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의 무분규 임단협 합의가 씁쓸한 까닭
상태바
[기자수첩] 현대차의 무분규 임단협 합의가 씁쓸한 까닭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7.13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차 노사, 상식적 수준의 새 노사관계 정립해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12일 임금협상과 관련 잠정합의안을 파업 없이 마련했다. 이로써 2019년 이후 4년 연속 무분규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아직 잠정합의안이 전체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통과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지만 대화를 통한 잠정합의안 도출은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다른 자동차 회사는 물론이고 산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무분규 임단협 잠정합의안 도출로 살얼음판을 걸었던 현대차 노사가 협력과 상생 관계로 진일보하길 바라면서도 마음 한 켠에선 쉽게 응원의 박수를 보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경기 침체 우려와 코로나19 쇼크 등 시계제로의 경영환경 속에서 무분규 합의가 대단한 결단인 것처럼 평가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상식적 차원에서 그동안 노조의 요구와 주장에 무리가 있었던 건 아닌지, 우리 사회의 노사관계가 왜곡돼 있었던 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잠정합의안의 내용을 뜯어 보면 기본급 9만8000원(4.3%, 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하반기 목표 달성 격려금 100%, 미래 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격려 주식 20주, 재래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임금 인상액은 수당 1만원을 합해 모두 10만8000원이다. 

노사는 또 자동차산업 환경 변화 대응과 고용안정을 위해 '국내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를 마련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국내 최초 전기차 생산 공장을 내년 착공해 2025년 완공·양산을 시작하고 국내 공장 생산 물량 재편성과 연계해 기존 노후 공장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한다. 현대차가 국내 공장을 신설하는 건 1996년 충남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이다. 또 직군별 특성에 맞게 임금제도를 개선하고 연구소 부문 인재와 연구개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직군 임금체계 개선 방안을 내년 3월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사는 12일 무분규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사진제공=현대차

잠정합의안 내용만 놓고 보면 극한 대치와 분규를 반복했던 예년에 비해 많지 않은 수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대전환기라는 사정을 감안할 때 적다고도 보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현대차 노사는 지금의 고(高)임금 구조가 생산성에 기반한 것인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기 상황 속에서도 신제품 개발을 통한 이익 확대, 원가 절감, 공정 혁신 등 생산성 향상을 통한 고임금인지 아니면 '강성 노조'라고 비판에도 과거부터 이어 온 노동 기득권이 낳은 강력한 관성의 결과물은 아닌지 되짚어야 한다.

또한 현대차 노조는 같은 생산라인에서 일하면서도 임금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1·2차 협력업체나 무수한 중소기업 종사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가올 미래차 시대, 현대차 노사가 상식적인 수준에서 진일보한 노사관계를 형성하길 기원한다. 특히 현대차 노사는 29년 만에 울산에 들어설 새 전기차 전용공장이 미래차 시대, 선도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의 전초기지이자 안정적 고용 유지의 위한 좋은 선례로 남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단체협약을 앞세워 과도하게 경영의 발목을 잡아온 구태를 버리고 상식적 수준에서 노사가 함께 미래차 경쟁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