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쿠팡플레이 '안나' 논란, 시청자 권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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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쿠팡플레이 '안나' 논란, 시청자 권리는 어디에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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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쿠팡플레이 '안나'는 배우 수지가 주연을 맡아 거짓 인생을 사는 여인의 이야기를 다뤄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시리즈다. 그런데 이 작품이 감독을 배제한 채 쿠팡 측이 일방적으로 편집을 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제작사와 협의해 자신의 권한을 행사했다고 항변했다.

창작자의 변(辯)

지난 2일 '안나'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작품을 훼손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놓았다.

이 감독은 입장문에서 “쿠팡플레이가 감독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안나’를 편집해 공개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6월 24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최초 공개된 '안나'는 원래 8부작이었으나 쿠팡 측에서 6부작으로 일방적인 편집을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공개된 '안나'에 대해 이감독은 “단순히 분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구조와 시점, 씬 기능과 상관없는 컷을 붙여 특정 캐릭터의 사건을 중심으로 조잡하게 짜깁기를 한 결과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가 크게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며 “한마디로, 도저히 제가 연출한 것과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없는 정도로 작품이 훼손되었다”고 밝혔다.

이주영 감독은 2017년 1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3년 8개월에 걸쳐 '안나'를 집필했고 이를 쿠팡 측이 승인해 2021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촬영을 마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쿠팡플레이는 편집본 회의에서 재편집을 요구했다고. 

이후 쿠팡 측은 이 감독에게 편집 파일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다가 결국 마스터 파일을 전달했다. 그리고 6월 7일 쿠팡플레이는 다른 작업진들과 재편집하겠다는 통보를 전해왔다고 이 감독은 주장했다.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가 한 것과 같이 감독을 완전히 배제하고 일방적인 편집을 강행하는 것은 업계에서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며 쿠팡 측의 처사를 비난했다. 이에 다른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 같은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한편, 이 사태는 이주영 감독을 지지하는 스태프들의 지지로 이어졌다. 이들은 “쿠팡플레이로부터 전혀 존중받지 못했고, 저희가 피땀 흘려 완성해낸 결과는 쿠팡플레이에 의해 일방적으로 변경됐다. 감독도 동의하지 않았고 저희 중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다”며 이 감독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 사진제공=쿠팡플레이

투자사의 변(辯)

이주영 감독이 편집권 침해를 폭로한 다음 날인 3일 쿠팡플레이는 입장문을 통해 이감독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쿠팡 측은 “당초 제작 의도와 크게 달라 감독에게 수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계약 내용에 근거해 작품을 편집했다”고 밝힌 것.

쿠팡 측은 계속해서 “감독의 편집 방향이 당초 쿠팡플레이, 감독, 제작사 간에 상호 협의된 방향과 현저히 달랐다”며 “지난 수개월에 걸쳐 쿠팡플레이는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하였으나, 감독은 수정을 거부했다”고도 밝혔다.

그래서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해 쿠팡플레이는 원래 제작 의도에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제작사의 동의를 얻었다고도 밝혔다.

한편 쿠팡플레이는 감독판 '안나' 8부작을 8월 중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을 거친 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들의 사정

이주영 감독과 쿠팡플레이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대중에게 주목받는 영상 플랫폼인 OTT가 어떤 계약 구조로 콘텐츠를 만드는지 알 수 있다. 

우선, 세 당사자가 있다. '안나'를 방영하는 플랫폼과 투자사로서의 쿠팡플레이, '안나'를 창작한 이주영 감독, 그리고 플랫폼과 창작자 사이를 연계하는 제작사가 있다. 

쿠팡플레이의 주장을 보면 쿠팡 측은 제작사와 계약을 했고, 제작사는 감독과 계약을 한 모양새다. 그래서 제작사의 동의를 구한 투자사에 의한 재편집은 문제가 안 된다는 논리다. 

이는 창작자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논란을 낳았다. 다만 쿠팡 측은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되었다며 결과에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이런 논란 과정이 최근 OTT 계약 관행을 더욱 드러나게 했다. 제작사는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방영권은 물론 IP 등 거의 모든 권리까지 넘기는 계약을 하기도 한다. 관점에 따라 ‘갑질 계약’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의 투자가 이뤄지기는 하지만 제작사의 수입은 대체로 거기가 끝이다. 그래서 갈수록 창작자들이 글로벌 OTT와 계약을 꺼리는 현실이다.

이때 입장이 나뉜다. 제작사들은 계약 성사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창작자들은 창작물과 창작자의 권리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시청자의 선택이 면죄부인가?

쿠팡플레이는 창작자를 배제하고 재편집한 결과를 두고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되었다”며 자평한다. 시청자들의 호평이 있었으니 창작자를 배제하고 편집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자세다. 그러고는 감독판 8부작을 이른 시일 안에 공개하겠다고 밝힌다. 

물론 지금은 6부작 '안나'가 좋을지 혹은 8부작 '안나'가 더 좋을지 판단할 수 없다. 8부작이 공개되면 대중에 의해 밝혀질 문제다. 그런데 대중의 시선을 잡고 호평까지 얻은 '안나'가 대중에게 미운털이 박힌 것 같다. 

소셜미디어의 반응을 보면 '안나'에 대한 미움이라기보다는 창작자가 수년간 뼈를 깎으며 만든 원작을 훼손시킨 쿠팡플레이로 향한 비판이다. 그리고, 시리즈가 방영되는 지난 몇 주 잠시나마 매혹되었던 순간들이 실은 돈의 논리로 편집된 감흥에 불과했다는 자괴감도 발현되기도 한 듯.

창작자와 투자사의 갈등은 법으로 가려질 것이다. 저작권 관련 법령에 각 부문 당사자의 권리와 권한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장을 믿고 상품을 샀지만 다른 게 들어있는 배송사고를 당한 OTT 시청자, 혹은 대중의 권리는 어디에다 호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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