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탄헬멧 장인' 심정훈 BMI 대표 "BTS와 공통점요, '실력'으로 통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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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방탄헬멧 장인' 심정훈 BMI 대표 "BTS와 공통점요, '실력'으로 통한거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6.20 1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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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서 원자재 공급받아 국내 생산
軍 요구 수준 뛰어넘는 PE 기반 1.15kg 헬멧 개발
軍 특수부대·경찰 및 해외군 잇딴 납품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첫 수출 성공
"종합입찰제 도입 등 정부 적극 행보 필요"
심정훈 BMI 대표가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대웅 기자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한국의 남성 아이돌그룹 BTS(방탄소년단)가 세계적 인기를 바탕으로 한류를 선도하고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군수용품을 제작·판매하는 중소기업 BMI(옛 이레산업)는 또 다른 의미의 '한류 전도사'로 'K-방산'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BMI는 방탄복, 방탄헬멧, 방탄판, 길리수트(저격용 소총위장복) 등 피복, 장갑 및 파우치 등을 제품을 우리 국군과 경찰특공대를 비롯해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전국을 적시던 6월의 어느 날, 경기도 남양주시 진관산업단지 내 BMI 본사에서 심정훈 BMI 대표를 만났다. 

심 대표의 회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BMI는 정직과 품질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군과 경찰을 위한 보호 제품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중소기업"이라고 말문을 연 심 대표는 "신소재 적용과 디자인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군과 경찰의 특수 임무수행 환경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BMI의 기술력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방탄복 및 헬멧 관련 특허 7건, 벤처기업 인증, ISO9001, ISO4001 인증을 획득했다"며 "국내외 주요 기업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기술과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무수행 환경에 적합한 특수목적용 피복 및 장구류를 한국 군과 경찰에 납품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해외 시장을 개척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MI의 기술력을 증명하는 각종 인증서. 사진=박대웅 기자

심 대표는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신형 방탄헬멧 사업을 일례로 들었다. 군은 9mm 권총탄에 대한 방호 성능을 제공하는 헬멧을 장병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당초 방위사업청은 이런 요구조건을 충족할 국내 제품이 없어 국외 구매를 위해 2020년 3월 사전 사업 공고를 냈다. 공급물량은 4000여개, 50억원 수준이다. 

심 대표는 "방위사업청의 공고를 보고 시험성적서 등 제출해 역으로 군이 요구하는 성능 이상의 스펙을 갖춘 국내 업체가 있다고 알렸다"면서 "군이 원하는 권총탄과 파편에 대한 방호력을 제공하면서도 1.15kg 미만의 초경량 방탄헬멧 개발한 탓에 우리 군에 납품할 수 있었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국내 방위사업 규정에 따르면 국내 요구성능을 충족하는 제품이 있을 경우 국산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 애초 해외 구매였던 사업은 BMI가 육군의 성능 기준을 충족하면서 국내 구매 사업으로 전환한 것이다. 

9mm 권총탄 시험에 사용된 방탄헬멧. 사진=박대웅 기자

실제 인터뷰 현장에 최근 방탄 시험을 마친 방탄헬멧이 전시돼 있었다. 1.15kg 미만의 가벼운 방탄헬멧이 어떻게 총탄을 막아낼 수 있을까.

심 대표는 전 세계를 상대로 발품을 팔아 구한 소재에 해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방탄헬멧은 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UHMWPE)이나 아라미드(Aramid), 이 둘을 혼합한 하이브리드형을 사용한다"면서 "BMI는 폴리에틸렌을 채택했다.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방탄헬멧은 아라미드 기반 헬멧보다 가볍고, 방수 능력이 뛰어나지만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폴리에틸렌 원단을 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발품을 팔았고 세계적인 방탄소재 기업인 네덜란드 DSM으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며 "해외 유사 성능의 제품과 비교해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어떠한지 묻자 그는 "미군이 쓰는 방탄헬멧의 소비자가격이 250만원선이라면 BMI는 그 절반 정도의 가격에 공급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실탄 시험에 사용된 방탄헬멧 등 방호장구 모습. 사진=박대웅 기자 

실제 BMI 제품은 미국 법무부 산하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Justice·NIJ)의 등급 ⅢA에 준하는 9mm FMJ탄 및 44매그넘탄을 통한 시험에서 관통되지 않는 성능을 보였다. 특히 파편방호 규격인 ‘V50’ 평가에선 탄자에 대한 방탄한계속도 요구성능인 670m/s을 훨씬 초과한 953m/s를 기록했다. 25.4㎜ 이하가 기준인 후면변형(헬멧 찌그러짐)량도 저온·표준·고온·침수 조건에서 9~14㎜ 수준에 불과했다. 150G 이하 기준의 충격흡수력 평가에선 60~110G를 달성해 30% 이상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 대표의 다음 시선은 권총탄보다 탄속이 빠른 소총탄까지 방호하는 국산 헬멧 개발로 향해 있다. 세계적으로 미 해병대가 사용하는 ECH 헬멧 정도만 소총탄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 대표는 "고성능 초경량 방탄헬멧 개발을 통해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내 소총탄도 방호할 수 있는 방탄헬멧을 자체 개발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기술력을 갖췄지만 중소기업으로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묻자 심 대표는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를 주문했다. 

'방탄헬멧 장인' 심정훈 BMI 대표가 방탄헬멧과 함께 미소 짓고 있다. 사진=박대웅 기자

심 대표는 "100억원대 매출 규모의 중소기업에서 소총방호 개발 기술 등 신기술을 개발하고 습득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면서 "우리 군이 안쓰면 '도로묵'이다. 군이 민간의 기술개발을 독려하고 새 제품의 연결고리가 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저가입찰제 이외 '적격 종합낙찰제' 등 다양한 입찰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심 대표는 "군이 요구하는 기본 스펙을 충족하고 기술점수가 높아도 가격이 비싸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글로벌 시장에선 우리 제품이 싸다고 하는데 국내에선 비싸다고 하는 역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김연아 선수가 끊임없이 점프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도전하지 않았다면 한국을 빛낸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냐"고 반문한 뒤 "기술점수를 가격으로 환산하는 적격 종합낙찰제 등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심 대표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와 중동 등에서 우리 제품에 대해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고 호평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 군이 장병들의 생명과 직결된 방호 품목에 있어 '동남아 군 수준은 써야 하지 않나'고 생각한다"고 씁쓸해 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방탄헬멧 장인' BMI와 한류를 선도하는 방탄소년단의 공통점이 무엇이냐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심 대표의 대답은 이랬다.

"'회사빨'보다 '실력'으로 인정받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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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 2022-06-21 09:30:45
기본 스펙을 충족하고 기술점수가 높아도 가격이 비싸면// 군이 바보도 아니고 요구 스펙 충족 하는 제품중에 젤 싼거 사다쓰는게 똑똑한거지 최저입찰제가 업체한태는 최악 일지 몰라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좋은 제도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