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尹정부 반도체 전략, 슈퍼사이클 때와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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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尹정부 반도체 전략, 슈퍼사이클 때와 비교해보니…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7.22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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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반도체 올인'…'K-반도체 전략' 발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익 감소 때 쇼크 우려도
올해 하반기 반도체 업황 부진 전망 커져
윤석열 대통령이 6월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받은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윤석열 정부가 21일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이하 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반도체 단지 용적률을 최대 1.4배 높이고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 종사자는 64시간 근무도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더해 설비투자 때 세액공제율을 기존 대비 2%포인트 상향했다. 수도권 집중 완화, 적정 근로시간 보장, 경제력 집중 방지 등을 이유로 이전 정부가 신중한 행보를 걸었던 규제 부문을 과감하게 해제해 미중무역분쟁으로 촉발된 각국의 공급망 재편과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이다. 업계는 ▲투자 ▲인력 ▲시스템 반도체 ▲소부장 등 크게 4가 부문에 정부가 주목했다고 평가한다. 일각에선 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를 기대한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올인' 전략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대기업 주도 주력 산업의 전·후방 산업과 연계 효과가 과거에 비해 줄었고, 고용 창출효과도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세액공제 2%P·공장용적률 1.4배 높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경기도 화성 동진쎄미켐 공장에서 반도체 전략을 공개했다. 반도체 전략의 핵심은 투자 활성화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미국 등 해외 공장 비중을 늘리는 와중에 정부는 기업의 국내 투자를 촉진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까지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반도체 단지 용적률을 기존 350%에서 최대 490%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의 반도체 공장수(클린룸)는 기존 12개에서 앞으로 최대 18개까지 운용이 가능하다. SK하이닉스의 용인클러스터 클린룸 역시 기존 9개에서 최대 12개로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다. 정부는 클린룸 1개 당 1000여명의 고용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고 최대 9000여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지원 방안도 확대한다. 정부는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전력이나 용수 등 반도체 단지 필수 인프라 구축 비용을 향후 국비로 지원할 방침이다. 반도체 기업을 비롯해 대기업 시설투자 때 세액공제율은 기존 6~10%에서 8~12%로 상향한다. 또한 '중대한 공익침해' 등 사유만 없다면 반도체 공장 인허가의 신속 처리를 의무화한 점도 눈에 띈다. 반도체 수요·공급 사이클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반도체 연구개발 부문은 '특별연장근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연구개발 종사자들은 올해 9월부터 최대 64시간 근무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화관법상 유해화학물질 취급 시설 개선 등으로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았던 각종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340조원의 반도체 부문 투자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기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한다. 최근 몇 년간 수급이 어려웠던 차량용 반도체 기술 개발에 5000억원과 전력반도체 기술 고도화에 4500억원 등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한 대규모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한다.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해 소재 및 부품, 장비(소부장) 생태계 구축도 강화한다. 제3판교 테크노밸리와 용인 플랫폼 시티에 반도체 소부장 클러스터를 구축해 소부장 업체 간 기술 교류 등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3000억원 규모의 민관 합동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해 소부장 분야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에 위치한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비교해보니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고 불리는 2017~2018년에도 대규모 투자가 단행됐지만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없었다. 

2017년 반도체 수출액은 979억4000만 달러로 2016년 대비 54.4% 급증했다. 반도체 단일 상품만으로 1994년 국내 총수출액(960억1000만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당시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무선통신기기용 메모리반도체(D램 및 낸드플래시) 수요와 SSD 등 대용량 서버 수요가 폭증했다. 여기에 loT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발했고,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격 역시 상승했다. 

반도체 호황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명암은 갈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 매출은 50% 가량 늘었지만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15.8%에 그쳤다. 매출액 1000억원 미만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15.4%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률 격차는 더 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중소·대기업의 10배 수준의 격차를 보였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고, 연구개발비를 제외한 영업이익률은 32.4%에 그쳐 실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격차는 7~8배 정도로 축소됐다. 

생산유발 및 일자리창출 등을 통한 낙수효과도 크지 않았다. 생산 공정의 자동화 및 대형화로 효율성을 높이는 수준으로 투자가 진행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생산유발계수와 고용유발계수는 정체 상태에 빠졌다. 

산업연구원이 2018년 발표한 '대기업 체제의 한계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체제는 더 이상 성장과 고용, 성장과 분배 간 선순환 구조를 견인하지 못한다"며 "중소기업 매출액과 관련한 대기업의 낙수효과는 존재하지만 최근 들어 그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경제는 중소·중견기업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대기업의 매출 증가가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에는 큰 영향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상당 수준의 단가 인하 요구를 통해 낙수효과가 상쇄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기업 체제 아래 수직적 하도급구조는 시장 지배적 지위, 집단적 교섭력 등을 통해 오히려 중소기업에 비용과 위험을 전가하며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중소·중견기업의 낮은 혁신성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경우 한국 경제에 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이익 감소 땐 쇼크 우려도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올인 전략이 반도체 이익 감소와 만날 경우 한국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난 2019년 1분기 경제성장율은 마이너스(2018년 4분기 대비 -0.3%)로 떨어졌다. 주요 이유는 수출과 설비투자 감소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기업 중심의 주력 산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특히 설비투자(전분기 대비 -10.8%)와 수출(-2.6%), 건설투자(-0.1%)가 크게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2019년 1분기 영업이익은 6조2000억원으로 2018년 1분기 15조6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SK하이닉스 역시 1년 전(4조3700억원)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1조3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한국 경제는 충격을 받았다. 물론 당시 세계 경기의 하강 기조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외부적 요인도 한국 경제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대기업 주도의 주력 산업 부양을 통한 낙수효과의 효용성은 크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낙수효과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올 하반기 경제전망은 밝지 않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침체 여파가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메모리뿐만 아니라 비메모리반도체 시장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가전, IT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최근 파운드리 업체에센 전력관리반도체(PMIC), 이미지센서(CIS),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시스템온칩(SoC) 등 고객사 주문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반기 판매 부진을 우려하는 스마트폰·가전·PC 등 제조업체들이 재고 관리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렌드포스는 PMIC·CIS·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을 생산하는 8인치 파운드리 팹의 가동률이 올해 하반기에 90~95%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소비자향 제품 반도체의 생산 비중이 높을 경우에는 90%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제품이 다양한 12인치 파운드리 팹은 8인치보다는 상황이 낫겠지만 가동률이 약 95%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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