따르면 해양사고의 약 75~96%는 인간의 실수로 발생했다. 한국의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역시 같은 견해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양사고 발생건수는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3156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악천후나 기계 결함보다는 사람의 실수로 인한 운항과실이 82%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경험 많은 고급 해기사 인력 부족 심화 현상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해운인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데 부원(일반 선원) 대비 해기사(간부 선원) 부족이 보다 두드러질 전망이다. 발틱국제해운거래소(BIMCO)와 국제해운회의소(ICS)가 공동 조사해 발표한 '해운인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해기사 인력 부족률은 2.1%에서 2025년 부족률은 18.3%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진행한 연구용역 보고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해기사뿐만 아니라 부원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며 해운인력 부족과 외국인 의존도 심화가 해운업계의 중요한 고민거리로 대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선박 대비 자율운항 선박의 운영비는 25% 이상 저렴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상업 선박 운용비용 중 연료비와 인건비가 8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이유로 자율운항 선박으로 연료비와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면 해운업계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완전자율운항 선박이 현실화된다면 선원 거주공간과 이동통로, 안전장비 등이 필요없어져 선박을 공기 저항이 적은 형태로 설계해 연비를 더욱 높일 수 있으며 사라지는 공간에 화물을 더 적재해 운항 효율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운 분야는 운송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중 13%를 차지한다. 자율운항 선박 시대가 오면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현재 국제 무역량의 90% 이상이 국제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해상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환경규제기준을 강화한 IMO 2020을 시행해 최근 LNG 추진선 도입이 늘어나고 있으며 미래에는 수소·암모니아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그러나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해선 친환경 연료 사용만으로는 부족하며 최적의 경제운항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율운항 선박 및 스마트 항만과 같은 조선·해운 업계의 디지털화 도입이 필요하다. 조선·해운 업계는 200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70% 감축해야 한다.

자율주행 선박은 국내 조선·해운산업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조선 산업 1위, 해운 산업 7위를 자랑하는 한국은 최근 중국의 급성장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조선 업계가 글로벌 1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자율선박과 같은 차세대 기술혁신 경쟁에도 앞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 회사인 '아비커스'(Avikus)가 개발한 완전 자율운항 선박 '아비커스 2호'가 자율 정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는 지금 자율주행 선박 개발 경쟁 중

'바다 위 테슬라'로 불리는 자율운항 선박 개발을 향한 전 세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을 비롯해 노르웨이, 핀란드,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조선·해운 강국들을 중심으로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 및 시험 항해가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유럽은 2012년부터 3년간 선박 자율운항을 위한 MUNIN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적, 제도적, 경제적 측면의 타당성을 연구하고 전략적 방향을 제시했다. 핀란드는 2018년 12년 세계 첫 완전자율운항 여객선 '팔코(Falco)' 가승객 80명을 태우고 핀란드 남부 발트해 연안에서 시험 운항에 성공했다.

일본 역시 2019년 10월 일본 선사 NYK가 자동피항시스템 SSR이 적용된 2만톤급 자동차운선반 '아이리스리더호'의 시운전에 성공했다. 중국도 2019년 12월 첫 무인 자율운항 선박 '근두운0호'로 홍콩-마카오 구간의 시험 항해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현재 글로벌 해운사가 위치한 유럽이 자율운항선박 기술 부문에서 리더십을 선점하고 있다. 2030년까지 연안용 무인 원격제어 선박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5년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2035년까지 자율운항선박 기술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고, 2030년까지 연안 원격제어 무인화 기술 개발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콩스버그와 핀란드 바르질라, 스위스 ABB 등도 일찍이 자율주행 선박 기술 개발에 나섰다. 반면 군용 자율운항선박 수요가 강한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 중심으로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조선 3대 강국(한국, 일본, 중국)이 있는 동아시아의 경우 조선업체 중심으로 자율운항 선박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기술 선도 기업들은 현재 연안에서 원격제어가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을 개발해 시험 운항을 추진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원격제어 가능 무인 선박의 상업적 판매 가능 수준까지 기술을 고도화·안정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자율운항 선박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앤마켓스에 따르면 세계 자율운항 선박 시장 규모는 2019년 71억 달러에서 2030년 143억 달러로 2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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