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위험에 집주인 세금체납으로 보증금 떼이는 세입자…정부, 대책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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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 위험에 집주인 세금체납으로 보증금 떼이는 세입자…정부, 대책없나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8.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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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세입자들이 떼인 보증금 472억원…작년부터 대폭 증가세
강서·양천·관악, 전세가율 90% 넘는 신축 빌라 전세거래 많아 '위험경보'
정부, 한시적 경찰 특별단속 방침…근본적 대책 필요
서울의 한 빌라촌.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빌라촌.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최근 전세가율이 80%를 넘거나 전세가가 매매가가보다 높은 '깡통전세'로 인해 세입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날로 늘고 있다.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할 경우 세입자의 보증금이 모두 떼이는 경우도 늘고 있어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5년간 세입자들이 떼인 보증금 472억원…작년부터 대폭 증가세

최근 임차인 136명을 속여 298억원의 전세금을 '세모녀 전세사기' 사건 피의자가 구속기소 되는 등 '깡통전세'로 피해를 입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더불어 집주인이 세금을 내지 않아 보증금을 떼인 세입자들의 전체 임차보증금이 5년간 472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미납 세금 공매에 따른 임차보증금 미회수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 1~7월 집주인의 세금 미납으로 임차인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122억 1600만원(101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하반기(8~12월) 집계가 남아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미 지난해 연간 피해 보증금 93억6600만원(143건)을 넘어설 만큼 피해 규모가 대폭 증가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2억 5000만원이었던 피해 보증금은 올해 들어 두 배를 훌쩍 넘겼다.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피해 규모를 살펴보면 세입자는 915명, 금액 기준으로는 472억 2100만원으로 나타났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임대인의 세금(국세·지방세), 공과금 체납 시 압류된 주택 등 소유 재산을 공매 처분한다. 공매로 처분한 금액으로 체납 세액을 회수하는데 이때 세금은 보증금 등 다른 채권보다 우선 변제한다. 즉 임차인들의 보증금은 세금보다 우선 순위에서 밀려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임차인들이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집주인의 체납사실을 확인하려면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등기부등본과 달리 절차가 까다로워서 사실상 계약 이전과 이후에도 집주인의 세금 체납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 

강서·양천·관악, 전세가율 90% 넘는 신축 빌라 전세거래 많아 '위험경보'

자료제공=다방
서울 신축 빌라 '깡통전세' 비중. 자료제공=다방

서울 외곽 지역 신축 빌라 중심으로 전세가율이 90%에 달하는 '깡통전세' 거래도 늘고 있다. 5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등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지어진 서울 신축 빌라의 전세 거래 3858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시 신축빌라 전체 전세 거래 중 21.1%(815건)가 전세가율 90% 상회해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이 매매가와 같거나 오히려 높은 경우도 593건(13%)으로 조사됐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울 강서구의 전세 거래 총 694건 중 370건(53.3%)이 전세가율 9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 강서구 화곡동이 304건으로 82.2%를 차지해 가장 비율이 높았다. 

서울시 화곡동은 다세대·연립, 단독·다가구 등이 많은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인근 김포공항을 오가는 항공기로 인한 고도제한에 묶인 곳이 많아 10층 내외의 빌라가 많다. 집값이 인근 다른 지역보다 저렴해 청년층과 서민들의 주거 수요가 많은 동네다.

다음으로 높은 지역은 양천구로 총 전세 거래 232건중 48.7%인 113건이 전세가율 90%를 웃돌았다. 관악구는 91건 중 44건(48.4%), 구로구 114건 중 42건(36.8%) 등으로 모두 서울시 평균(21.1%)을 넘어섰다. 

종로구와 도봉구, 서대문구의 경우 신축 빌라 전세거래가 14건, 45건, 41건으로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깡통주택 위험 주택의 수는 각각 4건(28.6%), 11건(24.4%), 7건(17.1%)으로 나타났다. 

정부, 한시적 경찰 특별단속 방침…근본적 대책 필요

서민 임차인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는데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25일부터 경찰청 수사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를 설치해 내년 1월 24일까지 6개월 동안 전세사기를 특별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 관련 엄정 대처를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특별단속은 한시적 조치여서 임차인들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엔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자금대출 한도와 반환보증 규모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깡통전세'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집주인의 세금 체납여부도 미리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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