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톺아보기]① 반도체는 왜 '산업의 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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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톺아보기]① 반도체는 왜 '산업의 쌀'일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6.13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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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법칙' 넘어선 반도체 산업 비약적 발전
시스템-메모리 반도체 시장 선점, 각국 경쟁 치열
 반도체 확보를 위한 전 세계적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야흐로 반도체가 힘이 되는 시대다. TV, 스마트폰, 자동차, 컴퓨터 등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전자기기 대부분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열, 빛, 자장, 전압, 전류 등 영향으로 그 성질을 변화하며 매우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들어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국가 안보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전 세계 국가의 반도체 패권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TSMC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 역시 아태지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반도체가 곧 국력의 척도를 가르는 기준이 된 지금, 반도체의 의미를 되짚어 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반도체의 시초는 1947년 12월23일 미국 벨 연구소에서 탄생한 트랜지스터다. 그 이전에 전자신호를 증폭하는 소자로서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 모든 전자장비에 사용됐던 진공관은 전력소모가 크고 전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벨 연구소의 윌리엄 쇼클리 연구진은 빛을 쪼이거나 전자를 주입하면 전도가 달라지는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이 트랜지스터는 전류나 전압의 흐름을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트랜지스터의 발명은 전자공학 역사의 매우 중요한 분기점으로 오늘날 산업 발전의 시초가 됐다는 평가다. 이후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한다. 

'무어의법칙'을 제시한 고든 무어 인텔 창업자. 사진=연합뉴스

무어법칙부터 시스템반도체까지

1965년 4월 인텔의 공동 창업자 고든 무어는 '일렉트로닉스'라는 잡지와 인터뷰에서 "반도체의 칩에 들어갈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수는 2년마다 2배씩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이후 이 말은 무어의 법칙으로 불리게 됐으며 전 세계 반도체 업체는 이 법칙에 따라 반도체를 개발해 왔다. 그 결과 컴퓨터, 스마트폰 등 최첨단 기기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무어의 법칙은 약 50년간 지켜졌다. 그 이유는 기존 반도체 업체가 이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서다. 다만 최근에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조 비용 증가, 추가 기술 발전의 어려움 등으로 개발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반도체 시장은 산업 발전과 함께 분화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산업은 보통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뉜다. 메모리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기억하는 용도로 활용되는 제품이다. 대표적인 것이 D램과 낸드플래시다. D램은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며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지더라도 데이터가 보존은 되지만 속도가 느리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모든 제품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부분 종합반도체 기업이 설계부터 제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지만 비메모리 반도체는 비즈니스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 설계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로 구분된다.

제품별로 나눠보면 우선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소품종 대량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제품으로 종류만 해도 수천여개가 넘는다. 시스템 반도체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에서 CPU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자동차에 들어가 다양한 기능을 하는 차량용 반도체 등 주로 '두뇌' 역할에 해당한다. 즉, 데이터 연산, 제어 등 정보 처리 역할을 수행한다.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 생산품의 핵심 부품에 시스템 반도체가 반드시 들어간다. 시스템 반도체는 우수한 설계 인력과 기술, 고가의 설계와 검증, 반도체 설계자산(IP) 등 기술 인프라가 필요한 분야다. 인텔, 퀄컴 등 글로벌 상위 10개 기업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부문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불붙은 시스템 반도체 경쟁

시스템 반도체는 4차 산업 생산품의 핵심 부품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50~6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여기에 경기변동에 따른 영향도 적은 편이다.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는 주문형 방식으로 수요와 공급 불일치에 따른 급격한 시황 변화가 없어 특정 산업의 호·불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 시장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생산 후 판매방식으로 수요와 공급 불일치 때 급격한 가격 변동이 발생한다. 

시스템 반도체 중 팹리스 시장은 미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고, 중국이 내수를 기반으로 추격 중인 양상이다. 퀄컴, 엔비디아, AMD 등 미국기업이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으며 미디어텍, 하이실리콘 등 중국계 기업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대만 TSMC가 독보적 1위며 삼성전자가 2위로 추격하고 있다. TSMC는 약 50%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등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군의 수요 증대와 공급 차질로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세 역시 가파르다. 

현재 세계 주요국은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기초연구, 기술 보호 등으로 민간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세계 10대 기업 중 6개가 미국 기업이며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약 70% 수준이다.

대만은 파운드리 글로벌 1위 TSMC를 바탕으로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유기적 협력을 통한 글로벌 팹리스 업체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TSMC는 삼성전자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매년 50조원을 투자하며 격차를 벌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조(兆) 단위 시설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에만 삼성전자는 6조6000억원, SK하이닉스는 4조6000억원을 시설·설비 투자에 집행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 위상을 강화하고 시스템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표방하기도 했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또한 중국정부의 강력한 산업 육성 지원책 아래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시장 동시 육성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최초로 공개한 3나노미터 웨이퍼에 사인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TSMC의 '나노' 경쟁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나노'(10억분의 1미터)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평택캠퍼스 방문 때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 공정이 적용된 최첨단 웨이퍼를 선보였다. 시장에선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TSMC에 맞설 삼성의 '비밀 병기'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GAA 기반 3나노 1세대 반도체를 5~6월 중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기술 발전은 스위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더 많이, 전력 소모를 줄이며 만드는 게 핵심이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는 입체구조 공정인 ‘핀펫(FinFET) 기술’을 쓰는데 평판 트랜지스터보다는 효율이 높지만, 초미세공정으로 진화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4면으로 둘러싸는 GAA 구조다. 삼성은 20년 이상 GAA에 투자해왔다.

GAA 구조에서는 전류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어 전력 효율이 개선된다. 핀펫 공정과 호환성이 높아 기존 설비·기술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3나노 반도체는 주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고성능과 저전력을 요구하는 차세대 반도체에 활용될 전망이다.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다. 매번 기술 공정에서 TSMC를 쫓아가던 삼성이 이번에는 신기술로 제품 양산에 들어가는 의미도 있다. TSMC는 그동안 3나노까지 핀펫 기술을 적용한 뒤 2나노부터 GAA를 적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증권가에선 TSMC가 올 하반기 핀펫 기반의 3나노 반도체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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