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집값은 부동산 정책으로 잡을 수 없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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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집값은 부동산 정책으로 잡을 수 없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6.17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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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지표 집값 하락 가리켜...주담대 금리 연내 7%까지 오를 것
주택공급량 보다 '질 좋은' 주택 보급에 초점 맞춰야
지방에 '초광역권' 개발해 수도권 과밀 막아야 집값 문제 해결
베이비부머 세대, 지방이주하면 임대차 시장 물량 공급↑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15일 그의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태영 기자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15일 그의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태영 기자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집값'에 대해 얘기하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각자의 수많은 사연이 담겨있다. 집값을 잡지 못해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하고 정권을 내주기도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 공약으로 집값을 잡겠다고 얘기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은 부동산 정책으로 잡을 수 없다"며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게 해결책이 아니라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이 해답"이라고 얘기한다.

지방이 살아야 서울과 수도권이 살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하다고 얘기하는 마 교수를 지난 15일 만났다. 그의 연구실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공존', '청년', '균형발전'이라는 단어를 자주 꺼냈다. 

다음은 마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지.

▲관련 지표를 보면 이제 하락할 수밖에 없다. 현재 집값이 높은지 적정한지에 대한 몇가지 지표가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의 경제수준대비 어느 정도의 집값이 적정한지에 대한 기준, 소비자물가상승률 대비해서 주택가격은 얼마나 변화가 있었는지 등을 비교하는 것이다. 최근 출간한 책에 이와 관련한 6가지 지표들을 정리했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가 '주택구입부담지수'다. 현재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엄청나게 높은 상황이다. 더 이상 대출을 받아가지고 집을 사기 힘들다고 나타난다. 전고점을 돌파한 상황이었고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작년의 경우 서울이 18배가 넘는 상황이었다. 

중위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월급을 다 모아서 평범한 이른바 '중위주택'을 사려고 할 때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리는지를 보는 거다. 18배라는 얘기는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18년을 모아야 중위주택 한채를 겨우 살수 있다는 얘기다. 통계상으로 사상 최고치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가 점점 크게 벌어지고 있다. 서울이 ‘하나의 성’이 돼서 비수도권 사람들의 진입이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집값 하락 국면에 돌입했다고 보는 것인지.

▲책에서도 여러번 강조했다. 책이 나왔을때도 상승론자들이 여기저기서 집값은 더 오른다고 얘기하고 다녔다. 학자로서 어떤 주장을 할때 모두 숫자로만 판단한다. 미국 기준 금리인상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 그때부터 정해진 미래였다.

미국이 대폭 금리인상을 하고 우리나라도 그에 맞게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인상된 금리를 반영해서 주택구입부담지수를 보게 되면 영끌 투자자(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한 투자)들은, 특히 젊은 계층들은 버틸수 없는 수준이다. 

-올 연말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까지 오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말까지 주담대 금리가 7%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영끌로 투자한 사람들은 2~3% 후반으로 대출받은 변동금리가 두배가 되는 것이다. 기존에 100~150만원의 대출이자가 300만원까지 치솟는다. 

그래서 청년계층을 위해서 대출문턱을 낮추는 것도 강력히 반대했다. 도시계획을 전공으로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너무 답답하니까 주장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완화하겠다고 하는데 지금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젊은 층한테 좋을 수도 있다. 집을 구매할 수 있게 되니까. 그런데 앞으로 집값이 꺾어지는 일만 남았는데, 그런 정책을 쓰면 안된다. 아주 포퓰리즘(대중영합)적인 정책이다. 정말 젊은이들을 생각한다면 양질의 임대주택을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좋다. 그리고 임대주택을 장기적으로 부담가능한 주택으로 변경하는 정책으로 가야된다. 주택 구입에 대한 욕망은 누구나 있기 때문에 그걸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주택 공급을 확대해 집값을 잡겠다고 나서고 있다. 

▲정부가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은 찬성이다. 그런데 집값을 잡기 위해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집값은 경기상황에 따라서, 거시경제적 변수에 따라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가격이 오를 때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면, 주택을 공급하기까지 몇년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집값 꼭짓점에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떨어질때 낙폭을 더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주택 정책은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보급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주택보급률을 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하면 주택 보급률이 100%가 넘는다. 이젠 주택의 양이 중요한게 아니라 주택의 질과 입지 좋은 주택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 

주택 공급은 장기 계획에 맞춰서 매년 어느정도 공급하면 좋은지 판단해서 그 시점의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알맞게 공급하는방향으로 지속 추진돼야한다. 신규택지를 통한 공급과 도시정비 사업을 함께 병행하면서 공급량을 꾸준하게 늘려 나가야한다. 

주택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투자재이기도 하지만 삶의 질과 직결되는 필수재다. 투자재로서의 특징을 잘 살려서 양질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고민하는게 필요하다고 본다. 

마강래 교수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15일 그의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태영 기자

-서울의 경우 더이상 주택을 지을 땅이 없다고 얘기한다.

▲살기 좋은 곳에 공급하는 것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누구나 살기 좋은 곳을 꼽으라면 수도권이고, 그중에서도 서울, 서울에서도 강남을 최고로 꼽는다. 여긴 너무나 과포화, 과밀화 상태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살고 싶어하는 곳, 미래 전망 좋은 곳이 서울이고, 그중에서도 강남이라고 보기 때문에 수요가 대거 몰려 그 일대 주택 가격이 폭등하는 구조다. 

지금 얘기하는 '살기 좋은 곳'이란 지역에도 서울처럼 살기 좋은 곳을 만들자는 얘기다. 지역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을 만드는 균형발전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실질적인 부동산 정책이고 대한민국 집값을 안정시킬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집값의 문제는 부동산 정책으로 잡을 수 없다. 

살기 좋은 곳이 대한민국에 서울 외에도 여러 곳이 있으면 수요가 분산되고, 그러면 서울 중위 아파트 값이 12~13억원이 되는 시대가 되진 않을 것이다. 

-지방에 서울의 '대항마'를 만들자는 주장을 해왔다.

▲메가시티, 초광역권이라는 명칭으로 지방 대도시들이 연합하고 있다. 광역기초자치단체들이 행정구역을 통합하거나 연합체를 만들어서 공동의 목적을 위해서 일하는 집합이다. 

제일 처음 시작한 곳이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다. 특별지방자치단체(메가시티)라고 부르는데 추진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거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이 방향으로 가야된다고 본다. 부울경이 힘을 합쳐 '컴팩트 앤 네트워크'(역세권도시) 구조로, 광역권 안에서 1시간 생활권으로 변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적인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 특히 청년인구의 유출이 있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입은 집값을 자극하게 되는 요인이기도 하니까 중요한 문제다.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대항마라는게 광역적 협력관계 속에서 힘을 가진 밀도 있는 공간을 만들어 기업들이 오도록 하는 것이다. KTX 역을 중심으로 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근로자들에 대한 지원정책을 마련해야한다. 그렇게 거점을 자족 기능을 갖춘 대도시권을 구축해 서울의 대항마를 만드는 게 공존의 길이다.

-'베이비부머'가 집값을 잡는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비부머가 1차와 2차 세대로 나뉘는데 1955~74년생까지 20년 기간동안 태어난 베이비부머가 총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 세대들이 최근에 아주 빠른 속도로 대도시를 떠나고 있다. 서서히 그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청년들은 대도시로, 특히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정반대다. 군(郡)급 지역에 중고령계층이 이동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계층이 소비력도 상대적으로 다른 계층에 비해서 높고 문화적 소양도 상당한 수준이다. 지역에서 이 세대 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중소기업과 연계한 주3일 정도의 일자리를 마련해주면 계속 거주할 수 있다. 교육부가 평생교육 공간도 마련해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도 제공할 수 있다. 국토부는 LH를 통해 지역 업체가 타운하우스 형식의 20호 규모의 단지를 건설하게 하고 매입임대 방식으로 거주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약 440만명의 수도권에 거주하는 베이비부머 중에 10%만 중소도시나 농촌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44만명이다. 그렇게 되면 이분들이 소유한 주택들이 임대차 시장이나 매매 시장에 흘러나오게 된다. 지금까지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린 점을 감안해보면 임대차 시장에 물량이 공급되면 주택 시장의 전반적인 가격 안정화도 기대해볼 수 있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이와 관련해 정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마강래 교수는 중앙대학교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석사학위를 받고 런던대학교 도시계획학과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고, 현재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한국지역개발학회, 한국지역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2020),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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