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성인 교수 "현 경제상황 2008년보다 심각...'노령화·저성장·가계부채' 3중고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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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성인 교수 "현 경제상황 2008년보다 심각...'노령화·저성장·가계부채' 3중고 직면"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7.19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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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 2008년 글로벌 위기보다 위험한 상태"
소득세 인하·보유세 중과로 생산자에 인센티브 부여해야
가계부채 위기는 채무 재조정을 통해 해결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제상황이 2008년 글로벌 위기에 비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제상황이 2008년 글로벌 위기에 비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노령화와 저성장은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기저질환이나 마찬가지다. 가계부채 역시 위중하지만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이 두 가지는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가진 문제를 노령화와 저성장, 가계부채 등세 가지로 정리했다. 전 교수는 대표적인 중도 개혁성향의 경제학자로 꼽히며 1990년부터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과 함께 글로벌 경기침체, 고유가 등의 복합위기가 얽혀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가계부채 우려마저 심각하게 커졌다. 

이러한 가운데 전 교수는 소득세를 인하하고 보유세를 중과해 생산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청년층의 경제활동을 독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정책적으로 채무 재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다음은 전 교수와 일문일답.

-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사상 초유의 '빅스텝'을 단행했다. 연말까지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대에 진입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상황에서 현재 한국경제 상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을 요약하면 1997년 IMF 외환위기보다는 약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보다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 1980년대 외채 위기, 1990년대 외환위기 등 그동안 우리 경제가 겪어온 상황보다는 약한 상황이지만 2008년 경제위기보다는 위중하다고 본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진=오피니언뉴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진=오피니언뉴스

-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그리고 현재 상황의 차이가 무엇인가.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세계 경제의 문제나 미국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나라만의 문제였다. 높은 부채비율과 과속성장, 거품 등이 외환위기를 초래했고 기업이 부실화돼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겪고 노숙자가 생겨났다. 그러나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위기는 기업 부문의 부실이라고 보기 어렵기에 외환위기보다 파장이 크지 않다. 

그러나 지금이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보다 위중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현재 문제가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선진국들과 우리나라가 함께 얽혀 있기 때문이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우리나라도 자체적인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브프라임보다 위중하다. 서브프라임은 금융만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실물경기가 얽혀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현재는 곡물이 유통되지 않고 원유 가격이 올라가고 있지 않은가. 실물경기 문제는 국제금융시장의 특정 자산시장 부문에서 부실이 커지고 불투명성이 늘어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는데. 우리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은 무엇이 있다고 보는가.

▲1997년이나 2008년보다 훨씬 더 겉으로 드러난 한국경제의 문제는 노령화와 저성장이다. 코로나19로 비유하자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이 더 큰 것처럼 경제에서도 기저질환 문제가 중요하다. 노령화와 저성장 문제는 우리가 1997년에는 거의 느끼지 못했고 2008년에는 어렴풋하게 느끼는 정도의 초기 단계였지만 지금은 확연하게 우리 경제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하고 있다. 

두번째 기저질환은 가계부채 문제다. 가계부채 문제는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에 저성장이나 노령화 문제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당장 걸려있는 문제라고 보면 된다. 저성장과 노령화가 은근히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압박하는 문제라면 가계부채는 당장 머리 위에 칼날이 하나 달려있는 것과 같다.

- 가계부채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가계부채란 기본적으로 채권자와 채무자의 문제인데 채무자가 갚을 돈이 없을 때 발생한다. 결국 가계부채 문제의 해법은 채권자의 팔을 비틀어서 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용의 근본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 중 신용대출은 담보 없이 신용만 보고 빌려준 것이기에 생산으로만 보면 달라지는 게 없다. 적어도 정태적으로는 돈이 채권자의 호주머니에 들어가느냐 채무자의 호주머니에 들어가느냐의 차이만 있는 것이다. 동태적으로는 대출이 줄어들고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등의 일들이 일어날 수 있지만 그걸 잠시 뒤로 하면 소득 재분배 또는 부의 재분배만 일어나는 것이다. 은행이 차주들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게 됐을 때 은행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 그 정도가 심각하면 정부가 돈을 지원함으로써 해결하면 된다.

- 정부가 은행에 돈을 지원하는 것이 공정한가.

▲그동안 정부가 기업과 은행에 수없이 많은 공적지원을 해 오지 않았나. 위기 때마다 정부는 공적자원을 투입해서 기업의 채무를 깎고 은행의 자기자본을 확충해왔다. 유동성이 필요하면 한국은행이 돈을 더 찍어냈고. 그러니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하면 된다. 가계부채 중 상당수는 개인 자영업자들이 지고 있는 빚이니 은행들이 이를 받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오는 9월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 역시 재연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연장해야 한다. 그게 다가 아니다. 최저임금은 올리면서 자영업자 빚은 다 갚으라고 하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반감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건 원금을 깎는 것이다. 이제 채무 탕감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법원의 회생절차에 버금가는 절차로 채무재조정을 해줘야한다. 지금 만기연장 자체는 논점이 아니다. 채무재조정을 해야 하는데, 제일 어려운 부분은 주택시장과 부동산 경기와 얽혀있는 주담대다.

-주담대가 어려운 이유는.

▲주담대에 대한 정부나 금융위원회 쪽 의견은 은행이 담보를 충분히 잡고 있어서 자산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50원을 빌려줬다면 경매로 처분할 때 80원에 팔건 70원에 팔건 50원짜리 채권을 회수할 때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채권자 입장에서 본 시각이다. 문제는 사회적인 측면이다. 50원은 담보대출을 받고 50원은 자기 돈을 들여 아파트를 산 사람이 실직 등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면 그건 문제가 된다. 그 사람은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주담대에 대한 문제는 채무자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그렇기에 주담대를 받은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법인세를 최고세율 25%에서 22%로 인하한다는 내용과 함께 보유세, 종부세, 재산세를 인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세금 인하 등과 함께 규제를 개혁해서 저성장 기조를 헤쳐나가겠다는 현 정부 정책이 적절하다고 보는가.

▲법인세는 인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진율도 평탄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다른 쪽에서 세율을 올려서 전체적으로 세수의 균형을 맞출 때 가능한 얘기다. 개인적으로는 소득세도 인하할 수 있다고 본다.

-소득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또, 법인세 또는 소득세와 재산세 또는 종부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소득세는 개인이 용역을 제공하고 근로소득을 얻거나 사업활동을 해서 사업소득을 얻는 등 경제활동을 행한 것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법인세 역시 경제활동을 해서 이익을 남긴 경제주체인 회사에게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다. 즉 소득세나 법인세는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보수를 얻었다는 것이 전제된 것이다. 반면 재산세는 일정한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으로, 개인이 그 재산으로 경제활동을 했는지가 확실하지 않다.

종부세 역시 토지와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것이지만 납세자가 이를 가지고 경제활동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세금을 인하하자면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하하자고 하는 것이다. 인하함으로써 생산활동을 장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산세를 내는 입장에선 돈 많은 게 죄냐고 할 수 있겠지만 돈 많은 게 죄가 아니라 돈을 생산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생산하는 사람에게 세금 깎아주고 생산하지 않는 사람에게 세금을 올리는 것이 옳다. 

-장기간의 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소득세를 인하하고 보유세를 중과해 생산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게 먼저다. 일시적인 가계부채 위기는 채무 재조정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령화 문제와 관련해서 청년들에게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계층을 우대해야 한다. 근로소득을 장려하고 사업소득을 장려함과 동시에 임금도 올려야 한다. 국가가 경제정책을 펴는 것의 핵심은 고용을 늘리고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이 살 수 있고 더 나아가 재생산도 가능하다. 무직자에겐 직업을 주는 정책을, 직업을 가진 사람에겐 임금을 높여주는 정책이 중요하다. 다만 이런 정책은 경제 전체적으로는 효율적이어도 특정 계층의 사람에게는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바로 여기서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한국경제의 문제는 정치적 문제라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에 노년층과 청년층 간 갈등을 들여다봐야 한다. 계층별로 소득을 보면 노년층 일부 세대는 무척 자산이 많다. 생산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계층에 세금을 막 매겼다가는 지지율이 떨어진다. 노령화라 함은 노령인구층이 많다는 것이고 따라서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힘과 힘이 충돌하는 갈등 국면이 빚어지면 청년층은 관련 의제에서 이길 수가 없다.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가계부채 문제도 일부 갈등이 있을 수 있으나 그래도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노년층과 청년층의 대립은 경제적 문제임에도 경제적 접근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이는 정치적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 그게 한국경제의 문제고 기저질환이고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대 간 타협이 중요하다. 아무리 노년층이 자산이 많다고 해도 청년층이 생산을 하지 않으면 구매력이 유지되지 않는다. 성장이 안되면 생산물의 공급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저성장이라는 얘기는 공급이 천천히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결국 부동산 가격을 낮추고 청년층에게 자산을 일부 줘서 그들이 생산을 하게 만들어야 경제 위기가 해결될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 노사정 대타협을 추진하듯이 노년층과 청년층 간에도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959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계량경제학회 사무국장, 한국금융학회 편집위원을 지냈다. 저서로는 '화폐와 신용의 경제학'과 '통계학', '경제학원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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