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최저임금 1만890원 인상, 일자리 34만개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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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최저임금 1만890원 인상, 일자리 34만개 감소한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6.27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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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때 일자리 16만5000개 감소
노동계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감소 상관 관계 입증 안돼"
윤석열 정부, 민간주도 일자리 창출 정책 기조 유지
구인광고 게시판을 보고 있는 취업준비생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인상되면 일자리가 16만5000개나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1만890원으로 인상될 경우 최대 34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과연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되는 걸까. 

'최저임금 상승=일자리 감소' 외치는 전경련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27일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진행한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에 따른 시나리오별 일자리 감소 규모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한국복지패널의 2017~2020년 가구원 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최저임금의 고용 탄력성을 추정해 최저임금 인상률에 따른 일자리 감소 효과를 전망했다.

분석 결과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원으로 오르면 최대 16만5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 요구대로 최저임금을 1만890원으로 인상(18.9%)할 경우 최대 34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앞서 2019년 최저임금이 10.9% 인상되면 총 27만7000개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종사자 5인 미만 사업체에서만 최대 10만9000개의 일자리가 줄어 영세업체의 타격이 컸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내년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인상되면 종사자 5인 미만 영세사업체에서 최대 7만1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1만890원으로 오를 경우 최대 14만7000개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를 집필한 최 교수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겹치는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면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진다면 물가가 추가로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영세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더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서울,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 효과도 추정했다.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오를 경우 서울은 최대 5만개, 부울경은 최대 3만3000개의 일자리가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1만 원으로 인상 때 숙박음식점에서만 최대 4만1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층은 최대 4만5000개, 정규직은 최대 2만8000개가 감소할 전망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정책본부장은 "원자재가 공급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인상되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배가 될 수 밖에 없다"며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 등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긍정적'이라는 노동계

반면 노동계와 일부 학계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민주노동연구원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등을 근거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2018년(16.4%)과 2019년(10.9%), 임금노동자는 각각 0.2~0.7%, 1.3~2.6%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9년 고용률(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비중)은 66.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16.4% 오른 2018년 취업자 증가 폭이 급격히 둔화된 것을 두고 '최저임금이 일자리 창출을 제한했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그 이전까지 일자리는 2015년 28만1000명, 2016년 23만1000명, 2017년 31만6000명 늘었다. 그러나 2018년 9만7000명 느는 데 그쳤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취업자 증감 폭의 변화는 조사통계 오차범위 안에 있는 영역이고 한 해만 놓고 과도한 해석을 하기는 어렵다"면서 "2018년 취업자 증감폭 둔화가 최저임금 효과라면 2019년에도 누적 효과가 나타나야 했는데 오히려 일자리는 늘었다"고 말했다. 2019년 취업자 수는 30만1000명으로 예년 수준을 되찾았다.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3개년도 전체 취업자 수를 보면 2017년 2672만명, 2017년 2672만명, 2018년 2682만명, 2019년 2712만명으로 증가 추이를 보였다. 

2018년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긍정적이었다는 연구 논문도 있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경제학)는 2018년과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전 산업 수준에서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실증적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연구원 역시 2018년 기준으로 최저임금과 고용은 관련이 없거나 되레 일부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대해 일제히 비판했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감소 사이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정부 통계에서도 입증됐다"며 "최저임금 취지에 맞게 현상을 파악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의 민간주도 일자리 창출이 고용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사진=연합뉴스

시장에 맡긴 尹 정부, 일자리 문제 해결될까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일자리 창출 역시 이런 맥락 속에 있다. 

고용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낙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올해 경제 전망'에서 올해 국내 취업자 수가 1년 전과 비교해 60만 명 늘어날 것으로 봤다. 애초 28만명 증가에서 예상치를 대폭 올려 잡은 것으로 올해 경제 성장률을 종전 3.1%에서 2.6%로 하향 조정한 것과 대조된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올해 1~4월 정부의 직접 일자리와 대면 서비스업 중심으로 증가한 취업자 수가 100만 명에 육박하기에 하반기 고용 회복세가 둔화해도 무난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는 2849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712만명)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반기 고용 증가분은 문재인 정부 시절 집행한 코로나19 관련 재정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고용의 질 문제도 여전하다.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점업 등 일부 산업은 코로나19 와중에 진행된 자동화와 비대면화로 유독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낙관적인 시각과 달리 일자리 사정이 더욱 나빠질 가능성도 높다. 산업연구원은 26일 6월 제조업 업황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조사한 결과 한 달 전보다 15 내려앉은 7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다. 이 수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근접할 수록 업황이 나빠졌다는 견해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양질의 일자리인 국내 제조업 취업자 수가 업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감소할 개연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새 정부의 친기업 행보가 비정규직·파견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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