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보다 경기침체"...급락한 구리가격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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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보다 경기침체"...급락한 구리가격의 경고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7.04 12: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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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가격, 톤당 8000달러 하회...17개월래 최저치
경기침체 따른 수요 급감 우려해 가격 하락세 지속중
중국 경기회복 긍정적이나 선진국 경기침체 우려 상쇄 여부는 미지수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구리 가격은 톤당 7982달러로 거래를 마감, 1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구리 가격은 톤당 7982달러로 거래를 마감, 1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가전제품에서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사용돼 경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구리 가격이 최근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닥터 코퍼'라는 별칭까지 얻은 구리는 최근  가격이 톤당 8000달러를 하회하면서 17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기가 둔화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을 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원인은 급격히 치솟은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긴축정책의 영향이다. 일반적으로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은 인플레이션 시기에 상승세를 보인다. 최근의 구리 가격의 급락세는 시장이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침체 우려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더욱 주목된다. 

구리가격, 톤당 8000달러 하회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구리 가격은 톤당 798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7개월래 최저치다. 불과 열흘 전인 지난달 21일에는 톤당 9000달러를 넘어섰으나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분기에만 구리 가격은 20% 하락했는데, 이는 10년만에 최악의 분기였다. 

구리 뿐만이 아니다. 알루미늄과 니켈, 아연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LME에서 거래되는 주요 6개 금속 선물 가격은 지난 2분기 20% 이상 하락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분기 낙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7월 이후에도 이들 금속 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에드워드 마이어 ED&F 맨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금속에 대한 매도는 7월에 접어들면서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2022년 전세계 구리 수요 증가율은 2~3%로, 직전년도의 4~5% 성장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알루미늄 수요 증가율은 2%대로 직전년도의 8%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연과 니켈의 수요 증가율은 각각 1~2%, 5%로 직전년도의 6~7%, 15%를 각각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2022년 구리와 알루미늄, 니켈의 공급은 광산 생산국의 생산 증대로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리 공급은 전년대비 3~5%, 알루미늄은 3.5%, 니켈은 14~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아연은 유럽의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공급이 정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올해 초와의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올해 초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규제가 완화되면서 수요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공급차질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구리는 톤당 1만600달러를 웃돌던 상황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나 풍력, 태양광산업에서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렸던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초 수요 급증, 물류 대란, 생산 중단 등이 겹치면서 구리와 니켈 등의 금속 가격이 급등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변화"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기 기대감은 긍정적...선진국 침체우려 상쇄할지는 미지수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구리 등 금속 가격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 봉쇄 완화에 따른 중국의 수요 급증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구리 낙관론자들에게는 중국의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부분으로 작용한다. 

CMO 캐피털 마켓의 상품 분석가인 콜린 해밀턴은 "구리 시장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건재하다"며 "선진시장의 최종 사용자 수요는 현재로서는 여전히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제조업 활동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30일 발표된 중국의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월 49.6에서 6월 50.2로 상승했다. 2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확장 국면을 뜻하는 50을 상회한 것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 역시 "비철금속의 실물 수급은 여전히 견조하다"며 "추가적인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있지 않는 한 중국 경기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부양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인프라 관련 정책에 따른 비철금속 수요 회복 기대감은 비철금속 하방을 지지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가들의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를 떨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분석가들은 최근 중국의 제조업 활동 반등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UBS의 분석가인 도미니크 슈나이더는 "미국의 금리 상승, 달러 강세, 그리고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여기에 연준이 매파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경기에 대한 전망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다소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리오틴토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장 세바스티앙 자크는 "중국 경기부양책의 실제 집행 여부와 시기는 불확실하다"며 "이는 주 정부나 지방 정부의 상당한 부채 증가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LME거래소에서 거래된 구리 가격 추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구리 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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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2022-07-18 22:12:43
파동 가격이 그래서 떨어진 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